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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유니온에서

지난 몇년간 나의 공부 장소로 좋았던 유니온을 주말에 다시 찾았다. 모처럼만에 야외 벤치에 자리를 틀고 앉았다. 웬지 요즘엔 옛날 힘든 시절 열심히 공부했던 그 장소로 다시 돌아가고픈 생각이 든다. 요새 생활이 너무 루-즈하게 굴러가서도 그렇고, 여름엔 도서관에 클어박혀 공부하다 딱 감기 걸리기 십상이란 생각도 들어서다. 오전엔 TA오피스에 들렀더니, 주말인데도 어김없이 필이 나와있었다. 필름관련 잡을 잡았다고 좋아한다. 얼추 석사로써 할 일도 다 끝냈다고.. 요 친구는 대안 미디어 교육과 관련해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번 오스틴 남부에서 시작한 일자리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자랑한다. 그래도 언제나 반갑게 인사를 해주고 많은 얘기를 나눈 녀석이었는데, 학교를 떠난다니 섭섭하다. 그 자리를 뜨고, 이제 이 옛 내 치열한 자취가 남은 학생회관을 찾았다. 2층 테라스가 나의 보금자리지만, 오후 2시까지 해가 들어 있을 수가 없어 아래층의 벤취로 피신해 있다. 월요일에 있을 오써쉽과 필름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이제사 준비한다. 대강 푸코, 바르트, 그리고 쟈넷 스테이거의 오써쉽 이론을 보고 발표 글을 만들려 한다. 이것만 끝내면 6월에 시험 준비에 몰두하기가 수월해질 것이다. 너무 시험 준비를 안해 내심 걱정도 되지만, 마지막 피치를 올릴 준비 중이다. 하루 일정을 빨리 마무리하고 식구들에게 돌아가야겠다. 아침에 우편 배달부가 지나가길래 혹 우리집에 올게 없냐고 물었더니, 기다리던 승준이 보니(Bone) 코믹북 3권이 도착했다. 1주일 내내 언제 오냐고 나를 괴롭혔는데, 생각보다 빨리 와 다행이다. 녀석이 아마 좋아할 것이다. 승준이의 만화책에도 이제 패턴이 생긴다. 예전에 '캡틴언더팬츠" 시리즈를 그리 읽더니만, 요즘엔 보니북이다. 미국 아이들의 시리즈 만화책에 대한 네러티브 구조를 분석하는 것도 재미있는 주제일 것이다. "캡틴"은 특히 두 말썽쟁이 초등생들이 주인공들인데, 고답적인 교장이 아이들의 주문에 흰 팬티만 걸치고 망또를 휘날리며, 외계인들(변기통외계인, 학생주임 외계인, 똥괴물 등등)을 무찌르는 스토리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학교내 훈육시스템을 패러디한 만화책인데, 이것만한 아이들 책을 나도 본 적이 없다. 시간나면 나도 승준이란 보니북 시리즈를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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