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소고

분류없음 2014/10/15 06:50

1.
 
끝까지 심장 떨리게 하는구나. 이죽일놈의야구. 
살다살다 삼성과 두산을 응원하는 날이 오다니... 아, 야구 몰라요~~
정규시즌 우승과 포스트시즌진출 4팀을 가리는 일 (이라고 쓰고, 사실은 트윈스가 4등을 하는지 안하는지) 종당에는 결론이 나겠지만 이건 좀 심하다. '무진'기행이 따로 없구나. 
 
 
2.
 
오늘 이메일로 도착한 야구인 소식. 
김성근 감독이 진보정의연구소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초대받으셨다.
제목은 "야신 김성근, 9회말 역전의 리더십" 
 


진보정의연구소는 한국의 제도권 정당 가운데 하나인 정의당의 부설연구소인 것 같다. 정의당은 옛날 민주노동당을 떨치고 나간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사민주의 지향 정당인 것 같다. 진보 (progress) 가 급진 (radical) 내지 좌파 (left / far-left) 로 취급당하는 한국의 뒤틀린 정치사회 지형에서 그래도 이렇게 계속 한 길을 고집하는 데가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유의미하다. 사민주의가 옳은지 그른지, 제도정당 운동이 옳은지 그른지를 떠나 대중을 만나기 위한 무언가를 계속 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둔다.
더불어 야구를 겁나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다들 이름은 들어 알고 있을 "김성근"을 초대해 이런 대중강연을 준비했다는 것은 그 시도만으로도 가치있는 활동이다. 더럽든 깨끗하든, 똥이든 된장이든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배우면 된다. 
 


그런데 이 행사 포스터와 소식을 접하고 주최 당사자가 누구인지 알고 난 뒤 문득 의아한 생각이 든다. 마치 청년 실업과 이의 진보적 해결방안을 고민하는 단체에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저자를 불러 강연회를 하는 것과 비슷한 시추에이션이라고나 할까. 

 
김성근 감독은 야구계에 아로새긴 그의 입지전적 경험과 결과로 볼 때 가장 근대적인 인물이다. 나에겐 마치 박정희나 히틀러, 스탈린 같은 인물. 그에게 가장 맞지 않는 방식은 아테네의 민주주의, 볼셰비키의 민주집중제, 가라타니 고진의 제비뽑기다. 그는 권력을 최대한 집중하여 대중의 자원을 풀가동하여 결과를 뽑아내는 가부장적 리더다. 따라서 그는 그가 리더가 될 때 '권력의 집중'을 원한다. 이 집중 아래 개개인 대중이 지닌 자원을 대상화하여 결과를 도출한다. 시스템과 개성? 그는 그런 따위의 것엔 관심이 없다. 그에게 조직력이란 성적 (결과)에 수직비례하는 나중의 값을 지닐 뿐이다.
 


'리더십'을 다루는 자리에 이런 분을 모셨다?
짐작하기엔 섣부른 감이 아직은 많지만 정의당이 생각하는 리더십의 여러 가지 컨텐츠 가운데 이런 것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할 수는 있겠다. 
 
 
3. 
 
롯데와 한화, 기아 등의 세 팀. 감독을 갈아치울 확률이 높다. 김성근 감독을 모시겠다는 말들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데 일이 년 안에 드러나는 가시적인 성적(결과)을 원한다면 김성근 감독 밖에는 답이 없다. 따라서 내가 귀여워해마지않는 이글즈는 제발 김성근 감독님을 모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글즈는 이제 막 2군 팜 시설도 만들었고 미래가 창창한 선수들이 많다. 갈매기로 따지자면 로이스터 뒤로 정을 끊었기 때문에 갈매기 감독이 되셔도 크게 상관은 안하련다. 그런데 김성근 감독이 롯데로 가신다면 -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 2년 안에 짤릴 각오는 반드시 하셔야 한다. 아, 1년이 될 수도 있다. 타이거즈는? 글쎄 잘 모르겠다. 중립. 
 


지금까지 말한 것은 온전히 나만의 생각이다. 당연하다. 

2014/10/15 06:50 2014/10/1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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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꽃개 2014/10/20 14:48 Modify/Delete Reply

    제 생각엔 박정희, 히틀러, 스탈린 모두 나름대로 자신들의 땀과 노력과 열정으로 자기 분야의 지존이 된 사람들인 것은 매한가지인 것 같습니다. 그 자체는,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팩트입니다. 옳고 그르냐의 여부는 차치하고요. 저는 그런 얘기 (옳으냐 그르냐) 를 하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무엇보다 결과지상주의자가 아니라서 더더욱 김성근 감독님 같은 분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과로 말하는 프로야구 같은 시장에서 김성근 감독만한 분도 지금 당장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제가 생각하는 근대-탈근대의 딜레마가 있는데 아무래도 억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겠지요. 나름의 제 방식으로 야구를 즐기려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 뿐입니다. 님의 말씀처럼 김성근 감독이 정의를 대변할 수 있을지 그것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회의적입니다. 만약 정의 또한 결과로 말하는 것이라면 아주 조금은 긍정적으로 바라볼 순 있겠습니다.

  2. 꽃개 2014/11/06 02:26 Modify/Delete Reply

    * 어떤 분이 덧글로 --- 김성근 감독은 자신의 땀과 노력과 열정으로 지금의 것을 이룩하였으므로 김성근 감독을 박정희, 히틀러, 스탈린 따위에 비교한 것은 과하다고 하셨(었)다. 지금 와서 보니 그 분이 자신의 덧글을 지우셨다. 덩그라니 남은 위의 덧글이 "대단히 외톨이같아 보이므로" 지금 또 다른 덧글을 다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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