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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16 01:59

찬가  

 

나는 검이다 나는 불꽃이다

 

나는 어둠 속에서 그대들을 비췄다 전투가 개시되었을 때 나는

나아가 싸웠다 최전선에서

 

   내 주위 여기저기에 동지들의 시체가 누워 있다 그러나 우리들은

   싸웠다 승리했다 그러나 여기저기 사방에 동지들의 시체가 있다 환호하

는 승리의 노래  소리에 섞여 죽음을 애도하는 합창이 울려 퍼진다 그러나

우리들에게는 기뻐해야 여유도 슬퍼해야 할 여유도 없다 다시 트럼펫

소리가 울려 퍼지고 새로운 전투가 시작된다

 

나는 검이다 나는 불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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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6 01:59 2010/01/16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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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16 01:58

죽음을 대하고 

 

나는 죽을 준비가 되어 있네 언제라도
지금이라도 나는 벗이여 사십 년이란 내 삶의
뒤안길을 머뭇거리며 돌아보지 않고
의연하게 먼 산을 바라보며 저승의 사자를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네
그것이 어떤 이름의 죽음일지라도 상관없이
왜냐하면 삶과 한가지로 죽음도
스스로 기꺼이 맞이해야 할 설이고 추석이고 축제이기 때문이네
마지못해 영위되는 삶은 인간의 삶이 아니네
억지로 가는 길은 노예의 길이네

 

그러나 다만 억울한 것은 벗이여(그대는 믿어주겠지)
사랑의 팔로 여인의 육체를 단 한번도 안아보지 못하고 가는가 하는 것이라네
소위 저 세상으로 말이네
다만 억울한 것은 벗이여(그대는 고개를 끄덕여 주겠지)
세상의 모든 죄악의 뿌리
사유재산의 뿌리를 뽑아버리지 못하고 가는가 하는 것이라네

 

그러니 벗이여 내가 죽거들랑 속삭여 주게
바람에 날려 대지 위를 굴러가는 가랑잎의 귀에 대고
남주에게도 여인이 있었다고 혼신의 힘으로 사랑했던
그녀가 나를 사랑했는지 사랑했다면 어떻게 사랑했는지
이제 와서 알 수도 없거니와 내 알 바도 아니지만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고 손익계산의 척도로
사랑의 눈금을 재지는 않았다고
그러니 내가 죽거들랑 벗이여 전해다오
가난에 주눅이 들고 땅에서 학대받는 이들에게
부자들을 저주하다가 남주는 죽었다고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불구대천의 원수라고
원수는 갚으라고 저기 저렇게 있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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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6 01:58 2010/01/16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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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16 01:56

그랬었구나

 

아 그랬었구나

로마를 약탈한 민족들도

약탈에 저항한 사람들을 감옥에 처넣기는 했으되

펜과 종이는 약탈하지 않았구나 그래서

보에티우스 같은 이는 감옥에서

'철학의 위안'을 쓰게 되었구나

 

아 그랬었구나

캄캄한 중세 암흑기에도

감옥에는 불이 켜져 있었구나 그래서 그 밑에서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을 쓰게 되었고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쓰게 되었구나

 

아 그랬었구나

전제군주 짜르 체제에서도 러시아에서도

시인에게서 펜만은 빼앗아가지 않았구나

그래서 체르니세프스키 같은 이는 감옥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쓰게 되었구나

 

아 그랬었구나

일제 식민지 시대에서도

우리 민족을 노예로 전락시키고

우리말 우리 성까지 빼앗아간

이민족의 치하에서도

감옥에서 펜과 종이를 빼앗아가지 않았구나

그래서 단재 신채호 선생 같은 이는 여순옥에서

'조선상고사'를 쓰게 되었구나

우리말로 우리 역사를!

 

아 역사를 거꾸로 살 수 있다면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차라리 나는 고대 노예로 다시 태어나고 싶구나

차라리 나는 중세 농노로 다시 태어나고 싶구나

차라리 나는 일제치하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구나

펜도 없고 종이도 없는 자유대한에서 그 감옥에서 살기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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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6 01:56 2010/01/16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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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16 01:55

그들의 시를 읽고 

 

