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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1

유쾌한 하녀 마리사, 천명관, 문학동네

 

소설집인 줄 몰랐다. 그냥 '소설'이라고만 되어 있길래 장편인 줄 알았지.

게다가 흥미로운 제목하며 표지까지, 난 <고래>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건 데뷔작 <프랭크와 나>부터 실린 소설집이다.

그리고 한 편 같은 십여 편의 작품의 주인공들은 모두

"내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를 되뇌인다.

 

아무도 모른다.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은 다만, 그것이

'눈 깜빡할 사이'였다는 것 뿐.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문학과지성사

 

'나도 사는 일에 어지간히 진력이 난 것 같다. 그러나 이 짓이라도 안 하면 이 지루한 일상을 어찌 견디랴. 웃을 일이 없어서 내가 나를 웃기려고 쓴 것들이 대부분이다. 나를 위로해준 것들이 독자들에게도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작가의 말을 빠짐없이 읽는 편이다. 그것도 소설집이라 치면 첫 한두 편을 볼 때쯤, 본격적으로 맛을 보기 적에 읽는다. 작가도 사람이라 나는 그가 궁금하다. 31년생 할머니 작가는 자신을 웃기려 소소하게 써내려간 것들이라지만, 읽는 내내 나는 감탄한다. 느물느물 막힘없이 흘러가는 문장들 어딘가에 반전도 있고 감동도 있고, 한 30년 쯤 글을 쓰면 그렇게 되는 것인지.

 

작중화자는 거개가 노년층이다. 살만큼 산 사람들의 지난 삶으로부터 현재의 욕망까지를 잇고 뒤섞는 재주가 참 놀랍다. 사람살이 빤하다는 듯, 인간사 치졸함을 죄다 끄집어내기도 한다. 세상에서 이해받기 어려운 삶들에 대해서 조곤조곤 힘을 싣기도 하고. 뭐, 거슬리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난 이 할머니 글솜씨가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내가 구닥다리인가, 한유주 김애란 같은 이들보다 박완서에 마음이 간다. 쩝. 그나저나 천운영 신간도 보고 싶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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