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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 가는구나..

    나이 40이 되가니 잠이 없어지나보다.
희안하게도 아침 7시만 되면 눈이 떠진다. 전날은 분명히 낮잠도 안잤고 술도 마셨고 싸돌아다니기까지 했는데 밤에는 잠이 오지 않는다. 밤12시가 되어야 겨우 눈을 붙이게 되니까... 그런데 문제는 낮에는 책상에 앉기만 하면 졸립다. 잠깐 눈 좀 붙여야지 하고 엎드리면 역시나 잠이 들지를 않는데...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자려고 맘먹으면 못잘것도 없지만 확실히 잠을 덜자니 시간이 많아진다. 늘 무엇을 해도 시간에 쫓기듯 허겁지겁 하는게 나의 컨셉이었는데, 그렇게 일 처리를 하고 나면 어찌나 황망하기만 하던지...

 

   늙으면 잠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그 말을 이제부터 슬슬 적용해도 될 듯 싶다.. 나이 40에 웬 헛소리냐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이제는 확실히 "젊지는 않다."가 어울리는 듯 하다. 그래도 나는 언제나 거울을 보면서 내가 어디가 어떻게 늙어가나를 확인해 보느라 여념이 없고... 아무리 봐도 예전 그대로 인것 같은데 도대체 늙음의 징후는 어디에서 찾는단 말인가? 흰머리가 급속히 늘어나는 것과 잠이 줄어든것 말고는...

 

   가을이 오늘 길목(가을 참 천천히도 온다.)이라서 그런가? 처서가 지나기가 무섭게 가슴 한켠이 휑해져옴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휑한 가슴을 달래려고 어느 누구한테도 감히 '나 쓸쓸하니 술 한잔 사시오. 혹은, 같이 먹지 않을래?' 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 뱉기가 무서워진다. 그렇게 말했다가는 금방이라도 '너도 늙어 가는구나.'라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아서... 한마디로 말해서 지금의 이 마음은 늙기 싫다는 그것보다는 인생의 반을 산데서 오는 괜한 공허함과 덧없음이 아닌가 싶다.  숫자놀음이라고는 해도 반(半)이라는건, 다음 코스가 어떻게 진행될지 어렴풋이 짐작 될 즈음이기도 하니까..그리고 그 덧없음을 그대로 받아 들여야 할것만 같은 '의무'와 '삶의 비애'(우웩~)가 주마등처럼 스친다.  

 

   세상에 알려진 한 연예인이 돈 때문에 죽는걸 보고 그럴수도 있겠거니 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론 죽으면 본인은 편하지만 주변사람들에게 여간 민폐가 아니구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 잘생기고 활발한 사람이 죽음을 선택했다는게 나하고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람임에도 가슴이 아팠다.  헌데 가족들은 오죽할까?  하지만 스스로가 오롯이 짊어질 짐이 얼마나 무거웠으면...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이고 그 어떤 것이든 선택을 했으면 책임을 지면 그만이다. 설령 죽음을 선택했다고 하더라도...나는 누구 때문에 살고 죽지 않는다. 오직 나를 위해서만 그것을 선택한다, 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지만, 어제 오늘 듣게 된 소식은 내 철학을 조금 바꿔 볼 필요가 있는거 아닐까란 생각이 살짝 들었다. 

 

   늙어 가는 걸 막을 수 없듯이 세상일을 내 맘대로 할 수 없듯이 내 명을 내가 좌우 할 수도 없다는걸 어렴풋이 깨닫게 해주는 가을날의 후진 상념이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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