희한한 일이다 그들의 시를 읽다 보면
어딘가 닮은 데가 있다 많이 있다
나무로 말할 것 같으면 그 뿌리가 닮았다고나 할까
소금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 맛이 닮았다고나 할까
빛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어둠을 밀어내는 그 모양이 닮았다고나 할까
나라가 다르고 시대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그러면서도 그들의 시에는 영락없이 쌍둥이 같은 데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흙이 타고 밤이 타는 냄새와도 같다
그것은 노동의 대지가 파괴되는 천둥 소리와도 같다
그것은 투쟁의 나무가 흘리는 피의 맛과도 같다
한마디로 말하자 그들의 시에는
인간이 있는 것이다 육체를 가진 인간이 있고
인간과 인간 사이를 원수지게 하기도 하고 동지이게 하기도 하는
물질이 있는 것이다 그 깊이와 역사가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꽃이 있고 이슬이 있고 바람의 숲이 있되
인간 없는 자연 따위는 없다 거기에는
인간이 있되 계급 없는 인간 일반 따위는 없다 거기에는
관념이 조작해낸 천상의 화해도 없다
그들 시에서 십자가와 성경은 하나의 재앙이었다
적어도 가난뱅이들에게는
보라 하이네를
보라 마야코프스키를
보라 네루다를
보라 브레히트를
보라 아라공을
사람마저도 그들에게는 물질적이다 전투적이다 유물론적이다
그들은 소네트에서 천사를 노래했으되
유방 없는 천사를 노래하지 않았다
그들은 연애시에서 비너스를 노래했으되
궁둥이 없는 비너스를 노래하지 않았다
그들은 노래했다 꿀맛처럼 달콤한 입술을
술맛처럼 쏘는 입맞춤의 공동묘지를
그들은 노래했다 박꽃처럼 하얀 허벅지를 그 부근에서 
은밀하게 장미향을 피워내며 끊임없이 흐르는 갈증의 샘을
나는 자신한다 감히 다른 것은 자신 못해도
밤으로 낮으로 형이상학적으로 이마에 내천자를 그리며
육체의 허무를 탄식하는 도덕군자들도 그들의 시를 읽으면
느끼게 될 것이다 빳빳하게 일어서는 아랫도리의 물질로
나는 자신한다 감히 다른 것은 자신 못해도
플라토닉 러브 어쩌고저쩌고 하는 순수여류시인들도
그 시를 읽고 감격해 마지않는 신사숙녀 여러분들도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의 시를 읽으면
자기들도 관념이 조작해놓은 위선의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축축하게 젖어드는 아랫도리의 물질로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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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6 01:55 2010/01/16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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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16 01:48

변증법을 찬양한다 

 

부정이 활보하고 있다 버젓이

억압의 천년 계획이 수립되고 있고

폭력은 책임지고 보증하겠다고 한다 어떤 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떵떵대는 소리는 지배자의 소리 뿐이고

시장에서는 착취가 외쳐댄다 본업은 이제부터라고

그러나 피지배자 대부분은 말하고 있다

우리들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살아있는 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견고한 것도 견고한 것은 아니다

변하고 있지 않는 것은 없다

지배자의 말이 끝나면

피지배자가 입을 열 것이다

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그런 말을 하는가?

압제가 계속되는 것은 누구 때문인가 우리들이다

그것을 분쇄시키는 것은? 그것도 우리들이다

얻어터지지만 말고 일어나라!

갈팡질팡 망설이지 말고 싸워라!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면 어떤 방해물이 있겠는가?

생각하라 오늘의 패자는 내일의 승자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오늘 중에라도!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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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6 01:48 2010/01/16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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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16 01:47

커다란 기쁨 

 

옛날에 추구하고 있었던 그림자 따위는 이제 소용없다

나에게는 저 돛대가 가지고 있는 이중의 기쁨이 있는 것이다

숲의 유산에 대해서 해로(海路)의 바람에 대해서 아는 것과

그리고 어느날 나는 결의했던 것이다 이 세상의 빛 아래서

 

나는 감옥에 쳐넣어지기 위해서 쓰는 것은 아니다

백합꽃을 꿈 속에서 찾아헤매는 젊은 승려를 위해서 쓰는 것도 아니다

나는 쓰는 것이다 소박한 사람들을 위해서

변함없는 이 세상의 기본적인 요소들-물과 달을

학교와 빵과 포도주를

기타나 연장류 등을 갖고 싶어 하는

소박한 사람들을 위해서 쓰는 것이다

 

