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오늘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1호] 오늘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유 나 경 | 회원·공공연맹 에피소드 Ⅰ. '나 홀로 여성' 연맹 조직담당자의 활동이라는 것이 대부분 회의에 결합하는 경우가 많다. 지구상에 남녀는 분명히 50:50 비율이라고 하는데 - 정확히 통계를 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 그 회의자리에 여성이 단 한 명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많던 여성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이런 처지는 추측컨대, 연맹 내 대부분의 단위노조가 거의 다 그럴 것이다. 지금은 많이 익숙해져서 무뎌지긴 했지만, 활동초반에는 열이면 열, 나를 제외하고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이 모두 남성활동가들인 경우에는 '어~, 여자가 나 혼자네!'....의도하지 않게 소외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노동조합 내 여성할당제 도입을 아주 단순화시키고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바로 이러한 상황자체가 포함하거나 발생시키는 여러 문제를 고민하면서 출발했을 것이리라! 그 많은 여성들은 수많은 남성활동가들이 노동조합 조직의 주요 결정단위에서 피 터지게 운동을 얘기할 때, 집에서 밥상을 차리고, 애를 돌보고, 시부모를 모시고, 청소를 하고, 장을 보면서... 사회적으로 규정된 가족 내에서 의무를 수행하느라 바쁠 것이다. 공적인 의무나 가정 밖의 일들(직장)과 빈번히 일어나는 심한 갈등을 혼자 감내하면서 말이다. 여성의 총체적 행위가 직장보다 가정이라는 틀에 한정되고 평가되는 사회적 구조 속에서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조차 봉쇄된 채 말이다. 어쩌면 '노동조합은 남자들이 하는 일'이라고 여성의 위치를 아예 노동조합 내에 두고 있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계속 많은 단위노조의 회의참석을 해야 하는데, '나 홀로 여성'이라는 상황 그 자체가 노동조합 내부와 사회전반의 여성문제를 광범위하게 포함하고 있다. 오늘도 나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노조활동에서 자연스럽게 여성할당제를 생각하게 된다. '나 홀로 여성'이라는 상황 속에서 뽑아낼 수 있는 수많은 여성의제와 문제는 일일이 거론하지 않겠다. 여성할당제는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공공연맹은 얼마 전 여성할당제를 도입하여 노조 내 여성의 과소대표성을 해소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 그야말로 단초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에피소드Ⅱ. 남녀적대 "어디 악수나 맘놓고 할 수 있겠어?" - 연맹 내 '이승원 성폭력 사건'이 있은 후 평소 활동하면서 연맹 내 남성활동가들과 반갑게 인사하기 전 꽤 많이 들은 얘기다. 이 밖에도 "혹시 이것도 성희롱 아니야?", "요즘엔 무서워 죽겠어, 성희롱으로 걸릴까봐", "조심해야지~ 술도 편하게 못 마시겠네" 등등...일종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남성활동가 자신들 나름의 의견표시였던 것 같다. 이런 비슷한 류의 대화가 다른 여성과 남성활동가 사이에 오고가는 현장을 꽤 목격하기도 했다. 노조 내 남성활동가들이 운동을 했다고 해서 가부장성이 없거나, 여성의식이 유달리 높은 건 아니다. 사실 기대하지도 않는다. 어차피 한국사회 내에서 자라고 교육받아온 똑같은 남성들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내 남동생이나 오빠, 혹은 아빠가 가지고 있는 여성의식과 하등 다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진짜로 자신들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위와 같은 말들은 굳이 어투나 분위기를 언급하지 않아도 일반 여성들에 대한 적대가 이미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일종의 우회적 표현일 게다. 문제는 남성(활동가)이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어느 순간 그 말은 여성(활동가)들이 남성(활동가)들을 성희롱으로 되려 잡아먹는(?) 존재로 만든다. 남성(활동가)들을 비난하는 게 목적은 아니다. 여기저기서 비슷한 류의 말들을 들으면서 성희롱, 성폭력은 노동자계급의 연대를 해친다는 당연하지만 중요한 지점을 확인하고 싶다. 연맹의 사업과 계획, 노동운동을 같이 걱정하고 논의하던 동지들이 성폭력 사건이 터지자, 남성과 여성의 대립구도로 갈라져 '남녀적대'라는 올바르지 못한 지점에서 대립하는 것이다.(여기서 대립구도를 형성한 주체가 성폭력 피해자라는 생각은 절대금물!) 적어도 같이 노동운동 하는 조직 내에서는, 어떤 경우에라도 남성은 여성의 적이 아니라, 동료이고 동지이다. 그러나 남성이 물리적 힘의 우위, 권력적 위계를 무기로 성을 거래할 것을 강요하는 성희롱을 유발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둘 사이에 일어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계급간의 연대를 해치는 중대한 범죄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 같다. "남성동지여러분! 성폭력, 성희롱에 대한 여성동지들의 문제제기는 남성활동가 때려잡으려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계급간 연대를 해치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남녀적대는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서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은폐되고 확산되는 것이다. 언제나 원칙이 옳다. 성폭력, 성희롱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석과 해결, 가해자의 진정한 반성만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조합 내 노동자계급간 연대까지 해치고 남녀적대 유발하는 성희롱, 성폭력은 있을 수 없는 일임을 분명히 하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