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공통점

분류없음 2015/03/30 02:35

한국과 이 나라에서 겪은 공통점들, 물론 많지만 그 중에서 또 하나 최근에 겪은 것.

 

성차별을 주제로 이야기하거나 성폭력 등 젠더불평등 이슈를 다룰 때 아저씨들이 너무 많이들 자기 이야기를 하신다는 거다 (아니면 입을 아예 꾹 다물고 있거나: 수동공격성 Passive-Aggresiveness). 

 

대체로 현재 성차별은 과도하게 규정되었다거나 혹은 역차별이거나 근육 중심의 남성-감성/모성 중심의 여성 등 태생적인 것으로 돌리거나. 성폭력의 경우 여성들을 위시로 한 피해자들이 너무 민감하다거나 피해자들 탓도 있다, 남자도 성폭력을 겪는다 등으로 프레임을 흐리는 경우. 

 

***

 

지난 주에 워커스액션센터에서 두 달에 걸쳐 격주로 개최한 회원대상 교육프로그램을 마쳤다. 


첫째, 이 나라 노동자들의 저항의 역사와 워커스액션센터의 성장과 역사,  
둘째, 노동법과 인권 및 노동자가 작업장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셋째, 이 나라의 정부 체계 (연방-주정부-시정부)와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고 향상하기 위해 각 정부를 상대로 어떻게 싸울 것인가, 
넷째, 작업장 재해와 이의 대처. 어떻게 우리의 커뮤니티를 다양성을 존중하는 커뮤니티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프로그램을 모두 공히 이수하였으니 이제 리더십트레이닝프로그램에 등록하면 된다. 한국어로 표현하면 ‘선진노동자를 위한 교육강좌’ 정도 되려나?

 

둘째, 넷째 세션을 경과하면서 주 정부에서 규정하여 정책으로 채택한 Ontario Human Rights Code를 자세히 배우게 됐다. 연방정부에서 채택하는 Human Rights Code가 따로 있고 각 주마다 Human Rights Code를 또 따로 채택한다. 내가 살고 있는 주정부에서 규정한 바에 따르면,


-    Race 인종
-    Colour 피부색
-    Ancestry 혈통
-    Place of origin 출신지역
-    Citizenship 국적; 이민법에 따른 체류신분
-    Ethnic origin 민족이나 전통을 드러내는 출신
-    Creed (religion) 종교
-    Receipt of social assistance (applies only to housing situation) 최저생계비 지원 등 사회보장혜택을 받는지 여부; 집을 구할 때 차별을 당하면 적용 
-    Sexual orientation 성적 정체성/지향 
-    Marital status 결혼유무 혹은 혼인상태를 드러내는 여부
-    Family status 가족 구성 형태, 가령 싱글맘, 싱글대디
-    Record of criminal offence (applies only to employment and you must have been pardoned) 형법상 범죄 기록,  일을 구할 때에만 적용되며 반드시 사면을 받아야 한다. 
-    Age  나이 
-    Disability 장애 
-    Sex (includes being pregnant, sexual harassment) 성. 임신여부에 따른 성차별, 성추행도 포함
-    Gender identity and gender expression  성별 정체성 및 이에 따른 표현   


위의 17가지를 이유로 어떤 사람이 기회를 박탈당하거나 핍박을 겪는 등 차별을 당하면 그 사람은 ‘보호받을’ 수 있다. 즉 Human Rights Committee에 제소하여 시정을 요구하고 민형사상 다툼을 통해 보상과 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론상 그렇다. 피해를 당한 사람은 그것을 증명해야 한다. 가령 직장 상사 혹은 직장 동료가 A가 트렌스젠더라는 이유로 A를 직무에서 배제하거나 불링 (따돌림)을 조장하면 그 근거를 마련해 소를 제기한다. 메모, 이메일, 녹음, 손으로 휘갈겨 쓴 낙서, 농담 (증인),  페이스북... 모두 증거로 쓰일 수 있다. 

 

***

 

사달은 위의 Human Rights Code 과 함께 주로 진보적인 진영/사회서비스 영역에서 채택하는 Anti-Oppression Approach를 배울 때 시작됐다. 이 접근법에 따르면 남-여 젠더 구별에 따라 전통적인 성역할을 강요하고 상대편 성을 차별하거나 억누르는 것을 Sexism (성차별)으로 규정한다. 특히 이 성차별은 사회적으로 암묵적으로 조장, 강화되기 마련이다. 사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부분이다. 가령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난망함을 비유하는 "유리천장 (glass ceiling)"은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이지만 이것을 헌법에서 보장하거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것으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존재한다. 

 

인종주의 Racism, 나이에 따른 차별 Age-ism 이 너무 억울하다는, 자기는 그것 때문에 여전히 비정규직을 전전하고 있다고 억울하다고 말씀하신 남미 출신의 아저씨 이민자께서 갑자기 성차별은 어쩔 수 없는 것이란 똥변을 쏟아놓으셨다. 예컨대, 건설노동자는 무거운 연장을 써야 하는데 근육질의 남성과 연약한 여성이 있을 때 고용인은 누굴 고용하겠느냐, 누구의 자격 (qualifications) 을 더 인정해줘야 하는 거냐, 며 똥변을 계속 쏟아부으셨다. 심지어 남성과 여성이 일하는 속도와 강도가 다른데 동일임금을 주면 안된다, 는 똥변도 쏟아져나왔다. 

정말이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질문이다. 무식하다. 사실 이런 류의 질문은 답변할 가치조차 없다. 너는 차별을 받아도 싸, 계속 그렇게 살다 죽어, 그러니까 네가 아직도 비정규직에 최저임금을 벗어나지 못하는 거야, 성차별이 정상인 네가 태어난 나라로 도로 돌아가, 네가 떠드는 "자격 (qualifications)" 이란 말이 바로 너를 차별하는 말로 쓰인다는 걸 왜 모르니... 뭐 이런 억하심정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떠들면 곤란하다. 참가자들의 얼굴표정이 미묘하게 바뀐다. 3일 밤 감기를 앓던 차라 이마가 지끈지끈. 

 

한국이나 이 나라나, 자기 자신을 너무너무 사랑하느라 자기 자신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 특히 아저씨들에게 - 씨스젠더 남성들에게 이런 경향이 많이 두드러진다. 나는 되고 남은 안된다는 심보다. 나는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남은 내 알 바 아니라는 심보다. 홍준표 저리가라. 

 

***

 

일반적인 Human Rights Code 를 토론할 때에는 별 이견이 없었다. 아무래도 정부에서 정한 것이다보니 그렇겠지. 그런데 Anti-Oppression Approach 로 넘어가면, 이견이나 말도 안되는 질문이 왕왕 있었다. 비단 워커스액션센터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이견이 발생하는 이런 상황이 나쁜 것이냐, 물론 그것도 아니다.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겠는가. 

심화트레이닝도 아니고 직업상 능력을 계발하기 위한 자리도 아니고 보통 사람들이 모여 노동자의 권리를 향상하기 위한 관심사를 나누는 자리니 크게 문제될 것도 없지만 나는 어쩐지 피곤했다. 

내가 누굴 무식하다, 고 말할 처지도 아니고 그럴 형편도 아니지만 어쩐지 박근혜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스티븐하퍼 같은 저질이 이끄는 보수당이 집권당이 되는 이유를 알 것 같아서 몹시 피곤했다. 

 

  

쓰다보니 수동공격성을 다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밤 정도에. 

2015/03/30 02:35 2015/03/30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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