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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여성위 활동보고

사회진보연대 여성위 성매매 관련 세미나 <성매매의 역사와 현실쟁점 토론> 사회진보연대 여성위원회는 지난 9월에서 10월까지, 4회에 걸쳐 성매매를 주제로 세미를 진행하였습니다. 두 차례 정도는 성매매의 역사를 개괄하는 논의를 통해 각 시대마다 성매매를 둘러싸고 제기되었던 다양한 쟁점들, 그리고 국가와 공동체가 성매매를 다루어온 방식들에 대해 검토하였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두 번의 세미나를 통해서는 현실에서의 성매매를 둘러싼 쟁점과 성매매에 접근하는데 있어서의 대안적인 관점과 방안들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더욱이 지난 9월부터 ‘성매매 방지법’이 시행되는 가운데, 어느 때보다 성매매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공방들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세미나 후반부에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성매매 방지법의 의미와 실효성에 대한 일단의 평가, 그리고 성매매 여성들을 포함 성매매의 다양한 행위자들의 요구와 발언이 쏟아져 나오면서 사회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다양한 쟁점들의 의미들에 대해서도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물론 성매매방지법 시행 초기인 만큼 사회적 영향이나 현재 형성된 논쟁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지에 대해서는 향후 지속적인 고민과 토론이 진행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세미나를 통해 진행된 보다 풍부한 고민들은 사회화와 노동, 다음호 기관지를 통해 제출될 예정입니다. 이번 소식지에서는 세미나를 통해 제기된 주요 쟁점과 그 내용들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검토 자료] 1차 - '역사속의 매춘부들'(니키 로버츠. 책세상) 2차 - 매춘의 역사 (번 벌로, 보니 벌로. 까치) 3차 - 성매매의 현실에 대한 각종 자료(세계화와 국제적 여성인신매매, 성매매실태모음, 성매매에 대한 시각과 법적 대책) 4차 - 성매매 시행 이후의 동향 브리핑, 가족법 등 여성부 여성정책 관련 자료 * 역사적 성매매? - 성매매는 필요악? 성매매의 기원에 대해서는, 전쟁의 포획물, 가부장제 사회의 출현 이후 최초의 사유재산 등 다양한 견해들이 존재한다. 어쨌거나 고대사회와 현대사회, 서양과 동양, 시대의 변화와 공간의 차이를 막론하지 않고 성매매가 존재해 왔음은 분명하게 확인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분명한 사실이 성매매가 필요악라는 주장의 근거로 연결될 수 없는 이유는, 각 시대, 그리고 지역마다 성매매의 형태나 범주, 규정에 있어서의 핵심 요건 등은 매우 상이했으며, 이에 따라 성매매 여성들의 지위나 사회 내에서의 지위 역시도 많은 편차가 있었던 사실 때문이다. 여기에는 정치, 경제, 종교, 문화 등과 같은 일반적인 사회적 조건 이외에 주요한 한가지가 변화와 차이의 근거로서 작용하는데, 해당 사회와 공동체에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을 어떻게 규정하는가의 문제가 그것이다. * 여성에 대한 이중잣대 - 이중규범을 문제 삼기 성매매 여성의 지위가 사회의 최저층으로 내려오고, 이들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하는 것은 대체로 성매매를 둘러싼 두가지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하나는 국가와 공동체가 성매매에 대한 통제와 관리를 엄격화하는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여성의 역할이 특정한 영역과 공간으로 제한되는 과정이다. 이는 거리에 나가도 되는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이라는 여성에 대한 이중잣대로 이어지고, 이것이 곧 (남성들의)여성에 대한 이중규범이다. 오늘날 가족을 매개로 행해지는 이러한 구분은 가족이라는 제도가 대중화된 이래로 역사적으로 존재해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성매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발, 비자발, 댓가의 거래 여부 등과 같은 특정한 요건을 중심으로 그를 구성하는 방식이 아닌, 성매매를 둘러싼 사회 전반의 조건, 그리고 여성들의 지위와 역할이라는 관점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에 있어서도 여성에 대한 이중잣대, 이중규범이 재생산되는 사회 구조 전반을 문제삼는 것이 중요하다. * 오늘날 여성들이 처한 조건을 사고하기 우리는 신자유주의 시대 여성의 지위를 열악하게 하는 핵심적인 문제로서 빈곤과 가족의 위기로 인한 이중노동의 강화 등을 주장해 왔는데, 빈곤의 극단으로 내몰린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성매매라는 것은 역사적으로나 현재적으로 새삼스럽지 않다. 