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꿈.

새벽에 갑자기 아팠다. 오늘 오후엔 돕기로 했던 일이 있는데 그것도 취소했다. 조금만 몸을 틀어도 내장이 다 쏠리는 느낌이 나서 가만히 누워만 있다가 좀전에야 일어나 앉았다. 간헐적으로 통증이 왔다갔다 한다. 대체....

 

 



 

좌린과 비니의 사진가게에서 가져왔다.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술탄 호텔. 그러니까.... 6년 전 이맘 때 난 카이로에 있었다. 그리고, 하루나 이틀쯤 이 술탄 호텔에 머물렀다. 호텔..이라고 하기엔 너무 초라했지. 그 방안에서 나는 앞으로의 여행을 걱정하고 있었다. 첫 여행치고는 힘든 여행지였던 데다가... 전날 보았던 스모그 가득한 대도시의 풍광, 신호와 상관없이 질주하는 차들, 아랑곳않고 그 사이를 지나다니던 사람들, 나이와 상관없이 징그럽기만 한 아랍 남자들. 카이로의 모든 게, 그 날 생각에는 이집트의 모든 게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여행은.. 카이로를 벗어나면서부터 무척 즐거워지기 시작했고.. 룩소르에서 아스완으로 가던 야간열차에서 마주한 열대의 새벽은, 숨을 쉴 수 없을만큼 아름다웠다. 지평선 아래로 저물어가던 태양이, 지평선의 기복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던 광경하며, 끝없이 펼쳐진 지중해 위에 떠 있던 무지개를 만난 기쁨, 알렉산드리아의 풍요로운 해산물들과 꿈의 카타콤, 시와의 작은 오아시스까지... 먼 곳으로의 여행을 꿈꾸게 한, 나의 첫 번째 기억.

 

그 땐 자주 아프지 않았었다. 아프다는 게 뭔지 몰라서, 겁도 없었다. 아무 거나 먹어도 배탈 한 번 안 났다. 그런데 지금은, 어딘가 가게 될 때마다 겁이 난다. 어딘가 말도 안 통하고 불편한 곳에서 또 아프게 될까봐. 그래도 그걸 딛고 또 떠날 생각에 사로잡히는 건, 그렇게도 피하거나 잊고 싶은 게 많기 때문일까? 그러고 보면 난 참 속편한 인간이다. 힘들게 살아가는 다른 이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자꾸만 까미노 데 산띠아고를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한 달하고도 일주일 정도는 더 걸어야 하는 여정인데.. 다람살라의 토굴을 향해 올라가던, 그 때의 기분으로. 그냥 모든 걸 다 잊고 적막 속에 걷고 싶은 거다..

 

여행 끝의 피로와 냄새, 가득찬 배낭, 그리고 꺼끌꺼끌한 발뒤꿈치의 느낌을 무척 싫어하지만.. 

 

한 후배가, 졸업영화 찍으러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지중해로 떠난단다. 졸업영화는 핑계겠거니 한다. 외로움에 지쳤다가 영화를 토해내면, 그건 어떤 모양일까 궁금해진다.

 

마음은 이미, 먼 길을 가고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