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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녀'가 될뻔한 오늘 아침

요즘은 글을 쓰다보면 -_- 계속 투정에 불퉁거림이다. 쩝...

 

오늘 아침 있었던 일이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집앞에서 출발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 타자마자 녹취관련해서 뭐가 안된다는 후배의 문자가 왔길래, 답장 문자를 보내느라 정신없었고 그런 와중에 앞 좌석이 비었길래 냉큼 앉았다.

 

그리고 또 계속 문자를 날리고, 한번은 전화통화까지 하고 있는데, 다음 정류장쯤 가다보니 나이드신 할아버지 한분이 버스에 오르고 있었다. 내가 경로석 즈음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통화를 하면서 내 앞으로 오면 일어나야지...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내 옆쪽에 왠 아저씨 한명이 나를 째려보며 서있었다.

 

순간 느꼈다. 이 아저씨에게 나는 나이드신 분 놔두고 자리에 앉아있는 싹수없는 젊은이로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뭔가 아저씨의 대응이 있겠군 생각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 아저씨, 버스에 올라탄 나이든 할아버지를 모셔오더니 내 발을 '툭~' 차면서 앙칼진 목소리로 '일어나!' 라고 말한다.

 

순간 기분이 확~ 상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통화를 마치고 계속 씨부렁거리고 있는 아저씨한테 한마디 했다. "아저씨, 말과 행동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예요?"

 

그랬더니, 이 아저씨 '옳거니 잘걸렸다' 생각했는지 잔소리를 더욱 쏟아낸다.

"나이드신 분이 탔으면 자리를 양보해야지, 여기 경로석이 아닌가? 나같은 사람도 서서 가고 있다가 더 나이드신 분 있어서 자리내드릴려고 하는데, 젊은 사람이 그러면 못써. 너같은 사람은 아마 한번도 자리양보도 안하고 그러고 살고 있을 것이다. 인생 그렇게 살면 안된다.... (그외에도 수없는 말들...)"

 

화나니 개길수밖에... 그 사람많은 버스 안에서 나도 시끄럽게 말했다.

"그렇다고 너라니요. 나이든 분 공경하라고 할려면 젊은 사람도 공경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 아저씨 화가 더 났나 보다. 그래도 다행히 상스러운 욕까지는 섞지 않았다. 그러나 나를 위아래로 싹~ 훑더니... (하필 오늘 옷을 좀 요란하게 입었다) "학생인지 아줌만지 모르겠는데,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라고 계속 잔소리를...

 

옆에 있던 아줌마들도 "그냥 학생이 잘못했다고 하고 끝내~"라고 말한다. 뭐... 똑같이 떠들고 있으니 특별히 누구 편들려고 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방금 자리를 양보한 할아버지가 계속 불편해하는 기색이다. 그제서야 버스 안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내 성질에 여기에서 그치랴. 한마디 또 했다.

 

"아저씨 같이 정의감이 엄청나게 투철한 분이 있어서 이 사회가 정말 좋아지겠네요. 저같은 사람 완전히 나쁜 사람 만들어놓고 잔소리 하시니 뿌듯하신 가부죠?"

 

아저씨, 계속 잔소리 이어짐. "비아냥거리는 것 보소. 니네 부모가 그렇게 가르치더냐?"

 

나는 거기에서 대화를 끊고, 이어폰을 끼고 다른 쪽 창을 보며 아저씨를 무시했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까지 약 10여분 동안 아저씨는 내가 듣든지 말든지 계속 뭐라고 씨부렁 거린다. 나는 계속 무시했다. 그리고 내가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예끼~ 이 못된 것!" 도 내뱉어 주신다.

 

기가 막혀 하면서 '으이그 버스쪽을 향해 *큐를 한번 날려줘?'라고 생각하다가, 그제서야 '개똥녀'가 떠올랐다. 크허~ 개똥녀가 달리 만들어진 게 아니었구나. 모든 것이 다 옳다고 생각하는 어른이 아랫사람 가르치려 들려고 하는 것은 사실 얼마나 피곤하고 짜증나는 일인가. 그런 것이 나보다 좀 더 과격하게 표현된 사례가 개똥녀 아닌가! (물론 개똥 안치웠다든지 세부적인 사항은 좀 더 지탄받을만도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정말 짜증나는 일은 불친절하고 제멋대로의 잣대를 가진 버스운전사 아저씨를 만나는 것과 함께 이 경로우대석을 둘러싼 세대간의 끊임없는 갈등이다.

