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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4 (일-휴일) 아빠 환갑잔치

수요일인가, 막내 고모가 전화를 하셨다. 잔치 때 케익은 고모가 준비하시겠다고, 그리고 사촌동생들과 축가도 맞추어 올 예정이라고. 그런데, 너희도 아빠에게 드리는 편지를 써서 낭독하면 어떻겠니, 하고...
앗, 이렇게 민망한 일이... 그런 이벤트에 워낙 재능도 관심도 없는 나는 "요새 환갑은 다들 뭐 그리 크게 생각하는 것도 아닌데요"하고 약간 저항해보지만, 고모의 소녀적 감수성과 도덕정 정당성(?)을 이겨낼 힘은 없었다.

소극적으로 계속 고민만 한 채, 바야흐로 잔치 하루 전날. 워크숍이며 오랫만의 하연이와의 만남을 마치고 녹초가 되어 자정 넘어 들어와서 동생에게 말을 꺼냈다. 난감해 하기는 진옥이도 마찬가지. 그래도 컴퓨터를 켜놓고 문장을 몇개 만들어 보지만, 진부하기 짝이 없음에 계속 자책하다가 이래저래 고민이 진척된 김에, 아빠의 60평생을 재구성하는 동영상을 기획하기에 이르렀다.
고등학교 졸업 사진, 대학 졸업 사진, 회사에 막 입사했을 때 사진, 결혼 사진, 나와 진옥이의 첫 돌 사진... 그리고 최근 가족 여행 사진들 까지. 옛 앨범 사진들은 디카로 다시 찍어내고 디지털 사진은 골라내어 괜찮은 음악을 웹에서 찾아 붙여넣기 작업에 돌입. 정말 평범한 개인이 스스로 기록한 사진 자료들일 뿐이지만, 이것 만으로도 꽤나 방대한 사진 중에 쓸 사진을 선정하는 것도 상당한 작업이었다. 게다가, 집에 있는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은 무비메이커가 유일. 처음으로 이 프로그램으로 뭔가 이어붙이기를 시도해보았다. (결국 트랜지션 따위는 넣지 못했지만) 두 시에 시작한 작업은 새벽 여섯 시가 되어 마무리되어, 성당 부터 다녀오려고 일찍 일어나신 엄마의 얼굴 까지 보고 한두시간 눈을 붙일 수 있었다.

급조한 기획으로, 예기치 않게 밤을 새기 까지 했지만, 옛 앨범들을 다시 들춰보며 포토제닉(!)했던 어린 시절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했달까. 작업은 어느새, 아빠에게 드리는 선물이 아니라 나의 과거를 회상해보는 일로 변해버리기도 했다.

여하튼, 잠깐 눈을 붙인 뒤 일어나서 센터로 가서 작은 빔프로젝터를 대여, 광화문에서 픽업한 아빠 차로 미사리 한정식집에 도착, 친척들 맞이하기, 상영, 서로 선물 증정 까지... 비교적 싼 한정식집에서의 한끼 식사는 무난하게 끝나갔다.

다만, 이제 힘차게 뛰어다니기 시작한 한돌 반 배기 첫째 조카의 모습에 겹쳐, 돌도 못되어 막 세상을 떠난 다른 조카의 그림자를 인식할 수 밖에 없었던 건, 정말 어쩔 수 없었겠지...

여하튼, 이제 너도 결혼해야지 하는 도돌이표 노래도 차분히 넘겨 가며,
무거운 짐을 어설프게 내려놓은 듯 한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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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6~20060923 웹일기를 시작하며, 최근 일주일.

20060916 (토) 퍼블릭액세스 전국네트워크 회의 - 청주

별다른 준비 없이, 활동가들과 회의를 하러 가다.
오랫만의 남부터미널. 아픈 기억의 청주 터미널.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의 도청 점거농성 소식을 들으며 민언련 사무실로.

오는 길의 버스에서, 채은이는 여러 고민에 잠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지역의 퍼블릭액세스 운동이 둥지를 틀고 활동가들의 고민이 성숙되고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최근의 회의들은 뭔가 도돌이표? 새로운 사람들, 생경한 환경들...

머릿 속으로도, 실천으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장악하지 못하는 우리의 상황.

* 소장님께 미디액트 활동을 진짜 올해까지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데?" "계속 하지 그래" "사람에 대한 대안이 없으면 아무 데도 못간다."고 들음. 추석이 지나고 다시 이야기하기로 함.

