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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이곳마저 CCTV가 설치돼 있어요?

[기자의눈] 이곳마저 CCTV가 설치돼 있어요?
 

  약 2주전 경기도 모 청소년 문화 의집에 ‘청소년인권교육’을 부탁받게 되었고, 인권교육을 하기 위한 여러 준비물을 프린 트하고 자르는 등의 준비과정을 마치자마자 청소년 문화의 집으로 이동했다. 그곳에 도착하 니 십여 명의 청소년들과 담당 간사님이 반갑게 맞이해줬다.

 간단히 담소를 나누고 ‘인권이란 무엇인가’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각각 여 러 그림이 그려져 있는 그림판과 간단한 시트지를 나눠줬다. 그리고 ‘인권이란 각자 받은 그림판의 사물이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재밌어하는 청소년들, 어려워하는 청소년 들, 부담스러하는 간사님들의 모습이 정겹게 보였다. 그리고 청소년들과 함께 유엔 어린이 청소년 권리조약을 함께 살펴보고 읽으면서 우리에게 어떠한 권리가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성적 학대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아무도 우리 몸에 우리 자신이 원하 지 않는 것을 할 수 없다. 곧 누군가가 함부로 우리 몸을 만지거나 사진을 찍거나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을 말하게 할 수는 없다.'  - 쉽게 풀어 쓴 유엔 어린이청소년 권리조약 제34조 (출처 : 인권운 동사랑방)


 이렇게 교육을 진행하던 중, 청소년 문화의 집 벽면을 보게 되었다.


  ‘*주의* 카메라 녹화중’

  이 벽면에만 붙어있는가 싶어서 다른 쪽을 보았다.


‘*주의* 카메라 감시 및 녹화중’

  지금 ‘이곳에서는 카메라로 너희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녹화하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의 문구였다.


 이곳은 바로 ‘청소년 문화의 집’이다. 청소년문화의 집은 쉼과 문화생활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마음 편히 지내기 위해 찾아오는 쉼터이자 교류공간이고 청 소녀/청소년들의 자발적인 모임을 지지, 지원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은 감시 카 메라를 설치함으로 인해 청소년들을 ‘잠재적으로 어떤 범죄 행위를 저지를지도 모르는 자’로 취급하고 있다.

 씁쓸한 인권교육을 마치고 자리를 나오면서 담당 간사님과 운영위원장에게 이곳저곳 에 CCTV가 설치되어있는 것이 청소년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임을 말씀드렸다. 그러자 운영 위원장은 ‘이것은 양날의 칼이다’며 아이들의 인권을 생각하면 설치하지 말아야 하지만, 도난사건이 너무나 빈번해서 어쩔 수가 없음을 강조했다. 도난사건이 문제라면 다른 방법 을 찾아봐야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물어봤다. 하지만 운영위원장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과연 그럴까?

 간간히 발생하는 도난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늘 찾아오는 청소년들을 일상적으로 감 시하는 CCTV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청소년들의 인권을 위해, 청소년들이 보 다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지 지원해야 할 청소년문화의 집에 서 CCTV를 설치해야 하는 걸까. 청소년 인권교육이 무색해지고 민망했던 순간이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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