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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랑해?!

세번째. 동명이인의 KBS 아나운서 앞으로 오는 펜레터가 오늘로 벌써 3번째다.

첫 편지를 받았을때의 주변인의 충격, 경악, 놀라움, 즐거움 등의 반응과 함께 우수워하던 것도 시들해지고 관심도 떨어진 지금 처음으로 무감정으로 편지를 보게 되면서 의문이 들었다. 

 

발신자는 충남에 사는 40살 김씨. 악필에 맞춤법도 대체로 맞지 않다. 그렇더라도 의사전달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 늘 두장 분량으로 보내는 편지는 내용과 형식에서 일정한 유사성을 띄고 있고 간단한 메세지를 담고 있기 때문인데. "나는 어디에 사는 누구고, KBS2방송국텔레비전 세상은 아침 아나운서 누구누구를 사랑합니다. 저와 결혼해 주신다면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정말 사랑합니다. 너무 이쁩니다"가 주를 이룬다.

 

근데 오늘의 편지는 좀더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담겨있다.

"사진보내주세요. 예전부터 팬이고 지금도 팬입니다. 여행을 가고 싶어요"

 

일방적인 애정표현에도 진도는 나간다. 원래 '사랑'이라는 것이 근거가 없고, 이유도 없고 그러다 돌아서면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지만, 오랜만에 구구절절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만 외치는 프로포즈를 관찰하다보니 역으로 구체적인 근거와 이유가 궁금해진다. 참, 성격도 모나서..

 

처음으로 내가라도 답장을 한번 해볼까 하는 심술궂은 생각도 든다.  "근데 어떻게?"

사랑에 빠져드는 것은 한순간, 이후 그 사랑을 가꿔가고 유지해가는 것에 더 큰 공력이 들기에 자신의 진심을 어떻게 표현하고 가꿔갈지에 대해 스스로 자문할 수 있는 자세는 되어있는지 자못 궁금증이 솟는다.  

 

"도대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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