* 한 달이 채 못되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지역을 돌아다닌 듯.
8월 18~19일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워크숍 - 부산
8월 21~22일 미디액트 스탭 엠티 - 청평
8월 25일        전국미디어센터네트워크 회의 - 대전
9월   8일         전주시민미디어센터 개관1주년 기념 토론회 - 전주
9월   9~10일  걸프렌즈 미디어 파워 교육 정리 엠티 - 대성리
9월 16일        퍼블릭액세스 전국네트워크 회의 - 청주

그 사이 사이 열린채널과 관련한 묵직한 일들, 국회에서의 열린채널 토론회로 포럼 두번째, 프레스센터에서의 남미 사회운동과 미디어 국제포럼으로 포럼 세번째를 치러냄. 일에 대해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게 되어 버린 나는 그렇다 치고, 힘이 빠지고 있는 채은이가 걱정됨.

* 꽤 장기간의 동남아 여행을 결심함. 최근의 마이 붐은 집에 있는 가이드북들과 웹을 동원한 여행 상상하고 계획잡기.


20060917 (일) 일요일 오후 출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날.
네트워커에서 본 달군의 팁에 따라, 불여우의 다양한 가능성들에 심취함.
아쿠아 어쩌구로 스킨을 바꾸고,
사전 검색, 스크랩북, 임베디드 다운로드 등의 확장 기능을 설치해봄.


20060918 (월-휴일)  정책실 회의 - 일에 대해 보수적인 나의 관점을 확인하다.

적당한 장소를 찾아 헤매다, 숙대입구 카페에서 몇 시간 정책실의 활동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표현한 시점에서, 또 최근의 이러저러한 상황들 속에서, 미디어운동 정책활동가로서의 상근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채은이의 고민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듯.

이대로라면 너무 지치고 재미도 없어. 나도 못할 거 같아, 하기 싫어라는 표현은, 생경했지만, 가능하고 당당한 것.
사안에 대응하고, 같이 논의하고 떠든 내용들을 정리해주고, 조직하고, 나의 실천에 기반하기 보다 요구되는 것들을 처리하는 이 일이 힘들고 지지치만, 의미있는 활동이라고,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이런 것들을 위해 상근활동비를 받는 정책활동가가 가능한 공적 지원 구조를 만든 것 아니겠냐고, 항상 생각하고, 스스로를 괴롭히면서 5년이나 일해온 내가 조금 바보스레 느껴져서 슬프긴 했지만,
오래 가지 않는 활동이 무슨 의미냐는, 기존의 관성 속에서 스스로를 갉아먹는, 우리 뿐 아니라, 많은 활동가와 조직들의 활동 방식에 전환이 필요하다는 채은이의 말은 너무너무 옳은 것.

다만, 나는 일에 대해서, 상당히 보수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고 머릿속이 정리된 느낌.

* 정훈선배와 채은이, 여섯시 내 고향 팀이 처음으로 동네에서 모여서 술을 마심.


20060919 (화) 전체회의

스탭 간담회(?) 두 번째-명희, 훈진. 서로 이야기를 듣고, 차이를 확실히 확인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다 이해의 과정이라고 할 수도...

RTV 프로그램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 그 논의 속에서 파생되는 더 다양한 고민들...

오랫만에, 요가를 하러 감. 10월 15일 까지로 등록 기간을 미루어주는 선의. 이번 학원의 시스템에, 처음 보다는 조금 더 적응한 듯.


20060920 (수) 휴일

지난 포스트...



20060921 (목)  WING(은성원) 상영회

수경, 혜미, 경화와 오랫만에 저녁에 삼청동으로 나들이.
움 조석순애 감독으로 부터 초대받은, WING (여성성공지원센터, 구 은성원) 교육 수료작품 상영회.

씁쓸함. 말로만 들으면 얼마나 의미있는 활동이고, 좋은 단체인가...
하지만, 사업, 특히 외화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정말 '성공'과 '주도권'에 대한 지향 외에, 여성주의, 미디어, 치유와 생존, 교육에 대한 고민은 어디로 가버렸는지에 대한 것.

우리도, 순간순간 긴장감을 놓지 말자고,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



20060922 (금) 계간독립영화, 닫힌채널 회의

오랫만의 계간지 회의. 여전히, (독립) 영화에 대해서는 오리무중. 하지만, 나의 노력이 투여된 새 책을 기대하고, 다른 책을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는 과정은 재미있다. 수 년간의 액트 발간에서 오는 매너리즘을, 극복은 못하더라도 자극 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독립영화인들과 일하는 것도 오랫만, 특히 감독이나 디자이너와 같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쁨.

