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엄마의 몸이 않 좋아져서 더 이상 일하기 힘들 지경이 되고 있다.

아버지가 일을 그만 두신지는 어언 15년. 그 뒤에는 그나마 엄마가 일을 하여

집안 생계를 이어갔다.

 

이제 엄마도 일을 그만두어야 하고, 나와 우리언니가 부모님을 책임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부모님에게는 구조적으로 저임금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딸들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나마 나는 정규직/고임금 노조상근자이니 한동안은 경제적으로

기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다른 곳에서 활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도 경제적인 이유로 여기 있는 상황은 지양하고 싶으니,

언제가 될지 몰라도 나는 이곳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나는 다른 그 곳이 아마도 지금 있는 곳보다는 수입이 적을 확률이

90%이상이 되지 싶다.

 

그리고 우리언니는 37세의 지방대출신의 친절함, 서비스정신은 비범하게

없는(울 언니의 그런 점이 나는 좋다~) 그리고 성질이 더러운 정말 안 평범한

학원노동자이다.

 

문제는 우리언니가 살고 있는 울산에서 내가 살고 있는 서울로 와서

살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 그럼 울 언니가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이다.

모두 알겠지만, 서울에서 지방대출신/ 나이 37세인 여성을 학원강사로

쓸 가능성은 너무도 적다.

 

내가 언니를 책임질 능력도 되지 않고, 더 중요한 것은 교과서에 나오는

자아실현 그런 이야기는 현실과는 정말 맞지 않는 개뼉다구 같은 소리지만

나름 언니도 자신의 직업을 가지고, 작게나마 보람이든 자긍심이든 그런

걸 가지며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살 권리가 언니에게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아무리 둘이 짱돌을 굴려봐도 마땅한 직업이 없다..

 

매일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 팔과 목, 등을 두드리고 있을 엄마와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가사노동을 하고 혼자 밥을 드실 아빠와

(이것도 정말 우울한 일이다.) 이후 언니의 인생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정말 우리 사회는 가족단위에 재생산과 생활을 떠넘긴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여성노동자가 독립적으로 살 수 있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중의 하나인 노동권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는 나날이다..

 

도대체 37세 여성은 어떤 일을 하면서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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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0 23:51 2008/01/20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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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슈아 2008/01/21 10: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7세 여성인 나, 눈이 번쩍. 노동권보장...특히나 여성의 노동권 보장 점점 더 힘들어질 것 같아 한숨이 나와. 휴...

  2. 할멈 2008/01/22 14: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암울하군! 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