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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대체 어떤 역사적 국면에 살고 있는 것인지...

지후님의 [어제오늘 사이.] 에 관련된 글.

영상에 들어 있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말 대로, 어제 아침 신문들 들여다보고 치가 떨렸다. "비정규직 사실상 정규직 된다" 이것이 동아일보 헤드라인. 기도 안찼다. "非정규직 2년만에 해고 가능 법안 상임위 통과… 차별대우 법적제재 강화;노동계 “총파업” 반발" 차라리 조선일보가 나은건가... 비정규직 법안 통과와 최연희 의원 성폭력 사건으로 뒤덮힌 신문을 보며, 도대체가 어떻게 된 세상인건지... 모두가 열망하면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은 스포츠에서나 가능한 건가. 며칠 전 부터 광화문에는 2002년의 사진들이 화려하게 전시되고, 그 (개인적인?) 악몽을 다시 떠올리기 무섭게 시청이며 청계천 광장에 화려한 무대장치가 설치되고 있다. 철도 노동자들은 철도의 공공성을 위해 파업을 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위해, 미래를 위해 투쟁을 하고 국회에서 조차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보좌관들은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데, 어떤 국회의원은 술 쳐먹고 (술이든 뭐든 사실 별 관계 없지만) 성폭력을 저지르지를 않나, (한나라당의 신속한 대응과 비통해하는 모습을 보며, 지방선거가 목전이 아니었다면 저렇게 까지 했을까 싶어 더 꼴보기가 싫어진다. 그들에게도 관점과 진심이 있다고 믿어야 하나?) 어떤 국회의원들은 악법을 통과시켜놓고 '보호법안'이라고 뻥을 쳐대고 있지를 않나, 주류 미디어는 여기에 놀아나고, 아니 적극 가담하고 있지를 않나... 게다가, 무시무시한 월드컵 쇼의 미망이 무서운 기세로 몰아쳐 오고 있다. 참세상의 영상들을 보면서, 단병호 의원의 분노에, 주봉희 위원장의 울분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결의에 녹아있는 투쟁과 패배의 역사 때문에, 나도 울컥 눈물이 났다. 도대체, 계속 이런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지금 당장, 가장 필요한 일은 무엇일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어떤 맥락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일까? 너무 먼 것 같다. 지금 가지고 있는 소스들이라도 거칠게 편집해서, 열린채널에 액세스 했음 좋겠다. 조금이라도 사람들이 진심을 알 수 있게. 뭔가 바꾸기엔 역부족이더라도, 문제의 본질을 느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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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받는 것에 대해...

내가 이해하는 건 그렇다 치고, 나는 얼마나 이해받으려고 노력했나 하는 생각이 요즘 들어요. 저 그런 성격인 것 같아요. 남들에게 이해받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별다른 소통의 노력 없이 "이해받고싶어" 빔을 타인에게 발사해대는 건 별로 옳지 않다고, 여전히 생각하지만, 이해 받기 위해서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하지 않는 건 단지 게으름의 소치가 아닐까 하고... 얼마 전 이제 알고 지낸 지 10년쯤 된 동아리 친구들과 만나서 나누었던 이야기들 중에 이런 주제가 있었더랬어요. 대체로 그런그런 성격의 친구들이었는데.. 이제는 조금 고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노력하고 있다고 하는...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서일까나, 조금씩 이라도 이해 받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있는 것일까. 혜린언니 포스트를 읽다가, 갑자기 생각난 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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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_칸사이국제공항. 호텔 방에서 목욕이나... (2006. 1.9)

