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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1997년

1997년과 헤어지는 일은 이렇게도 힘든 일이었다.

 

그 때 난 열아홉 살이었고,

외로움도, 무서움도 많이 타는 아이인 주제에 그렇지 않은 양,

혼자 있을 자리를 찾아 끝없이 헤매곤 했다.

 

그 때 스물여섯의 선배는,

내가 세상에 아무렇게나 내버려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존재였다.

 

그의 존재는,

때로 적막한 기숙사에서 서울로 탈출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했고,

언제나 차가웠던 내 손을 녹일 수 있는 주머니가 되기도 했다.

 

늘 같은 자리에 있었던 그를 두고,

나는 가까이 다가왔다 멀리 떠나기를 반복했다.

아무리 가까이 다가가도 좁혀지지 않던 그 거리를 못 견뎌했으므로....

 

알고 지낸 후, 아마도 처음으로, 내가 먼저, 가라, 고 말했다.

할 말이 많지 않았다.

 

...

 

그리고 난 다시 많이 아프다.

 

그렇게, 힘들게, 1997년의 봄에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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