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할시간

분류없음 2015/04/07 23:10

별의별 일을 겪는 사회복지사로 혹은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 (Social Workers; Social Service Workers) 은 대체 자기 자신들을 어떻게 단련할까. 프론트라인에서 서비스노동,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들을 어떻게 단련할까. 슬픔, 애도, 상실과 같은 감정소모를 많이 하는 노동자들은 대체 자기 자신들을 어떻게 단련할까. 또, 비영리분야 (NPOs) 혹은 운동단체 같은 곳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은 자기 자신들을 어떻게 단련할까. 

 

번아웃 (Burnout)을 방지하기 위한 개인별, 직군별 대처방안이 있겠지만 나의 관심은 대체로 사회공공영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 프론트라인에서 민원을 직접 대하는 사람들, 병원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가 있다. 아무래도 현재 나의 일이 그런 분야라서 그렇겠지.  

 

작년에 클라이언트 두 명이 연달아 죽는 사건을 겪은 뒤로 이 문제의 해법이 더더욱 절실해졌다. 물론 객관적으로 말하건대 나는 아직 그 단계 (Burnout, Compassion Fatigue) 의 지경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점점점 조금씩 소진하고 있는 모양이다. 즉, 소진할 게 더 남았다는 말?!

 

종종 하는 말로 셀프케어 (Self-Care) 라는 말이 있다. 이 용어가 지니는 정치적 함의나 옳고 그름의 여부는 차치하고 --- 나는 나를 케어하기 위한 방법,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음악을 찾아 듣고, 간혹 침을 맞거나, 관련 글, 도서를 찾거나 동종업계 다른 사람들의 개인 포스팅, SNS 등을 참고한다 참고하려고 애를 쓴다.

 

아무래도 회사에서 제공하는 카운셀링 서비스에는 한계가 있다. 북미대륙 방식, 유러피안 방식에 익숙한 것이다보니 동아시아에서 자고 나란 내가 그 방식에 맞추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말씀이다. 그렇다고 그 카운셀링이 아예 쓸모가 없느냐, 아예 그런 것도 아니지만 꼭 도움이 되었다, 라고 말하기엔 허무한 면이 없지 않다.

 

그 와중에 이글 저글 이책 저책을 타고 가다가 Karen Messing이라는 양반을 발견했다. 이 양반의 작업 분야는 나의 (현재) 관심 분야와 꼭 일치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아픔 (산업재해 혹은 직업병의 양상) 을 분석하거나 그 아픔을 시스템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젠더적 관점을 견지하는 데에는 일견 도움이 될만하다. (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러다가 알아낸 것. 한국에서 이 사람 책이 번역 출간 됐다. 짜잔 ~~~

반쪽의 과학 일하는 여성의 숨겨진 건강 문제

 

꺅. 물경 30,600원이나 한다. 대학 교재임에 틀림 없어. 아니면 납품이나 우수도서 선정을 목표로 만든 책인가? 원제는 One-Eyed Science: Occupational Health and Women Workers, 원서값은 페이퍼백이 $41.36이고 하드커버도 $60.40. 뭔가 출간한 지 꽤 된 책인가 싶어 들여다봤더니 1998년에 나왔고 한국에서는 2012년에 나왔다. 그리고 한국어판 역자의 이름에 낯 익은 듯, 익지 않은, 익은 것 같은 이름이 있다. 아, 반가워. 반갑고도 슬프다. 복잡한 기분이랄까.

 

지난 밤에 오버나이트 근무를 하면서 이 사실을 발견하고 한동안 흥분상태를 진정하지 못했는데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어제 그 상황에서 내가 그럴 이유가 하등 없었다. 아, 슬프다. 아스트랄하다고 해야 하나.

 

직장 동료가 알려준 최진실의 죽음에 관련한 트라우마 아티클에 대해 포스팅을 하려다가 아스트랄한 기분을 먼저 정리해본다. 그건 다음 번으로 미루고, 일단 나는... 지난 밤에 일을 했으니 이제는 자야할 시간. 이게 바로 셀프케어.

 

* 작년에 나온 Karen Messing 의 또 다른 책 Pain and Prejudice

 

 

 

 

 

2015/04/07 23:10 2015/04/0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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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앙겔부처 2015/04/11 09:26 Modify/Delete Reply

    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구 주디스 허먼의 트라우마를 읽을라는 참인뎅.. 기회 닿는대로 이 책도 봐야긋다
    셀프캐어 좋네요 잠이 보약이야

  2. 꽃개 2015/04/12 15:38 Modify/Delete Reply

    주디스허먼의 책 읽으시면 나중에 쉐어해주세요. 꼭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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