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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8/13 13:02

뒷 자 리


맨 앞에 서진 못하였지만
맨 나중까지 남을 수는 있어요

 

남보다 뛰어난 논리를 갖추지도 못했고
몇마디 말로 대중을 휘어잡는 능력 또한 없지만
한번 먹은 마음만은 버리지 않아요

 

함께 가는 길 뒷자리에 소리없이 섞여 있지만
옳다고 선택한 길이면 끝까지 가려 해요

 

꽃 지던 그 봄에 이 길에 발디뎌
그 꽃 다시 살려내고 데려가던 바람이
어느새 앞머리 하얗게 표백해버렸는데

 

앞에 서서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이들이
참을성 없이 말을 갈아타고
옷 바꿔 입는 것 여러번 보았지요

 

따라갈 수 없는 가장 가파른 목소리
내는 사람들 이젠 믿지 않아요

 

아직도 맨 앞에 설 수 있는 사람 못된다는 걸
잘 알지만 이 세월 속에
드릴 수 있는 말씀은 한가지예요

 

맨 나중까지 남을 수 있다는... 

 

 

-도종환 님의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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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3 13:02 2008/08/1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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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7/29 23:57

시를 쓰는 마음으로

꽃을 꺽는 마음으로

자는 아이의 고운 숨소리를 듣는 마음으로

죽은 옛 연인을 찾는 마음으로

잊어버린 길을 다시 찾은 반가운 마음으로

우리가 찾은 혁명을 마지막까지 이룩하자

 

물이 흘러가는 달이 솟아나는

평범한 대자연의 법칙을 본받아

어리석을 만치 소박하게 성취한

우리들의 혁명을

배암에게 쐐기에세 쥐에게 삵괭이에게

진드기에게 악어에게 표범에게 승냥이에게

늑대에게 고슴도치에게 여우에게 수리에게 빈대에게

다치지 않고 깎이지 않고 물리지 않고 더럽히지 않게

 

그러나 쟝글보다도 더 험하고

소용돌이보다도 더 어지럽고 해저보다도 더 깊게

아직까지도 부패와 부정과 살인자와 강도가 남아있는 사회

이 심연이나 사막이나 산악보다도

더 어려운 사회를 넘어서

 

이번에는 우리가 배암이 되고 쐐기가 되더라도

이번에는 우리가 쥐가 되고 삵괭이가 되고 진드기가 되더라도

이번에는 우리가 악어가 되고 표범이 되고 승냥이가 되고 늑대가 되더라도

이번에는 우리가 고슴도치가 되고 여우가 되고 수리가 되고 빈대가 되더라도

아아 슬프게도 슬프게도 이번에는

우리가 혁명이 성취하는 마지막날에는

그런 사나운 추잡한 놈이 되고 말더라도

 

나의 죄 있는 몸의 억천만개의 털구멍에

죄라는 죄가 가시같이 박히어도

그야 솜털만치도 아프지는 않으려니

 

시를 쓰는 마음으로

꽃을 꺾는 마음으로

자는 아이의 고운 숨소리를 듣는 마음으로

죽은 옛 연인을 찾는 마음으로

잊어버린 길을 다시 찾은 반가운 마음으로

우리는 우리가 찾은 혁명을 마지막까지 이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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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9 23:57 2008/07/29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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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7/27 00:57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도종환 ‘담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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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7 00:57 2008/07/27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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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5/21 02:00

사랑을 지켜가는 아름다운 간격 - 칼릴 지브란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의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한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는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에 묶어두지는 말라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속에선 자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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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1 02:00 2008/05/21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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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5/21 01:39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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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1 01:39 2008/05/21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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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1/25 02:39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도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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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5 02:39 2007/11/25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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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8/14 14:25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 도종환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별빛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사랑은 고통입니다.
입술을 깨물며 다짐했던 것들을
우리 손으로 허물기를 몇번
육신을 지탱하는 일 때문에
마음과는 따로 가는
다른 많은 것들 때문에
어둠 속에서 울부짖으며
뉘우쳤던 허물들을
또다시 되풀이하는
연약한 인간이기를 몇 번
바위 위에 흔들리는 대추나무 그림자 같은
우리의 심사와
불어오는 바람 같은 깨끗한 별빛 사이에서
가난한 몸들을 끌고 가기 위해
많은 날을
고통 속에서 아파하는 일입니다.

사랑은 건널 수 없는 강을
서로의 사이에 흐르게 하거나
가라지풀 가득한
돌 자갈밭을 그 앞에 놓아두고
끊임없이 피 흘리게 합니다.

풀잎 하나가 스쳐도 살을 비히고
돌 하나를 밟아도
맨살이 갈라지는 거친 벌판을
우리 손으로
마르지 않게 적시며 가는 길 입니다.

그러나 사랑 때문에
깨끗이 괴로워해본 사람은 압니다.
수없이 제 눈물로
제 살을 씻으며
맑은 아픔을
가져보았던 사람은 압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고통까지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것들을
피하지 않고 간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서로 살며
사랑하는 일도 그렇고
우리가
이 세상을 사랑하는 일도 그러합니다.
사랑은
우리가 우리 몸으로 선택한 고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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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4 14:25 2007/08/1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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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8/07 17:32

 

푸른 하늘을

- 김수영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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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7 17:32 2007/08/0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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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8/07 17:25

 

이곳에 살기 위하여

- 정희성


한밤에 일어나

얼음을 끈다

누구는 소용없는 일이라지만

보라, 얼음 밑에서 어떻게

물고기가 숨쉬고 있는가

나는 물고기가 눈을 감을 줄 모르는 것이 무섭다

증오에 대해서

나도 알 만큼은 안다

이 곳에 살기 위해

온갖 굴욕과 어둠과 압제 속에서

싸우다 죽은 내 친구는 왜 눈을 감지 못하는가

누구는 소용없는 일이라지만

봄이 오기 전에 나는

얼음을 꺼야 한다

누구는 소용없는 일이라지만

나는 자유를 위해

증오할 것을 증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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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7 17:25 2007/08/0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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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8/07 11:35

서른에서 마흔몇 살까지
황금의 내 청춘은 패배와 투옥의 긴 터널이었다
이에 나는 불만이 없다
자본과의 싸움에서 내가 이겨
금방 이겨
혁명의 과일을 따먹으리라고는
꿈에도 생시에도 상상한 적 없었고
살아 남아 다시 고향에 돌아가
어머니와 함께 밥상을 대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나 또한 혁명의 길에서
옛 싸움터의 전사들처럼 가게 될 것이라고
그쯤 다짐했던 것이다

혁명은 패배로 끝나고 조직도 파괴되고
나는 지금 이렇게 살아 있다 부끄럽다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징역만 잔뜩 살았으니
이것이 나의 불만이다

그러나 아무튼 나는 싸웠다! 잘 싸웠거나 못 싸웠거나
승리 아니면 죽음!
양자택일만이 허용되는 해방투쟁의 최전선에서
자유의 적과 싸웠다 압제와
노동의 적과 싸웠다 자본과
펜을 들고 싸웠다 칼을 들고 싸웠다
무기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들고 나는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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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7 11:35 2007/08/0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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