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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힌두교 (에로티시즘)의 이해... 찬디수쿠(1)

여행 막판, 내가 들고다니는 책이라곤 단 한 권 밖에 안남았다. 바로 '힌두교의 이해'. 이번 여행에서 처음 힌두 문화와 이슬람 문화를 접하게 되는 관계로 어행 오기 전에 입문서를 한 권씩 사왔건만, '이슬람교의 이해'는 이미 필리핀에서 어디갔는 지 없어져버렸고 (하지만 페낭에 있는 모스크에서 힌두교를 소개하는 한글 소책자를 주어서 어느 정도는 "이해"했달까...), 이 책 한 권만 달랑 남아있다. 사실 무슬림에 대해서야 한 달 넘게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면서 문화적으로는 많이 보게 된 것 같은데, 힌두교의 경우 인도네시아가 이미 힌두문화권이 아닌 관계로 그냥 사원들로만 접할 수 있을 뿐이다. 뭐, 발리에 가면 또 다르겠지만 말이다.

여하간에, 이 책은 저자에겐 죄송스럽지만 엄청시리 못 쓴 책이다. 같은 말을 반복하고, 하고자 하는 말이 선명하지 않거나 혼란스러우며 비문도 많고 문단 구성에도 문제가 많다. 뭐, 설사 내가 뭘 쓴다 해도 항상 이러니 남 비판할 처지는 않되겠지만... 그래서 읽어 나가기 쉽지는 않지만 어쨋거나, 내가 알지 못하나 알고싶은 것들에 대한 내용이 있으니 읽는 수 밖에.

 

솔로 근교의 사원 찬디수쿠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려다 책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떠든 꼴이 되었는데, 이 사원이 워낙 특징적인 관계로 배경설명이 약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힌두교의 이해"에서 본 바로는, (힌두교는 워낙 폭넓고 변화해가는 힌두 문화의 총체라 할 수 있어서 쉽게 정의하고 설명해내기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최초의 형태는 인도 땅에 이주한 아리아인들의 종교를 큰 축으로 하여 선주민들의 토착 신앙인 애니미즘 등이 혼합된 형태로 발전해온 듯 싶다. 초기 힌두교는 브라만교의 전화 형태로, 카스트 제도와 브라만(사제 계급)들의 신격화, 제의의식의 형식화 등이 심해지면서 민중과 괴리되어갔단다. (이 과정에서 종교개혁운동이 일어나고, 여기서 시작되어 현재 까지 이어져 오는 큰 종교 중에는 조로아스터교와 불교가 있다고 한다.) 선주민 문화의 융합이 더욱 진행되면서 이 지역 종교-문화적 성과들을 집약한 새로운 서사시들이 완성되고, 민중들의 취향이 반영되어가는 과정에서 현재 흔히 알려져있는 3신관의 틀을 잡게 된 듯 싶다. 3신관이라면 세계의 창조자인 브라흐만과 파괴의 성질을 가진 시바, 재생과 유지의 성질을 가진 비슈누라는 3명의 신을 수많은 신들 중의 최고의 존재로 상정하는 것이라고 간단히 이야기할 수 있겠다. 물론 힌두교에는 신이 한둘이 아니고 (토착 신앙과의 융합 과정에서 이러한 측면이 더욱 강화된 듯), 이들이 존재조건을 바꾸어가며 수도없이 출현하고, 이 모두를 포용하고 받드는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나, 여하간에 이 세 신이 이 시기 경 부터 대빵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지난번에 갔었던 족자 근교의 프람바난 사원은 세 신과 그의 탈것들을 위한 거대한 사원군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3신관이 잘 드러난 사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중에도 시바와 비슈누의 존재는 확실히 토착 과정에서 틀잡힌 것이라는 설명인데, 비슈누의 유명세에는 당시 완성된 서사시 '마하바라타'에서 교훈적 존재인 크리슈나라는 아바타로, 또 다른 대표적 서사시 '라마야나'에서 주인공 라마라는 아바타로 등장한 점이 주요했다는 것이다. 시바의 경우는 인도 민간신앙의 특징들이 더 강하게 드러나는데, 그의 종잡을 수 없는 성질과 파괴자로서의 특성 자체가 불가해한 자연변화에 대한 경외심을 기반으로 하는 선주민 (큰 강을 끼고 농경생활을 하는 사람들) 신앙의 특징이 반영된 것이고, 배우신의 존재, 요가 수행자로서의 모습, 그리고 '링가'라는 남근 모양을 상징으로 하고 있다는 점 등이 주요했다고 한다. 사실, 남녀의 성기를 숭배하는 등의 전통은 이 지역 토속신앙에서부터 비롯된 것인데 이 전통이 강하게 투영된 시바신이라는 존재를 통해 힌두교의 핵심적 상징 중 하나로 등극한 것 같

다. 힌두 관련 사원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링가'를 이렇게 이해하고 나니 새로웠다.
이후 굽타 왕조 시기에 들어가면 힌두교가 체계적으로 육성되고, 각 신을 따르는 종파들이 생겨나 발전하기 시작하는 데, 이 중 하나가 시바를 섬기는 셰이파라고 한다. 이들은 "서기 100년 이후 약 1000년 동안 다른 어느 종파보다도 우세한 위치를 차지해왔다. 7세기에서 12세기까지 에로티시즘과 종교를 묘하게 연결시키고, 그것을 각종 의례와 건축물, 조상, 저작 등으로 표현한 것도 바로 이들이었다." (이은구, 힌두교의 이해, p83)

 

에구, 설명이 너무 길었지만, 찬디수쿠라는 사원은 이런 배경 속에서 지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다는 것이다. 인도에 있다는, 에로티시즘으로 유명한 사원에 비하면야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이 사원 역시 상당히 특징적이다.

 

 

첫 번째 피라미드 안에 있는 링가, 요니 부조

 

세 번째 피라미드 앞에 서있는 여러 조각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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