나는 민중을 위하여 쓰는 것이다 가령

그들이 나의 시를 읽을 수 없다 하더라도

나의 생활을 일신시켜 주는 대가여

언젠가 내 시의 한 줄이

그들의 귀에 다다를 때가 올 것이다

그때 소박한 눈동자는 눈을 들 것이다

광부는 바위를 깨면서 웃음을 머금고

삽을 손에 쥔 노동자는 이마를 닦고

어부는 손 안에서 뛰노는 고기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볼 것이며

산뜻하게 갓 닦은 몸에

비누 향기를 뿌린 기관사는

나의 시를 찬찬히 들여다 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틀림없이 말할 것이다

"이것은 동지의 시다"라고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바라는 꽃다발이다 명예다

 

바라건대 공장이나 탄광 밖에서도

나의 시가 대지에 뿌리를 내려 대기와 일체가 되고

학대받은 사람들의 승리와 결합되기를

바라건대 내가 천천히

금속으로 만들어낸 견고한 시 속에서

상자를 차츰차츰 열 수 있기를

젊은이가 생활을 발견하고

그곳에 마음을 다져넣어

돌풍과 부딪쳐 주기를

 

그 돌풍이야말로 바람 센 고지에서

나의 기쁨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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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6 01:47 2010/01/16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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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16 01:38

문학은 철저하게 연구될 것이다

  - 마르틴 아네르센 낵쇠에게  

 

  

1

 

황금의자에 앉아서 글을 쓴 사람들은

다음 시대에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그들이

입고 있는 천을 짠 사람들은 누구였는가 라고

그들의 저 작품은 철저하게 연구되겠지만 그것은

고상한 사상이 아니라 부록에 첨가된 문장이

관심을 가지고 읽혀질 것이다

그것이 옷감을 짰던 사람들의 특징을 추찰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왜냐하면 중요시되는 것은

찬탄의 대상인 저 선조들의 특징이기 때문에

 

일체의 문학

다듬고 다듬어진 그것으로부터도

철저하게 연구되어 파헤쳐내야 한다

압제의 시대에도 봉기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인간을 초월한 존재에 대한 기도가 있었다는 것은

인간 위에서 횡포를 부리는 인간이 있었다는 증거다

세련된 말의 음악은 전해 준다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었다는 것을.

 

 

 

 2

 

그러나 다음 시대에는 찬양받을 것이다

맨땅 위에 앉아서 글을 썼던 사람들이

하층 사람들 사이에서 글을 쓰고

투쟁의 한가운데서 글을 썼던 사람들이

 

그들은 하층 사람들의 고통을 보고하고

싸우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했다

기술을 구사하며 갈고 닦은 그 말은

예전에는 독점되어

전제군주에게 봉사했던 것이다

 

박해를 묘사했던 문장 또는 격문에는

하층 사람들의 엄지 손가락 자국이

남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이야말로

그 문장을 손에서 손으로 건네고 이 사람들이야말로

그 문장을 땀에 젖은 속옷 밑에 숨기고

경찰의 비상경계령의 망을 빠져나와

동지들에게 전해줬기 때문에

 

그렇다 다가오는 시대에는

이 현명한 사람들 우정에 넘치고 넘쳤던 사람들

분노와 희망으로

맨땅 위에 앉아서 글을 쓰고

하층의 투쟁하는 사람들과 어깨를 같이 했던 사람들이

찬양받을 것이다 공공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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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6 01:38 2010/01/16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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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16 01:37

취사장에서 

  (원제 '1917년 여름 스몰니에서 볼셰비키는 민중의 대표를 취사장에서 발견하다.')


혁명의 2월이 지나고 대중이
행동을 정지했을 때
전쟁은 아직 계속되고 있었다 농민에게는 토지가 없고
공장노동자는 압제 밑에서 굶주리고 있었는데
다수에 의해서 선출된 평의회는 소수를 대변하고 있었다
이리하여 모든 것이 구태의연하게 무엇 하나 달라진 것이 없을 때
볼세비키는 평의회에서 백안시당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끊임없이 요구했기 때문이다

총구를 프롤레타리아의 진짜의 적 지배계급에게 향하라고

 

그들은 그래서 배신자로 간주되고 반혁명이라 욕을 얻어먹고
강도 무뢰배 쓰레기라 일컬어졌다 그들을 지도하는 레닌은
매국노 스파이라 불리고 창고에 숨어 있어야 했다
어디를 가나 그들과 눈이 마주치면
상대편은 눈을 돌리고 그들을 맞이한 것은 침묵이었다
대중은 그들과는 별개의 깃발 아래서 행진하고 있었다
장군과 부호와 부르주아지들이 활개치고 다녔으며
볼세비키 운동은 패배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시기에 그들은 끊임없이 활동했다
고함치는 소리에도 당황하지 않고 그들의 편이었던 대중의
공공연한 이반에도 주눅들지 않고
끊임없이 반복하여 새롭고
새로운 노력을 거듭하여
최하층의 대중을 대표했다
그들이 유의했던 것은 그들에 의하면 이런 것이었다
- 스몰니 식당에서 그들은 알아차렸다