계획만 슬렁슬렁 짜놓은 것이 아니었다. 가방도 제대로 챙겨놓지 않은 채로 잠들어버려, 일어나 허둥지둥 짐을 챙겨넣었다. 가져가는 짐은 기본적인 세면도구와 비상약, 속옷, 여름 옷가지들,샌들, 책 - 론리플래닛 베트남편, 하노이에 별이 뜬다 (방현석), 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 카메라, 핸드폰 (MP3,사전, 계산기를 겸해서),작은 배낭, 간사이쓰루패스 3일권, 항공권, 미리 환전한 달러와 동으로 환전할 한화, 비상용 신용카드 써 놓으면 얼마 안되는 것 같은 짐인데, 여행 내내 배낭은 엄청무거웠다. 오후 비행기인 덕분에, 아침에 일어나서 짐을 싸고도 여유있게 공항에 도착.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길, 수학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일본 학생들의 줄을 만났다. 출국장에서는 어김없이 이동통신사 공항 라운지. 처음으로 엄마에게 빌린 멤버쉽 카드로 SK텔레콤 라운지에 도전! 조금 더 좋은 에스프레소 기계와 맥주가 있다는 거 빼곤 KTF와 비슷하다. 아니, 넓은 흡연실이 있다는 엄청난 매력이 있었다.^^ 인터넷 접속하고 과자 좀 집어먹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가버려 막상 이륙 시간이 아슬아슬... 상당히 서둘러 도착을 해보니, 비행기에 타려면 아직 한참은 남은 분위기이다. 모.. 결국은 예정보다 출국도 늦었고, 자연히 오사카 국제공항 도착도 늦었다. (오는 길에도 그랬다. JAL의 한국<->일본 노선은 항상 이모양일까?) 칸사이 국제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는 꽤 낡은 기종이라 조금 실망이었지만, 이륙하고 화장실에 다녀오니 좌석에 작은 종이 상자가 놓여져있었다. 열어보니 초밥, 크로와상, 쁘띠첼, 예쁜 나무젓가락, 플라스틱 스푼, 작은 간장, 물수건, 일본식 견과류 과자가 들어있었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워 한컷 찍어두었다. (뭐, 그렇지 않더라도 항상 기내식을 찍어두는 습관이 있기는 하다. 촌스럽게스리...)

JAL 인천->칸사이국제공한 구간의 기내식. 종이 박스에 담겨져 있었다.