이러한 현실은 성매매 여성을 공동체의 외부자로 위치짓는 것 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이중규범과 맞물리면서 여성 내에서의 위계와 분리를 형성하게 한다. 이러한 분리와 위계 속에서 성매매 여성들은 사회의 가장 밑바닥인 빈곤한 여성들, 그 중에서도 최하층에 놓이게 된다. 더욱이 이들의 이러한 지위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만이 아닌데,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의 잣대는 이들이 어렵사리 빈곤의 문제나 포주로부터의 강압적 관계를 해결하게 되더라도 공동체로의 복귀를 어렵게 한다. * 성매매에 대한 접근법들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고 성적자기결정권을 극단적으로 박탈하는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험되었고 실행되는 국가 차원의 정책적 접근들은 통상적으로 금지주의, 합법주의, 비범죄화로 유형화된다. 여기에 스웨된 사례 등을 통해 실행되고 있는 선택적 비범죄화가 세부적으로 추가될 수 있겠다(참고로 선택적 비범죄화가 비범죄화의 변형된 형태라기 보다, 오히려 금지주의가 변형된 형태). 이중 금지주의와 합법주의는 강력한 국가의 통제와 관리에 기반한 제도라는 점에서 동일선상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정책들이 성매매를 해결하는데 효과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점은, 국가의 강력한 단속으로 성매매가 근절되지 않았던 (금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를 포함하여)타국의 사례들로부터 알 수 있다. 또한 이 제도들은 성매매를 둘러싼 사회전반의 시스템을 문제삼지 않고 성매매 행위자(그중 성매매여성 당사자)의 문제로만 문제를 축소시킨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더욱이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없애지 못하고 더 강화시켰다. 비범죄화의 경우 제도적으로 국가가 간섭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앞의 두가지 접근과는 성격을 달리하지만, 호객행위 등 성매매를 위한 적극적 행위들을 규제하는 단서조항을 보아 알 수 있듯, 제도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 방식으로 국가의 관리의 여지를 두는 정책의 일환임이 사실이다. * ‘성매매 여성 비범죄화’ 주장을 둘러싼 논의 이런 가운데 최근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이 법안이 성매매여성만을 처벌하던 과거의 ‘윤락행위방지법’과 다르게 구매자, 알선자를 처벌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진일보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서 나아가 (스웨덴의 사례처럼)성매매 여성들이 피해자라는 관점에 근거해 이들에 대한 비범죄화로 정책이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 또한 성매매방지법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지배적이다. 세미나에서는 이러한 주제가 다소 논쟁적이었는데, 대체로 두가지의 쟁점이 있었다. 하나는 성매매여성의 피해자 지위에 대한 것인데, 구매자-포주(폭력배)-성매매 여성이라는 성매매의 행위자 구도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끊어내고 성매매여성들의 탈성매매를 위한 일차적인 조건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지위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 반면, 성매매여성의 피해자화는 자발, 비자발이라는 성매매의 오래된 논쟁구도를 해체할 수 없으며, 현실적인 대안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권리가 소극적으로 규정되고 지위가 모호해 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다른 하나의 쟁점은 현재의 성매매방지법과 관련되어, 성매매여성의 비범죄화 주장에 대한 것이다. 