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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포대기 - 공선옥(2003)

 

진보넷 누군가의 글에서 공선옥이라는 소설가에 대한 글을 읽고 한번 구해서 읽어봤다. 안 그래도 팍팍한 요즘 나의 삶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더욱 더 팍팍해지는 느낌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응시하는 것은 때로는 힘겨운 일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내내 내 마음을 답답하고 아프게 짓누른 것 같다.

 

읽다가 밑줄을 그어 놓은 부분만 적어둔다.

 

돈에 대한 기갈증이 없으므로 돈에 대해 정직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엄마, 박영매 말대로 이런 경우에도 돈이 원수일 수도 있는 것이다. 태준에게도 돈만 있었다면, 경자가 고통받는 일 없이 '부도덕하지만 아름다운 사랑', 아무 탈없이 진행시킬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경애의 전남편과 태건과 화숙이 그런 것처럼. 돈은 얼마든지 생활과 사랑을 멋지게 분리해준다. 가난한 인간들의 불륜은 그래서 더 치명적이다.

 

불화를 하든, 애정행각을 벌이든, 문제는 그들이 가난하다는 것이다. 물질적인 기반이 없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무너지면 대책이 없다

 

다방아가씨한테는 생계가 달린 문제가 희조에게는 무료한 나날 중에 가끔 즐기는 오락이 될 것이다. 희조가 무의식적으로 즐기는 '차 마시는 오락'은 생계가 달린 한 여성으로서는 '자기 존중감의 상실'이라는 대가를 치르는 일이라는 걸 희조는 모를 것이다. 태준이 사랑이라고 하는 것이 경자에게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가 된다는 걸 태준이 모르듯이

 

그래서 지섭은 이제, 사람은 원래 나쁘거나 좋거나, 원래 밉거나 사랑스럽거나, 하지 않고 대상에 따라 나쁘게 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밉게 굴 수도 사랑스럽게 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영매가 기우는 해를 바라보며, "태준이 니가 인생이라고 말해서 하는 말이지만, 인생은 참 힘들고 외롭고 쓸쓸해. 힘들고 외롭고 쓸쓸한 것이 거추장스러워. 하지만 거추장스런 인생도 살다보면 인이 박혀서 그런대로 포근하단다. 정 붙이고 살다보면 살 만한 게 또 인생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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