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오늘 한 혁명동지가 나를 찾아와
고향의 가족을 만나러 가고 싶다고
1주일간만 휴가를 달라고 했다
나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가 말했다
"우린 이제 혁명에서 이겼지 않느냐?"
내가 대답했다
"우리가 이긴 건 혁명이 아니라,
파쇼와의 전쟁이야.
혁명은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야!"
"..."
사랑하는 가족의 품이 사무치도록
그립다는 걸 난들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시간을 아껴야 한다
가족은 자기 사무실에서 만나도
충분하지 않는가
휴가
오늘 한 혁명동지가 나를 찾아와
고향의 가족을 만나러 가고 싶다고
1주일간만 휴가를 달라고 했다
나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가 말했다
"우린 이제 혁명에서 이겼지 않느냐?"
내가 대답했다
"우리가 이긴 건 혁명이 아니라,
파쇼와의 전쟁이야.
혁명은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야!"
"..."
사랑하는 가족의 품이 사무치도록
그립다는 걸 난들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시간을 아껴야 한다
가족은 자기 사무실에서 만나도
충분하지 않는가
고통
오늘 전투에서
적군을 사살했다
내 손으로 직접 죽인 건
처음이었다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심장을 정확히
맞추려고 애썼다
적이라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죽이지 않는 게 좋다
희망
게릴라로 싸우던 동안에는 물론
심지어 지금까지도
카스트로의 이야기는
내 뇌리에 선명히 남아 있다
당신들은 아직
당신들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서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무기를 방기한 게릴라로서의
지불해야 할 대가는
바로 목숨이기 때문이다
적과 직접 부딪쳐 싸울 경우
살기 위해 의지해야 할
유일한 희망은
바로 무기뿐이다
그런데 그 무기를 버리다니!
그것은
처벌받아 마땅할 범죄이다
단 하나의 무기,
단 하나의 비밀,
단 하나의 진지도
적들에게 넘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나환자촌
칼차키에스 계곡
순수한 신앙이 깃든 하얀 교회
그리고 오래된 돌들이 풍기는 향기
내가 만일 의사가 되지 않았다면
고고학자가 되었으리라
더 있다
보아야 할것이 더 있다
산중에 쓸쓸히 서 있는 오두막
계속되는 굶주림과 수탈
벼룩...
저주받은 것들
사방에 버려진 넝마주이 아이들
허망한 꿈에 젖은 눈동자들
뼈만 앙상하게 남은 팔
영양결핍으로 불룩 튀어나온 배
그리고 아메리카...
나환자들과 맹인들을 치료하며
나병은 전염되지 않는다고 안심시켰다
그들과 축구도 하고 산책도 했다
또 사냥도 떠나 짐승들을 잡아오기도 했다
우리가 나환자촌을 떠날 때
그들이 뗏목을 만들어주었다
그 뗏목에 "맘보 탱고"라고 이름 붙였다
또 송별 파티도 열어주었다
비가 내렸지만, 한 사람도 빠지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강기슭의 나환자촌이 점점 멀어져갔다
손을 흔드는 아마존 밀림 속의 맹인들...
괴테 전기
내 중대에 간호병으로
새로 들어온 여성대원
하이디 산타마리아에게
괴테 전기를 빌려 읽었다
기억해 둘 만한 구절에
밑줄을 쳤다
"극도로 예민한 사람만이
아주 차갑고 냉정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단단한 껍질로 자신을
둘러싸야 하기 때문이다
간혹,
그 껍질은
총알도 뚫지 못한 만큼
단단해진다..."
탐독
올바른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
"해적과 달"은
라스콜리니코프로 가는 길을 열어주었다
엘리샤에서 네루다까지
그리고
열띤 토론은 또 다른 책을 탐닉케 했다
스테판 츠바이크,
보들레르와 세익스피어
엥겔스와 도스토예프스키
크로포트킨과 트로츠키
폴 발레리와 가르시아 로르까
그 외 많은 아나키스트들,
레온 펠리페의 "훈장"
레닌의 "유물 변증법"
모택동의 "신중국론"
사르트르의 "벽"
마르크스의 "경제학, 철학수고"
네루다와 랭보
...
특히,
마야코프스키와
네루다의 시에 탐닉했다
그녀
희미한 불빛 아래
신비로운 환영이 떠올랐지만
그녀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나는 내가 그녀를 느낄 수 없다고
깨달은 이 순간까지도
그녀를 사랑했다고 믿었다
나는 그녀를 떠올리기 위해
그녀를 다시 생각해야 했다
나는 그녀를 위해 싸워야 했고
그녀는 나의 것이었다
나의 것!
나의...
나는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라틴 여행기를 쓰며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동전은
허공에서 돌고 돈다
떄로는 앞면이 나왔고
떄로는 뒷면이 나왔다
인간은 모든 것들의 기준이다
나는
내 입으로 말하고
내 눈으로 보았던 것을
내 자신의 언어로
구체적으로 말한다
가능한 열 번의 앞면 중에서
나는
오직 한 번의 뒷면만 볼지도 모른다
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지만 변명은 필요 없다
내 입은 내 눈이 본대로 말한다
우리의 견해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져
편향되거나 성급하지는 않은가?
우리의 결론이 너무 완고하지는 않은가?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죽어서
아르헨티나의 흙으로 돌아가리라
하지만
그것을 재구성한 사람으로서의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다!
적어도,
나는 과거의 내가 아닌 것이다!
발톱
세계의 자유인들은
콩고에서 일어난 범죄행위를
마땅히
보복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미몽에서 깨어나
새로운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우리는
지난날의 식민지 상태에서는
깨닫지 못한 것들을 비로소 깨닫고 있다
그것은 서구문명의 화려한 무대 뒤에
하이에나와 쟈칼의 날카로운 발톱이
감춰져 있음을,
그 발톱이 가련한 민족들을 뜯어먹고 사는
백인 제국주의자들의 유일한 무기임을
우리는
비로소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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