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08/24 18:02

친구여 찬 비 내리는 초겨울 새벽은 슬프다
- 채광석

친구여
이렇게 새벽까지 비가 내리는 오늘은
내가 눈물을 찾겠네
가을 넘어선 새벽비가 겨울 문턱을 쳐오면
얇은 옷깃
차갑게 젖은 목덜미로
어느 변두리 싸구려 여관을 서성이고 있을
지친 발자국이여
행여나
가끔씩 포르노 비디오를 틀어준다는
새벽 만화방으로 숨어들어가
천원짜리 라면 한그릇 둘둘 말아삼키고
무거운 눈꺼풀 아무데나 내맡기며
작은 참새처럼 몸 떨고 있을
새벽 일기여
비원길 지나 창경궁으로 접어드는 길목
희미한 한올 불빛만 마주쳐도
흠칫 놀라
자꾸 어두운 담벼락으로 몸을 기댈
야윈 몸뚱이여
불 꺼진 곳으로 쫓겨가며 쫓겨가며
비에 젖은 담배 한가치에
백원짜리 커피 한잔 빼 마시다
왈칵 토해 버리고 있을
공복의 입술이여
오늘은
내가 눈물을 찾겠네
이렇게 새벽까지 차가운 빗소리 긁히면
그대들이 몸 뒤척이며 울어주었던
지난 날 나의 새벽 밤길
이리도 속쓰리 슬픈 시가 되는데
친구들이여
나의 푸른 시들이여
쉬지 말고 걷게나
눈물 보이지 말고 꼭꼭 숨어들게나
발 밑 새벽강에 불빛 흔들려도
어깨가 흔들려선 안되네
비에 젖은 머리칼로 새벽 바람 불어오면
나즈막히 휘파람을 불어보게
호주머니 깊숙히 두 손을 찔러넣고
허벅지의 온기를 느껴보게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비에 젖은 새벽 발자국
햇살이 날아와 다 지워놓을 때까지
오늘처럼 비 내리는 새벽 눈물은
나의 몫
오늘은 밤새워 시를 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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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4 18:02 2006/08/2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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