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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부찌와 만나다

1시간 정도 기다린 후 날이 완전히 밝았을 때 부찌에게 전화를 했다. 생각했던 것하고 그의 실제 목소리는 영 딴판이다. 지금 갈테니 한 10분 정도 걸릴 거라고 했다. 하릴 없이 또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러는 사이 그가 오토바이를 타고 도착했다.(이곳의 주요 이동수단은 오토바이다. 심지어 택시까지도) 그는 사진에서 보던 모습보다 훨씬 피곤하고 수척해 보였다.

 

[부찌의 모습]

 

부찌는 1964년 버마의 양곤에서 태어나 양곤대학을 다니던 1988년 학생운동에 가담했다가 2차례 8년여의 옥고를 치른 바 있다. 3번째 투옥을 피해 국경을 넘은 그는 1999년 이후부터 AAPP(Assistance Association for Political Prisoners in burma)라는 단체의 공동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 단체는 버마 국내외의 정치범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특히 이곳 메솟지역으로 들어온 전 정치범들에게 3개월간의 숙소와 식량 등을 제공한다. 버마의 정치범들은 장기간 옥고와 고문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태국이라는 이국땅에서 혼자 살아가는 것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특히 태국어와 버마어는 완전히 이질적이다. 심지어 문자마저도 완전히 다르다. 이러한 언어문제는 버마의 정치범들이 메솟에서 활동하는 데 많은 제약조건으로 작용한다.)

 

부찌가 AAPP사무실로 가기전 아침을 먹고 가자며 티샵(teashop)으로 가잖다. 그의 오토바이를 타고 신나게 달렸다. 메솟은 생각보다 훨씬 작은 소읍이다. 하지만 시장에 가까이 가자 엄청난 사람들과 오토바이들이 힘차게 질주하는 모습은 역동적이었다.

 

[메솟의 AAPP사무실 근처모습]

 

 

내가 아침을 먹었던 티샵은 버마인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이곳에서 살아가는 버마인들에게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곳의 주인은 무슬림이라 TV에서나 보았던 서남아시아 스타일의 음식을 팔았다. 밀가루 떡을 화덕에 넣어 굽고 걸쭉한 국물을 끓이고 들어오는 손님도 많고 하여간 부산스럽다. 처음 먹어보는 이 곳 음식은 그 냄새나 맛이 내 입맛과는 잘 맞지 않는다. 밤새 비행기와 버스를 타고 달려왔기에 혀도 깔깔하다. 음식을 다 먹고 나자 부찌가 큰 보온병의 차를 따라 내게 준다. 이곳 사람들에게 홍차는 거의 일상인 것 같다.(그들은 이 차를 그린티라고 불렀다) 부찌가 카운터에 손짓을 하자 담배 세 개비를 플라스틱컵에 담아온다. 느끼한 음식을 먹고 따뜻한 차에 묵직한 맛의 담배 한대라.. 맘에 들었다.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내가 묵을 게스트하우스로 갔다.(이곳은 메솟으로 넘어온 정치범들에게 3개월간의 쉼터로 쓰이는 곳이다) 이른 시간이라 거의 다 자고 있었지만, 일어나 있는 몇몇 멤버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수많은 사람들 중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어 서로 눈을 마주칠 때마다 미소만 지으며 뻘쭘하게 앉아 있었다. 내가 묵을 방에 배낭을 던져두고 AAPP사무실로 갔다.

 

[내가 묵었던 AAPP의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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