밥미 맛있다기 보다는, 담아준 정성이 좋아서 열심히 먹었다. 귀여운 간장은 기념으로 챙기고, 삿포로 맥주를 한 캔 얻어마신다. 도착할 때 까지 다 마시다간 취해버리겠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지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곧 도착하겠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창 밖을 잘 보니, 멀리서 도시의 불빛들이 조금씩 보인다. 이미 밤이 된 시간, 창 밖으로 보이는 별을 기대했는데... AMARC 회의를 마치고 자카르타에서 돌아오던 길, 한참 자다가 일어나서 보았던 창 밖의 놀라운 별무더기가 문득 생각났다. 신기하게도,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때 그 별들... 비몽사몽중이었지만, 별 밭을 헤엄치는 느낌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정말이지, 이렇게 준비 없는 여행도 처음이라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오히려 칸사이 지방 계획은 조금 봐두었지만, 베트남 일정은 비행기 안에서라도 좀 세워보려 했는데, 착륙이라니 어쩔 수 없지.. 뭐, 호치민에만 가면 한 달 동안 베트남을 돌아다니던 두 사람을 만날 테니 어떻게 되겠지 하고 생각해버렸다. 비행기가 연착했다. 입국심사도 꽤나 오래 걸렸다. (칸사이 국제공항은, 일본 제2의 국제공항이라고 해도, 수도에 있는 완전 대규모 공항은 아닌 것이었다. 일 하는 사람의 규모는 최소랄까...) 게다가 정말로, 맥주 한 캔 마신 기운이 아직 남아있는데다, 가방은 무겁고, 나는 길치라, 생각 만큼 빨리 움직이지도 못했다. --;; 다음날 출발하는 환승 일정 때문에 무료로 제공되는 숙소인 닛코 칸사이 에어포트 호텔 프론트를 찾아간 게 거의 10시. 원래 계획 대로라면 오늘 체크인을 하고 쏜살같이 나가서 지하철을 타고 오사카의 밤거리를 구경하고 올 계획이었지마, 이미 너무 늦었다. 게다가, 너무 피곤한 것이었다. 안그래도 많이 지쳐 있었는걸. 결국 오사카 방문은 포기. 칸사이쓰루패스 3일권 중 하루 어치가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호텔은 기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훌륭했다. 넓고, 각종 편의용품도 갖추어 놓은 것이, 일본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 작년 큐슈 여행 때 꽤 비싼 숙박비를 내고 묵었던 초소형 비지니스 호텔을 생각하면, 여긴 거의 특급호텔 수준이었다. 이런 트랜짓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JAL의 전략이 이해되지 않지만, 어쨋든 고마울 뿐. 하긴, 트랜짓을 위한 에어포트 호텔의 로망을 한번 쯤 실현해보고파 하는 나 같은 여행자를 위한 아주 확실한 미끼일 수도 있겠다. 대충 짐을 내려놓고 TV를 켜니, SMAP의 싱고군이 우스운 소품을 뒤집어 쓰고 떠들어대고 있다. 앗, 마치 '울트라 맨'을 보는 듯한 이 느낌은 무엇인가... 하지만 뭔가 익숙한 모습들인걸... 아, <서유기>기 시작되었나본데, 정말 어설프구나 생각하는 순간, 후카츠 에리도 등장!! (몰랐으니 더욱 반가웠다. 역시, 후캇짱은 요즘 일본 배우계의 여왕이다. 컴백 드라마 '슬로우 댄스'의 부진에도 아랑곳 없이 삼장법사로 돌아오다니..) 하지만,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대사도 많은 데다가 지나치게 유치한 관계로 오래 봐줄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시간이 아까워 편한 옷으로 갈아 입고 일단 호텔 방에서 나가 보기로 했다. 오사카에 못가더라도 이 동네 번화가라도... 그것도 안되면 편의점에서 맥주나 사다 마셔야지. 지난 일본으로 여행을 와서 그나마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그럭저럭한 가격으로 '삿뽀로'나 '아사히' 같은, 한국에서는 무지 비싼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아니더냐... 방을 나와 괜히 지하철 역에 한번 가본다. 표 파는 잘생긴 총각에게 자문을 구했으나, 역시 오사카 까지 나가기는 "무리자넹~" 그럼 번화가라도? 말도 잘 안통하는 데다가, 이 동네, 번화가란 없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칸사이 국제공항은 인공 섬에 신축된 최신식 국제 공항이라고 들은 것 같다. 말하자면, 영종도에 처박혀있는 인천 국제 공항보다 나을 것도 없다는 이야기. 그렇다고 공항 까지 들어가기는 싫고, 근처에 편의점을 물어물어 찾아갔더니, 주류는 일절 판매하지 않난든다. 결국... 편의점 까지 200미터도 안되는 공항 도로를 산책한 것이 전부. 우울한 나머지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사들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편의점에서 호텔로 들어가는 길에... 2층으로 이어지는 저 통로를 따라 가면 지하철역과 공항이 나온다.

돌아오니 유명한 쇼프로그램에 방금 봤던 <서유기> 출연진이 나오고 있었다. 반 정도는 알아들었을까? 그래도 열심히 구경했다. 할 일도 없고, 깨끗한 화장실에, 모처럼 일본이니, 일본식으로 욕조에 몸을 담그는 목욕을 하기로 했다. 화장실에 재떨이를 두는 센스를 발견하고는 욕조 안에서 담배도 한대 펴주고... 그럭 저럭 칸사이 국제 공항 트랜짓 호텔에서의 하룻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칸사이 쓰루 패스 하루치가 아깝긴 했지만, 최근 너무 달려 피곤했던 터라 이런 아무 일 없는 휴식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던 하루밤.

칸사이 국제 공항과 호텔 사이의 쓸쓸한 도로. 이 날의 여정은 공항, 비행기, 호텔방, 그리고 이 도로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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