 

이것을 심지어는 어떤 어른들은 경로석이니까 아예 자리가 비어있어도 앉아있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렇지 않을 경우 그 젊은이는 그 어떤 경우에도, 심지어 그 젊은이가 몸이 아파 앉아있더라도 앉은 순간부터 싸가지 없는 젊은 것이 돼버린다.

 

나는 경로우대석은 말그대로 노약자우대석이지 경로자를 위해 무조건적으로 비워진 자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건 도덕적 관습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고 개개인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 영역일 뿐, 대놓고 비난하고 훈계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또 하나 황당한 일은, 예전에 버스에서 겪은 일인데 아주 건장하게 생긴 40대 남자가 10대 청소년이 자기에게 자리를 양보해주지 않았다고 욕하고 화내는 일이 있었다. 버스안에서는 손아래사람이 손윗사람에게 무조건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이상한 규칙을 제멋대로 갖다 대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버스안에서 나타나는 나이주의의 왜곡비약된 대표적 사례다.

 

이래서 '어른'이라는 것은 정말 싫다. 나도 이제 늙었지만... 아침의 일을 밤까지 곰곰히 되씹으며... 한가지 아쉬움이 남는 일은 청소년들의 경우 민감하게 반응했을 '니 부모가 그렇게 가르치더냐'는 이 주옥같은 멘트에 반박을 해주지 않았다는 것.

 

만약 다시 한번 그런 경우를 당한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예, 우리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어요. 손아래사람을 존중할 줄 모르는 윗사람은 공경할 필요가 없다고!"

 



이건 주제가 좀 다른데... 지난 일요일에 겪었던 일이다.

 

언니와 조카 나현이와 전주 모백화점에 갔는데

조카가 유모차에 타고 있어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열리더니

앞의 한 부부가 아기가 탄 유모차를 먼저 밀어넣고 있는데

문이 닫히려고 하는 것이다.

깜짝 놀란 부부는 바깥쪽 오픈 버튼을 계속 누르고 다시 시도했는데

역시 다시 문이 닫히려고 했다.

센서가 고장이 났나 하면서

우리도 아슬아슬하게 들어갔는데

 

알고봤더니 안에 있던 젊은 남학생 하나가

이 부부와 유모차를 생각해 안쪽에서 오픈 버튼을 누른다는 것이

닫힘버튼을 계속 눌러대고 있었던 것이다.

 

화가난 이 애기 아빠, 얼굴이 벌개져서 학생에게 욕해댄다.

"야이 씨*놈아 *만한 놈아, 개**야, 니가 우리 애기 다치면 어떻게 할라고"

안에 있던 10여명의 사람들이 다 민망하게 계속 심한 욕설을 퍼부어댄다.

학생이 실수로 그랬다는 것을 다 알고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내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툭 내뱉었다.

"아따~ 아저씨, 욕 너무 심하게 하시네..."

그랬더니 아저씨 욕하던 것을 뚝 멈춘다. 계속 얼굴은 울룩불룩 거리더니

자기가 내려야 할 층에서 후다닥 내렸다.

 

아저씨가 내리고 나서야 다른 사람들이 한마디씩 해댄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너무 심하네..."

"저 갓난애기가 더 민망하겠다"

그런 상황을 보면서, '흐흐... 내가 한마디 내뱉길 잘했구나' 생각했다.

 

....

여기까지 쓰다보니...

오늘 아침 위 사건의 아저씨랑 신나게 싸운 것도

이 여파인가보다 하고 생각이 정리가 된다.

'아니다' 싶으면 무조건 내뱉고 보자...

물론, 오늘 오전의 내 행동이 잘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아저씨 문제를 떠나 버스 안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실례를 범한 셈이니까...

그러나, 문제가 있다 싶으면 계속 내뱉어야지... 싸움이 되더라도...

=_= 그게 내가 속안터지고 살길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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