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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이 여성부로 간 이유는?

[4호] 그녀들이 여성부로 간 이유는? 호 성 희 | 여성국장 지난 26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 있는 여성부 앞에 그야말로 아줌마들이 모였다. 그녀들은 민주노총 여성연맹 지하철 청소용역노조, 서울대병원 간병인 노조, 전국시설관리노조 고려대 지부에 속한 5-60대의 여성노동자들이었다. 여성노동자는 직업소개소, 용역회사의 중간착취를 거부한다! 이날 오전 서울노동청 앞에서는 서울지역 22개 병원의 25개 간병인 유료소개소 실태조사 결과가 기자회견방식으로 발표되었다. 이번 조사에서 25개 소개소 중 23개가 3만원 이상의 월회비를 받고 있었다. 간병인 소개료를 정하고 있는 직업안정법 제19조 1항과 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월 3만원 이하의 소개료만 징수하도록 되어 있어 이들 유료소개소는 불법으로 과다 징수를 하고 있는 셈이다. 또 유료소개소들은 교육비, 의복비, 신발값 등 입회비 명목으로 7~22만원 정도를 간병인 구직자에게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고령 여성노동자들은 이러한 10~20만원의 비용을 감수하고라도 일자리를 구하고자 하기 때문에 유료소개소는 이런 실정을 악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루 24시간 5만원이라는 안 그래도 저임금을 받고 있는 간병인 노동자들은 간병제도가 부재하고, 고용이 불안정한 현실 때문에 이런 유료소개소의 중간착취를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청소용역 여성노동자의 현실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하철 공사나 학교당국은 청소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지 않고, 용역업체를 통해서 고용하는데, 이런 용역업체의 이득은 그대로 청소노동자들의 저임금으로 결과하고 있다. 여기에 ‘최저가낙찰제’와 같은 용역업체의 선정방식은 청소용역 노동자들에게 저임금과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소중한 나의 일, 정당한 대가를 받고 싶다. 여성노동자는 저임금을 거부한다! 이날 여성부 앞에 모인 여성노동자들이 해결해야 할 공동의 과제이자, 가장 우선적 것은 바로 ‘저임금’ 문제이다. 그녀들은 모두 법에서 사업주에게 그 이상을 줄 것을 강제하기 위한 ‘법정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다. 여성연맹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작업을 거부하고 집회에 참석하였다. 용역업체에서 올해 인상된 최저임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요구하기 위해 투쟁중인 상황이다. 그녀들에게 최저임금은 파업을 통해서 쟁취해야 할 ‘최고임금’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간병인 노동자의 경우 하루 8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1만 6천 원으로 최저임금 2만80원(2003년 기준)에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노동자성 조차 인정받지 못해 최저임금제도 적용에도 제외되어 있는 상황이다. 여성일용 노동자는 안정된 일자리를 원한다! 서울지하철 공사와 오랫동안 용역계약을 맺고 있는 향우용역은 역마다 청소노동자들을 관리하기 위한 남성 관리장을 두고 있다. 대부분의 관리장은 청소반장의 역할보다는 청소업무의 관리 감독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여성노동자들의 채용이나 해고, 역사 전보배치 등의 인사권을 가지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이런 남성관리장에 의해 자행된 성희롱, 성폭력, 인권침해 사례들이 빈번했음에도 여성노동자들은 짤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말조차 꺼내지 못해왔었다. 그러던 중 2002년 성폭력 사건이 향우용역 측에 접수되었음에도, 용역회사는 이를 묵인하였고, 지하철공사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불안한 고용형태가 곧 여성노동자들의 인권침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는 일반적인 성폭력 사례보다 훨씬 심각하고 사업장 문화로 만연되어 있다. 결국 여성노동자들의 불안정한 고용조건은 저임금, 장시간노동, 노동강도강화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성폭력 등의 인권침해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여성부 장관, 철모 쓰고 벙커에 들어가다.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이 이러한데, 여성부의 계획에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어떤 사업이나 예산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여성노동자의 70% 이상이 비정규직인 현실을 감안한다면, 여성부는 적어도 70% 이상의 여성들을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저임금 여성노동자들의 행진’에 참여한 여성노동자들은 대표단을 구성해 이러한 여성의 현실을 ‘증언’하기 위해 여성부 장관 면담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여성부장관은 한미 공동훈련인 을지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바쁘시단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여성들을 비정규직으로 내몰고, 저임금을 강요하여, 일을 해도 점점 빈곤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왔다. 이렇게 여성들을 빈곤하게 하는 조건 자체가 여성들에겐 가장 큰 차별인 것이다. 여성부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다면, 여성부는 ‘여성’을 팔아먹는 신자유주의의 수호자이자 수행자임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여성부 앞에 간 여성노동자들은 이런 씁쓸한 현실만을 확인하고 돌아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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