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들야그

분류없음 2015/05/02 16:22

교회친구가 올린 페북 글 보구 뜨아 - 

 

 

72년 동안 같이 산 90대의 두 할매가 마침내 결혼식을 올렸다. 미국 아이오와 주에서 있었던 작년 9월의 이야기. 이 기사를 갑자기 왜 링크했나 했더니 일요일에 교회에서 뭔 이벤트가 있는 모양이다. 이 할매들을 직접 모실 리는 만무하고 아마도 할매들의 사진을 벽에 거는 이벤트 같은 걸 할 모양. 두 할매의 연세로 보아 각각 18, 19 살 때부터 함께 파트너쉽을 이룬 듯한데 징하디 징하다. 72년을 함께 하다니. 

 

2010년에 본 다큐멘터리가 생각나 급 검색. Edie & Thea: A Very Long Engagement (이디와 ㄷ시아의 길고 긴 약혼)

 

 

 

 

1962년에 만난 이디와 ㄷ시아는 밤맞도록 춤을 같이 추고 서로를 알아가던 중 커플이 된다. 스톤월 투쟁을 포함해 42년의 생사고락을 함께 한 두 할매. ㄷ시아가 병에 걸리고 함께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둘은 결혼을 결심. 이 영화를 찍던 당시 뉴욕 주에서 동성결혼은 불법이었다. 2007년, 둘은 캐나다 토론토로 날아가 시청에서 소박하게 결혼. 영화는 이 할매들이 함께 한 "삶"을 보여준다. 그들이 함께 찍었던 과거의 사진들과 할매들, 할매 친구들의 나레이션. 그 둘이 처음 만난 1960년대 뉴욕의 풍경과 당시 성소수자들의 생활이 어땠는지... 그리고 마침내 휠체어에 의지해 토론토로 날아가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까지. 

 

 

이 도시에서 열린 2010년 LGBT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보곤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 GV에 나타난 감독은 ㄷ시아 할매가 돌아가셨고 이디 할매는 미 전역을 돌며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해 진력하고 계시다는 소식을 전해줬다. 그 뒤 이디 할매가 어떤 투쟁을 했는지는 위키 참고

 

 

한국에서 이런 장면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는 무망한 것일까. 내 생에 볼 수 없다 하더라도 곧 올 미래에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 것도 무망한 것일까. 아니야. 희망만은 바람만은 품어볼 수 있지 않나. 결혼이란 제도 그 자체를 동의하는지 여부는 차치하고 결혼이라는 것을 (이혼을 포함해서)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것들을 -- 적어도 할 수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다가 정신을 차리고 이디 할매가 ㄷ시아 사후 어떤 투쟁을 했어야만 했는지 복기하고는 이성애-교회-자본가 집단이 동성결합을 반대하는 그 이유를 다시 되새긴다. 어쨌든 그래도 남들이 하는 건 적어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최종적으로 하든지 말든지 그것은 당사자들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다.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것은 천양지차. 물론 니덜이 하지 말란다고 안 할 우리들은 아니지. 저 할매들처럼 말야. 

 

 

 

 

2015/05/02 16:22 2015/05/0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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