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씻어라

분류없음 2015/06/15 13:43

"삼시세끼" 궁극의 인간 버라이어티. 케이블을 포함, 북미의 티비를 보지 않는 내가 봐도 "먹는 일을 알아서 해결"하는 이런 류의 궁극적인 예능은 기상천외하다. 아마 그럴 것이다. 더구나 보기에 좋은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이 아궁이 앞에서 불을 때어 밥을 하고 국을 끓이며 심지어 화덕을 만들어 빵을 굽는다.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생활이자 또 한편 지속가능한 놀이. 단, 그것이 생활을 보장할 때에. 이런 "기본"을 상품으로 전환한 비상한 기획력이 놀랍다. 아마도 나중엔 화장실에서 똥을 누는 것까지도 상품이 되리라.

 

이서진이 자다가 일어나 손도 안 씻고 반죽을 치대는 장면에 기겁했다. 잠을 자면서 그 손으로 무엇을 했을지 나도 모르고 당사자도 모를텐데 이제 막 일어난 것이 분명한 그는 일어나자마자 반죽을 맨손으로 치댄다. 피디는 아마도 그의 "반죽"으로의 몰입을 극대화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시청자로 하여금 그 몰입에 공감하도록 애쓴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나는 이 장면에 그만 무너졌다. 모르겠다. 섭씨 백도가 넘는 화덕에 들어가면 어차피 '살균'이 될텐데, 하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도. 하지만 나는 결과보다 과정을, 절차와 프로토콜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라 그들에게 도저히 공명할 수 없었다. 그들이 만든 텃밭, 아궁이, 비닐하우스, 밍키와 잭슨의 어울림까지 모든 것을 부정하게 만든 계기였다면 과도하려나. 이어지는 빙수 장면. 커다란 볼에 너댓이 수저를 넣어 휘저으며 함께 먹는다. 맛있단다. 좋단다. 맙소사.

 

 

*폰에서 쓰면 텍스트가 주르륵 붙어버린다. 이유가 뭘까. 오늘 (로컬타임으로 6월 15일) 다시 들어와 고쳤다. 

2015/06/15 13:43 2015/06/1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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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15/06/16 12:00 Modify/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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