 

빵이나 배추나 수프나 차를 건넬 때
집행위원들에게 서비스를 해주고 있는 병사가 다른 누구보다도
볼세비키에게 보다 따뜻한 차를 보다 부드러운 빵을
건네주고 있음을, 건네주면서 병사는
눈을 다른 데로 돌리고 있었는데 그것으로 그들은 인식했던 것이다 이 병사는
우리들에게 공감하고는 있으나 상관 앞에서는
그것을 숨기고 있다고 마찬가지로
스몰니에 있는 하급직원은 모두가 분명히
위병도 전령도 보초병도 그들에게 기울어지고 있었다
이것을 보고 그들은 말했다
“우리들의 운동은 그 반은 이루어졌다”고
즉 이와 같은 사람들의 사소한 움직임이나
발언과 시선과 침묵 그리고 눈의 방향 등이
그들에게는 중요하게 생각되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사람들로부터
친구라고 불리는 것
그것이야말로 그들에게는 제일의 목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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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6 01:37 2010/01/16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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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16 01:35

상어가 사람이라면

 

"만약 상어가 사람이라면 상어가 작은 물고기들에게 더 잘해 줄까요?"

K씨에게 그의 주인집 여자의 딸인 꼬마가 물었다.

 

"물론이지" 하고 그는 대답했다.

 

"상어가 사람이라면, 작은 물고기들을 위해 식물은 물론이고

동물까지 포함된 각종 먹이를 집어 넣은 거대한 통을 바다 속에 만들도록 하겠지.
상어들은 그 통의 물이 항상 신선하도록 할 것이고 어쨌든 각종 위생조치를 취하겠지.

가령 조그만 물고기 한 마리가 비늘을 다칠 경우, 때가 되기 전에
그 상어로부터 죽어나가지 않도록, 즉시 붕대로 싸매 주겠지.
물고기들이 우울해지지 않도록 가끔 커다란 수중 축제가 벌어지겠지.
왜냐하면 우울한 물고기보다는 유쾌한 물고기가 더 맛이 좋거든.
그 커다란 통속에는 물론 학교도 있겠지.
이 학교에서 물고기들은 상어의 아가리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는 법을 배울 거야.

 

그들은 가령 어딘가에서 빈둥거리며 누워 있는 상어를 찾을 수 있기 위해 지리가 필요하게 되겠지.
물론 가장 중요한 일은 물고기들의 도덕적 수련일 거야.
그들에게는 물고기 한 마리가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놓는 것이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과,
그들이 모두 상어들의 말을 믿어야만 한다는 것을,
특히 상어들이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할 때는
그 말을 믿어야 한다는 걸 배우겠지.
물고기들은 또한 복종을 익힐 때만 이러한 미래가 보장된다는 걸 배우게 될 거야.
물고기들은 모든 저속하고 유물론적이고 이기적이고 마르크스적인 경향에 대해
조심해야 하고 그들 가운데 하나가 그러한 경향을 드러내면
즉시 상어들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배울 거야.

 

상어가 사람이라면,
그들은 새로운 물고기통과 새로운 물고기들을 정복하기 위해 물론 서로 전쟁을 하겠지.
그 전쟁들은 그들은 자기들 소유의 물고기들로 하여금 수행하도록 할거야.
그들은 물고기들에게
그들과 다른 상어들의 물고기들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가르칠 거야.
물고기들은 알다시피 말이 없지만, 그들이 서로 다른 언어로 침묵을 지키기 때문에
서로 이해할 수 없다고 그들은 발표할 거야.
전쟁에서 적군의, 다른 말로 침묵을 지키는 물고기 몇 마리를 죽이는 물고기마다
그들은 해조(海藻)로 만든 작은 훈장을 달아주고 영웅 칭호를 수여할 거야.

 

상어가 사람이라면, 그들에게도 물론 예술이 존재하겠지.
상어의 이빨이 화려한 색깔로 묘사되고
상어의 아가리가 화려하게 뛰어 놀 수 있는 순수한 공원으로 묘사되는 멋진 그림들이 있겠지.
바다 밑의 극장에서는 영웅적인 물고기들이
열광적으로 상어 아가리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는 것을 보여줄 것이고
음악은 너무도 아름다워서 그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그리고 악대가 앞장서서 연주하는 가운데 꿈꾸듯이,
그리고 가장 행복한 생각에 젖어서 상어 아가리 속으로 몰려 들어갈 거야.

