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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관계, 전망.....

   선거 때문인가? 득실대는 인간들의 군상이 문제인가? 밀려 있는 일들 때문인가? 머리가 깨질것만 같다.  선거를 얘기 하자면, 막판까지 승자독식의 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해야 하는 드라마틱(한나라당 후보가 떡하니 투표소에 앉아서 유권자들과 인사하는 장면을 포착했다가 그 똘마니한테 얻어 터질뻔 하기도...ㅠㅠ)한 장면이 펼쳐지기도 했었다.  그 말도 안되는 상황을 접하면서 빈민후보라는 타이틀로 출발한 우리의 선거는 예상외로 선전을 하였다. 당선은 당연히 안되었지만, 득표율(6.5%)은 꽤 좋은편이었다(운 좋게도 우리쪽 선거구에는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에서 출마를 안했기 때문에..ㅋ).  다 내가 사무장겸 회계로 뛴 덕분이 아니겠니? 하면서 역시나 자화자찬하며 후보를 뒤로하고 며칠동안 막걸리를 들이 붓기도... 12일이라는 짧은 선거운동기간 동안 정말 화딱지 나는 일도 많았고, 과연 우리가 내세운 '차별화' 전략이 맞나? 를 수십번 고민하면서 아침저녁으로 운동원들 밥까지 해 먹이며 뛰었는데 역시나 쪽방주민들이 주축이 된 운동원들의 한계는 뛰어 넘을수가 없었다(심지어 빈민후보 선거운동하면서 반찬도 없이--돈도 없고, 시간도 없으니 당연히 반찬을 만들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난 정성스레 밥을 했는데...-- 밥을 먹게 했다는 어이 없는 말까지 듣기도 했고). 그래도 후보는 목표로 했던 주민참여와 빈곤문제를 알리는 것에는 달성했다고 뿌듯해 한다. 사실, 그 점만을 놓고 볼때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나름대로 성공한 거라고 나 역시 평가하고 싶다. 

 

   선거가 끝났다. 선거가 끝나면 의례 그렇듯이 책임 씌우기가 시작된다. 역시나 이곳도 마찬가지인듯 하다. 투표소에 앉아 인사를 하는 부정을 저지르는 후보는 당연히 안되었는데 그 후보를 밀었던 주민들은 엄대표가 선거에 나가는 바람에 되지 않았다고 울상을 지으면서 있는 욕, 없는 욕을 들이 붓는다. 아직까지 공원에서 술병을 든채로...역시나 내게도 화살은 돌려진다. 선거기간 동안은 좀 참으면서 후보를 '왕'으로 모시면서 뛰어도 부족한데 너는 사무장이라는게 도대체 뭘 했냐? 툭하면 신경질이나 부리고 사람들한테 화나 내고, 후보를 우습게 알고 말야... 하면서. 내가 해준 밥을 먹고 나 마저 없었으면 사무장이나 회계를 맡을 사람도 없이 선거를 치렀을거면서 선거 끝났다고 그렇게들 책임을 몰아부치다니...해 주고도 욕먹는 이 꼴은 뭔지 어이가 없어서 화도 안난다. 웬만하면 하고 싶지 않은 말이었는데 이럴때는 정말 '수준' 차이가 나서 아무것도 하고 싶은 마음이 안생긴다. 도대체 그렇게 말하고 나면 속은 시원할까? 

 

  더이상 말해서 무엇하리....선거는 끝났다. 그러나 내 마음에 남겨진 상처(상대쪽도 마찬가지겠지만)는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난, 이쯤에서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문제는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거니까.  너무 쉬운 관계는 금방 깨진다. 너무 어려운 관계는 발전하기 힘들다. 그리고 관계는 영원하지 않는다. 가까이에 있는 지인 한명이 그렇게 말하더라. 주민들과 너의 관계는 절대 '동화'될 수 없는 관계라고. 그리고 너는 언제나 무조건 '화이부동'해야 한다고...맞는 말이기는 한데, 여전히 나는 혼란스럽고 정리가 안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동화이고 어디까지가 화이부동인지...

 

   한편, 관계라는 것이 맺고 나서 금방 시들해 지는걸 느낄때는 다른 어떤것 보다 더 심한 '회의'가 들거나 '허무함'이 느껴진다. 난 아직도 그게 적응이 안되는 싯점. 이 한계를 극복하려면 서로서로 더 노력하고 이해하고 관심 갖고 해야 하는거 아닐까? 시들해 지는 싯점 이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이 관계는 끝났군! 하면서 포기해 버린다면 평생 어떤 관계를 얼마나 맺으면서 살겠는가 말이다. 한마디만 더 하면 그 관계라는 설정이 유독 이성관계에 해당 된다면 더더욱 제고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적어도 상대방에게 갖게 되는 긍정적인 감정이나 흥미 그리고 호기심으로 출발해서 관계를 맺게 되었다면 그것이 시들해 졌다고 해서 너무 쉽게 발을 빼려는 포지션은 인간으로서 할짓이 아니지 않은가? 나만의 욕심인가? 난, 아직도 철이 덜 들었나? 거기에 더해서 모든 관계는 그냥 스쳐 지나갈 뿐이야, 라고 말하며 최선을 다하지 않고 설렁설렁 해 버린다면 그또한 모양새는 매우 우스운 꼴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아직도 그 관계설정에 약삭 빠르지 않은걸 보면 참으로 무지하고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걸 뼈져리게 실감할 뿐이다.

 

   관계가 발전하여 조화로운 모습으로 승화(?)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싹수가 안보일때는 과감히 끊을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는 것인데...지금의 내 입장은 정말 난감한 입장이다. 끊지도 못하고 맺지도 못하겠는 그런 입장. 덧붙여 말해서 끊지 않았을때 기대 할 수 있는 변수가 지금은 너무 안보인다. 정신줄을 놓으면 보일것 같다가도 정신줄을 찾으면 아무것도 없는 백지장이 되고만다. 그만큼 지금의 상태로서는 장기전에 대한 지루함과 전술이 부재한 걸 확인하고 있다는 말.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버텨야만 하는 근거는 도대체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뾰족한 답이 지금은 없다.  용케도 그걸 아는 지인은 그러더라. 넌,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라고. 한번도 니가 그러한 물음들에 명쾌하게 대답하는 걸 못봤다고. 하면서 제발, 다른 핑계대지 말고 공부좀 하란다. "일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모든걸 다 잘하더라. 일 못하는 사람들은 맨날 일에 치여서 이리 끌리고 저리 끌리고 중심 없이 살지. 뭐하나 정리도 못하고... 너는 딱 그꼴이야." 내가 웬만하면 이런 말 듣고 가만히 있지를 않는데 그 날은 한마디로 말해서 "딱 걸렸다!" 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적확했기 때문에 참았다. 

 

  그렇다면 난 지금부터라도 전망을 찾아서 떠나야 하는가? 아니면 골방에 쳐박혀 전망을 찾는 공부에 매진해야 하는가?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이분법의 질문을 던지며 결론을 내려고 하는 모습도 참 한심하기 그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지인은 나에게 말하더라. 넌, 잘하는게 딱 한가지 있지. 잘 하지 않아도 잘한다고 의기양양하는 그 모습! (특히, 요리와 운전은 인정)은 충분히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으니까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봐(?).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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