닫힌채널에 대한 마음의 부담이 어쩐지 조금 덜어지고,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소위원회와의 면담에 일단 집중해보자.
객관적으로 정세를 파악하고, 전략을 짜들어가면서도,
모두가 지치거나 소외되지 않을, 한발 더 나아가 재미있게 성장할 수 있는 활동을 기획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 회의와 뒤풀이가 끝나고 잠깐 시간이 남아, 오랫만에 영풍문고에 들려 여행 책 코너에 쭈그리고 앉아 별로 맘에 들지도 않는 책들을 넘겨보다 졸기도 하고... 그리고 뭔가 쓸 노트와 맘에 드는 펜을 구입. 결국 여행에 대한 상상이나 펼쳐놓는 공간으로...

* 이 날도 요가학원 출석. 이번 주 처음으로 세 번이나 요가를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 주는 아마 한 번도 못갈수도...


20060923 (토) NO! FTA 미디어제작워크숍

수면 시간이 꽤 길었는데도, 좀처럼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았던 아침.
결국, 준비주체들의 11시 회의에 참석하기는 커녕, 2시 워크숍 시작 전에 겨우 맞추어 출근.
실무를 했다기 보다, 강의를 듣는 시간들이었다.
내가 기획하지 않고, 실무를 거의 다 하지 않는 워크숍에 참석한다는 경험을
올해 하반기가 되어서야 조금씩 하게 된다.

낯설다.
상황이 그런 건지, 나의 주관적인 기분이 그런 건지, 거리가,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생기고 있다.

*평화 대행진 전야제를 계기로 오랫만에 서울에 돌아온 하연이를 광화문에서 만났다.
졸업장을 받고자 했었는데, 또 휴학중. 언제나 처럼, 현장에서, 지금 당장 필요하고 의미있는 역할을 해내는 중.
어쩌다가 미디어운동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너 때문이야라는 말에,
무슨 뜻인지, 기분인지 너무 잘 알겠는걸. 내가 어떤 생각을 할지도 잘 알거라고 믿으면서,
농담 반, 진담 반, 미디어운동 5년 만에, 들소리 방송국 탄상의 숨은 주역이 되다니, 자랑하고 다녀야겠다고 같이 웃었다.

너무 지치지 말길. 언제나, 건강하고 재미있게, 지속 가능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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好きだ (su-ki-da / 2005)

virus님의 [휴일...] 에 관련된 글.


처음 일본인디영화페스티벌 한다고 할 때 부터 보고싶었던거, 라스트 앵콜이래서 꼭 봐야지 했는데 완전 까먹고 있다가, 책상 위에 놓여있는 시간표를 보고 다시 떠올려버렸다.

 

영화 시작 시간까지 아슬아슬, 게다가 끝나고 요가 학원 가면 딱 맞을 시간이라, 약간 무리인 걸 알면서도 서둘러 출발.

시작한 지 10분이 넘어서 표를 팔 수 없다는 걸, 겨우 사정해서 볼 수 있었다.

 

 

앞부분을 보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워...

 

기대했던 영화가, 맞았다.

좋은 호흡, 단정하지만 신선한 느낌.

 

개인적으로는 17세 시절의 느낌과 감성이 34세의 시점에서 많이 쳐저 버려서 안타깝긴 했지만,

그게 또 인생인걸, 그리고, 아예 아무것도 아니게 평벙한 건 아니었으니까. 그 긴장이 좋은거 아닌가 하고...

 

게다가, 역시나, 이렇게 뻔하고 닳은 배우들을 신선하게 다루어 내는 일본 소규모 영화들의 능력이 신기하다.

 

(17 세의 여자아이를 연기한 '미야자키 아오이'는 이미 4세부터 연기를 시작해서 14살에는 낭트영화제 여우주연상까지을 받은 배우로, 최근에는 영화 '나나'의 하치를 연기했고, 현재 NHK 저녁 일일드라마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17세의 남자아이를 연기한 '에이타'는 수많은 청춘드라마의 조연으로 성장해온, 평범하고 반듯하고 조금 비어있는 듯 하고 특별하진 않지만 괜찮은 사람의 대명사. 2006년에만 두 개의 영화와 세 시즌의 드라마를 소화하고 있다. 34세의 남자아이인 '니시지마 히데요시'는 '메종 드 히미코'와 '언페어'로 최근 눈에 자주 띄었지만, 사실은 예전부터 '돌스'라거나 아주 오래 전의 드라마 '악마의 키스'까지도 연기해왔던 배우였다. 그 부드럽고 지적인 듯 하지만 동시에 허무하고 사악한 듯 한 이미지는 사실 첨 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34세의 여자아이를 연기한 '나가사쿠 히로미'는 엄청난 동안으로 보이지만, 버블경제 이전의 아이돌 출신으로, 신비한 동안을 유지하면서 현재는 의미있는 연기자로 인식되고 있는 듯.)

 

 

* 웹사이트가 또, 굉장히 예쁘다. (http://www.su-ki-da.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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