 

상어가 사람이라면 또한 종교도 존재할 거야.
그들은 물고기들이 상어의 뱃속에서야 비로소 제대로 살기 시작할 것이라고 가르칠 거야.
또한 상어가 사람이라면, 모든 물고기들이 지금처럼 서로 똑같은 일은 없을 거야.
그들 가운데 일부는 감투를 쓰게 될 것이고 다른 물고기들의 윗자리에 앉게 되겠지.
약간 더 큰 물고기들은 심지어 더 작은 놈들을 먹어 치울 수도 있을 거야.
그건 상어들에게는 그저 즐거운 일일 뿐이지. 왜냐하면
그들 자신이 다음에 더 큰 먹이를 더 자주 얻게 될 테니까 말이야.
그리고 더 크고 직함을 가진 물고기들은 물고기들 사이의 질서를 돌볼 것이고
교사와 장교, 물고기통의 건축 기사 따위가 될 거야.

 

요컨대 상어가 인간일 경우, 바닷속에는 비로소 문화가 존재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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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6 01:35 2010/01/16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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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2/01 19:30

썩으러 가는 길
 - 군대 가는 후배에게

 

 

열여섯 앳띤 얼굴로
공장문을 들어선 지 5년 세월을
밤낮으로 기계에 매달려
잘 먹지도 잘 놀지도 남은 것 하나 없이
설운 기름밥에 몸부림하던 그대가
싸나이로 태어나서 이제 군대를 가는구나
한참 좋은 청춘을 썩으러 가는구나

굵은 눈물 흘리며
떠나가는 그대에게
이 못난 선배는 줄 것이 없다
쓴 소주 이별잔밖에는 줄 것이 없다
하지만 철수야
그대는 썩으러 가는 것이 아니다
푸른 제복에 갇힌 3년 세월 어느 하루도
헛되이 버릴 수 없는 고귀한 삶이다

그대는 군에서도 열심히 살아라
행정반이나 편안한 보직을 탐내지 말고
동료들 속에서도 열외 치지 말아라
똑같이 군복 입고 똑같이 짬밥 먹고
똑같이 땀 흘리는 군대생활 속에서도
많이 배우고 가진 놈들의 치사한 처세 앞에
오직 성실성과 부지런한 노동으로만
당당하게 인정을 받아라

빗자루 한 번 더 들고
식기 한 개 더 닦고
작업할 땐 열심으로
까라면 까고 뽑으라면 뽑고
요령 피우지 말고 적극적으로 살아라
고참들의 횡포나 윗동기의 한따까리가
억울할지 몰라도
혼자서만 헛고생한다고 회의할지 몰라도
세월 가면 그대도 고참이 되는 것
차라리 저임금에 노동을 팔며
갈수록 늘어나는 잔업에 바둥치는 이놈의 사회보단
평등하게 돌고도는 군대생활이
오히려 공평하고 깨끗하지 않으냐
그 속에서 비굴을 넘어선 인종을 배우고
공동을 위해 다 함께 땀 흘리는 참된 노동을 배워라

몸으로 움직이는 실천적 사랑과
궂은 일 마다않는 희생정신으로
그대는 좋은 벗들을 찾고 만들어라
돈과 학벌과 빽줄로 판가름나는 사회 속에서
똑같이 쓰라린 상처입은 벗들끼리
오직 성실과 부지러한 노동만이
진실하고 소중한 가치임을 온몸으로 일깨워
끈끈한 협동 속에 하나가 되는 또 다른 그대
좋은 벗들은 얻어라

걸진 웃음 속에 모험과 호기를 펼치고
유격과 행군과 한따까리 속에 깡다구를 기르고
명령의 진위를 분별하여 행하는 용기와
쫄따구를 감싸 주는 포용력을 넓혀라
시간 나면 읽고 생각하고 반성하며
열심히 학습하거라
달빛 쏟아지는 적막한 초소 아래서
분단의 비극을 깊이깊이 새기거라

그대는 울면서
군대 3년을 썩으러 가는구나
썩어 다시 꽃망울로
돌아올 날까지
열심히 썩어라

이 못난 선배도 그대도 벗들도
눈부신 꽃망울로 피어나
온 세상을 환히 뒤흔들 때가지
우리 모두 함께
열심히 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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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1 19:30 2009/12/0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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