현재의 성매매방지법이 금지주의의 기반 하에서 성매매행위자 모두를 처벌하는 법리로 구성된 것인데, 행위자 중 하나인 성매매 여성을 비범죄화하자는 주장이 성립될 수 있는가, 현실적으로 설득력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여기에 대해 스웨덴의 사례처럼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하며 긍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대안임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성 성매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구성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매매여성들의 권리의 문제, 이를 위해 그들이 주체화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는 것이다. 성매매방지법 시행이후 ‘집회’ 발언들에 대한 반응들을 보았을 때, 물론 이것은 매우 지난한 과정일 것이다. 주체성을 구성하는데 있어 성노동자(섹스워커) 개념이 최근 많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세미나에서는 성매매여성들이 노동조합과 같은 형태로 결집하여 성매매의 조건과 환경 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스스로 발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한편으로 있었다. 이에 대해 노동자-노동권의 개념으로 접근을 했을 때, 성매매 문제가 사회전반의 시스템이나 여성일반의 문제와 별개로 당사자의 문제로 협소화 될 가능성, 근본적으로 이러한 접근이 성매매를 인정하는 입장에 놓이는 전략이라는 점이 제기되었다. 어쨌든 그 형식과 구체적인 방식이 무엇이든, 성매매여성들이 주체화되고 발언을 형성하는 것, 그를 위해 여성들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시민권을 인정받는 문제가 일차적 과제라는 점이 동의되었다. 또한 앞서 제기되었듯,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접근은 다른 여성들, 빈곤한 여성들, 여성노동자들과의 분리와 위계를 해체하는 방향을 지행해 나가야 한다. * 성매매 문제를 고민하는데 있어서의 난점과 기타 쟁점들 현재 성매매 문제를 고민한다는 것의 어려움은 성매매가 성매매 여성들에게 가하는 폭력과 피해가 되돌이킬 수 없는 종류의 것이라는 점, 그리고 (혹자의 표현을 빌자면 성매매를 노동으로 간주한다면, 한국의 경우 여성 단일 직종으로 최대규모라 할 수 있을 만큼)수적으로 만도 엄청난, 성매매여성들의 당장의 폭력과 착취 앞에서 무기력하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또한 오랜 시간 ‘우리’와는 다른 존재로 이 사회에 존재받기를 강요받아온 성매매 여성들의 요구와 권리를 말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누구인가라는 문제 역시 우리의 고민을 주춤거리게 만들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런 만큼 이번 세미나 과정에서는 우리가 토론을 통해 구성할 수 있는 입장의 성격이 어떤 것인가 자체가 실상 보이지 않는 쟁점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세미나를 통해 사회진보연대 여성위가 성매매문제에 대한 어떤 정치한 입장을 만들기 보다는, 성매매를 둘러싼 쟁점을 정리하고,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드러나고 있는, 우리가 사고하지 못했던 현실적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나갈 수 있는 시작의 계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성매매방지법의 시행과 관련하여 제기되었던 쟁점들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노무현정부의 여성정책 전반의 맥락에서 이 법안의 의미를 분석할 필요가 있는데, 특히나 가족의 해체, 위기에 즈음하여 가족관련 법안이 재정비되는 상황과의 연관성을 면밀히 볼 필요가 있다. - 성매매방지법의 시행이 군산화재사건 이후 여성운동의 각고한 노력에 의해 추동되었다는 점을 전제로 하도라도, 이 법안의 ‘실효성’을 고려한 가운데, 향후 형성될 사회적 합의의 성격과 내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이 법안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도만큼의 효과를 거두기가 힘든 것이 현실적 조건임은 분명하고, 법안 시행을 계기로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논쟁의 장은 활짝 열려 있고, 공창제에서 성매매여성 비범죄화까지 견해들은 극과 극을 달리는 양상이다. 이후 법안 자체의 개정을 포함하여 제도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여론들이 어떤 방식과 내용으로 수렴될 것인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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