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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 - 김동춘

 

안식년(저자는 연구년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나도 이런 것 좀 있으면 싶다)을 맞은 김동춘 교수가 미국에 살면서 느낀 이러저러한 생각들을 모아 펴낸 책이다.

 

9.11테러 이후 아프간,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의 꼴통 우경화 경향이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지를 과거 미국의 역사와 정치, 경제, 문화 차원에서 분석하여 가볍게 서술해 나가면서, 바로 미국이야 말로 현대판 제국주의 국가이며 "전쟁"과 "시장"이라는 수단을 통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군홧발을 디뎌야 장사를 하지"라는 말과 같이 "보이지 않는 손도 우월한 군사력이 기반이 되어야 작동한다" 미국은 국내 독점자본의 시장획득요구에 의해 19세기 말이 되어서야 뒤늦게 제국주의 대열에 합류했고, 양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급속히 제국으로 성장했다.

 

그 이후 물질적 풍요는 노동자를 포함한 미국국민들에게 시장근본주의의 환상을 심어주었고, 냉전시대와 광란의 메카시즘을 통해 반공주의 체제를 공고히 하게 된다.

 

거대 자본인 이익집단의 로비에 의해서 좌우되는 미국의 정치판, 1당 2분파라고 봐도 별반 다르지 않는 양당제, 극도로 상업적인 언론에 의해 매일마다 세뇌당하는 사람들, 전세계 석유의 40%를 소비하면서도 현재의 소비수준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는 속물적인 소비지향주의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들, 사고의 기저를 형성하고 있는 극도의 인종적 편견...

 

내가 읽은 책중에서 미국의 실체를 이처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 책은 없었던 것 같다. 반미하면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괜히 책장을 덮곤 했거든.-_-a 책을 읽고 나니 저엉~말 영어공부 하기 싫어진다.

 

[ 책 내용 중 기억에 남는 구절 ]

 

- "조지 오웰은 제국주의와 식민지지배 문제에 대해 영국의 어떤 지식인들보다 솔직한 태도를 갖고 있었다. 그는 영국 중간층이 자신이 누리고자 하는 생활을 유지하는 한, 그것은 국가의 식민지 정복과 착취를 불가피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 "사실 칼 폴라니가 말했듯이 시장은 결코 강제력의 집약체인 국가 특히 군사력이 없이는 작동하지 않으며, 독점과 강제력이 없는 '자유시장'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허구에 불과하다. 미국이 말하는 시장경제란 곧 미국의 군사력이 세계의 모든 저항세력을 완전히 제압한 상태를 의미한다"

 

- "물질주의와 탐욕이 오늘날 미국사회가 안고 있는 빈곤, 불평등, 범죄 등 미국병의 근원이라면, 이 내부의 병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 전쟁병이다"

 

- "역사학자 콜코가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경쟁적인 자본주의이며, 돈 액수만큼의 민주주의이다. 미국의 의회는 기업인들의 대변자들로 구성된 소비에뜨이다'라고"

 

- "어쩌면 미국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서 미국을 따라가려는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은 미국인보다 더 노예적일지 모른다. 과도한 물질적 쾌락을 추구하는 인간, 시장에서 계속 불안한 지위에 놓여 있는 인간은 언제나 억압체계의 공복이 될 준비가 되어 있다. 어느 나라나 예외없이 여러가지 형태의 열등감과 출세욕과 물욕, 자기실현의 야망을 가진 지식인은 독재정권과 파시즘의 가장 손쉬운 먹이감이었다"

 

- "사실 그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지금 누리고 있는 소비수준과 행복을 포기하거나 줄일 의사가 없으며 자신이 누리는 부와 여유를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물론 자국 내의 가난한 사람들과 나눌 의사가 없는 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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