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교회

분류없음 2015/07/2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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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몇몇 페이스북 친구들 계정에서 많이 퍼진 것 가운데 하나.

 

 

2년 전에 일어난 일이다. 앨버타 주의 캘거리에서 한 백인이 택시를 탔다. 택시운전사는 이 나라 여느 택시운전사들처럼 남아시아에서 이민온 사람. 백인 손님이 맥도날드 같은 데에 들르자고 했다. 운전사는 그러마 했지만 곧 택시요금이 오바할 것 같다고 했다. (백인은 회사에서 제공한 일종의 바우처 같은 택시칫으로 택시를 탔다) 백인이 다짜고짜 욕을 하는데 개새끼소새끼 그런 욕은 껌이고 인종차별적 언사가 마구 튀어 나온다. 씨바니미조또니나라로돌아가옘비 뭐 이런 식. “you son-of-a-bitch, you f—ing  c—sucker, go back to where are from” and, “what, are you going to f—ing going to do, strap a bomb to your body, huh?” 이게 고스란히 녹화되었고 언론이 이걸 최근에 다뤘다. 방송국은 이 백인의 이름까지 밝혔고 남자가 일하는 회사로 찾아가 인터뷰까지 했다. 그리고 그 백인은 회사에서 짤렸다. 경찰은 이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봄에는 꽃개가 살고 있는 도시의 축구 경기장을 찾은 한 남자 사람이 (물론 백인이다) 생방송 중계 중인 여성 리포터를 성희롱한 것이 고스란히 방송을 탔고 그 남자는 연봉 1억 원의 직장에서 결국 짤렸다.

 

 

캐나다에서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고 (강간이 아닌) 성희롱만 해도 사람의 밥벌이를 끊을만큼 정의로운 나라이구나, 하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끔 봤던 뭐냐 그 프로그램 이름 생각이 안 나는데 미녀들의 수다랑 비슷한 컨셉인데 왜 세계 곳곳 여러 나라 남자 (주로 백인) 사람들이 나와서 각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토크쇼, 아니 참 제목이 뭐야... 암튼 캐나다에서 건너 간 남자가 (물론 한국인이 써준 대본대로 하는 거겠지만) 간혹 캐나다에 대해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을 볼 때마다 이건 뭐야...

 

 

물론 캐나다에는 엄연히 차별금지법이 있기 때문에 저런 사람들이 공개되면 당연히 제재를 당한다. 제재를 안하면 법을 집행하지 않는 게 된다 -- 이유는 간단하다. 법이 있기 때문이다. 인종차별, 성차별, 장애인차별, 호모포빅 발언 등을 한 것이 공개되면, 그리고 그것이 명징하면 위법행위를 한 것이므로 의당 법(률)에 따라 입건된다. 반드시 변호사를 써야 한다. 반드시!! (아니면 그냥 깜방 가든가) 아울러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 특히 이른바 고연봉의 널리 알려진 좋은 직장을 다닐수록 해고의 확률은 올라간다. "아니 저 회사는 차별금지교육도 안하고 뭐했대" 이런 반응이 대번 나오므로 회사 입장에서는 명예를 실추한 셈이니 그것까지 손해배상을 물을 수도 있다. 명분은 만들기 나름이다. 이에 더해 커뮤니티에서 얼굴 들고 살기가 참 힘들(것 같)다. 한편, 인종차별/이민자차별을 옹호하는 백인 세력들도 만만치 않고 인종/출신나라에 상관없이 성차별/성소수자/장애인 차별을 쌍수 들고 반기는 사람들도 왕왕 있다. 이들의 대응논리는 성평등을 주장하면 대번 "군대"를 들고나오는 한국 (일부) 찌질남들의 패턴과 아주 유사하다. 어쩌면 더 심각할지도 모르겠다. 논리적으로 성립 불가능한 리버스레이시즘 (역차별) 을 들고나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들이 종종 다루는 것은 그만큼 아주 높은 빈도로 이런 류의 사건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상 이상으로 차별 행위가 빈번하고 광범위하며 악의적이고 때론 교묘하게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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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개도 많이 자주 종종 겪는다. 최근엔 빈도가 많이 줄었지만 처음엔 아주 가관이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학교에서, 거리에서, 식당에서, 일터에서. 인종차별, 성차별... 인종+성차별에 호모포빅한 것까지 어우러지기도 한다. 위의 남자사람 아저씨들처럼 대놓고 지랄하면 차라리 속이라도 시원하겠는데 배배 꼬아서 은근히 암시하는 차별적 언사는 거참... 꽃개가 너무 예민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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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개는 아직도 궁금한 게 캐나다에는 인종차별이 없다, 고 말하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좋은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그게 궁금하다. 로키산맥에서 천막치고 혼자 살아가는 은둔자들의 갑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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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선주민들 (어보오리지날, Aboriginal) 이 살고 있던 땅에 유러피안 백인들이 침략해 들어와 땅을 빼앗고 그 선주민들을 학살하면서 점령했다. 그들 유러피안 침략자들을 초기정착자들 (어얼리세틀러, Early Settlers) 이라고 칭한다. 그리고 19세기 뒤 여러 대륙에서 많은 이들이 왔다. 초기에 대륙횡단 철도 공사를 할 때 들여온 중국인 이민자들, '싸고 질좋은 땅을 가질 수 있는만큼 가지세요. 천평에 십원'이라 홍보해 들여온 유러피안 이민자들, 이 외 전세계에서 공부하러, 일하러, 조금 더 나은 삶은 위해 온 사람들... 이들을 이민자 (이미그런트, Immigrants) 라고 부른다.

 

 

캐나다는 어보오리지날, 초기정착자들, 이민자들, 이렇게 세 그룹이 세운 나라라고 한다(지만 사실은 유러피안 백인 침략자들이 그들의 총과 균과 쇠로 세웠다). 미국만큼은 아니더라도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이 얽히고 설켜 살다보니 차별금지법 같은 게 필요하다.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오야 그룹인 백인들 처지에서 차별금지법은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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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시니컬하게 말하면 그 무수한 캐나다판 일베리안들이 다 묻히고 어쩌다 얻어걸리는 저런 백인 남자들은 일종의 시범케이스라는 생각이 든다. 더 더 더 시니컬하게 말하면 희생양? 나 차별금지법 여기 살아있소. 캐나다는 차별이 없는 나라요------ 그러니 당연히 재수가 없어 걸렸다, 는 말이 나오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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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은 있는 게 너에게도 나에게도 낫다. 한국교회 입장에서도 결국엔 낫다. 성도가 더 늘어날 것이다. 헌금이 더 늘어날 것이다. 왜냐, 하지말라는 법이 생기면 그에 비례해서 사람들의 죄책감이 더 많이 더 폭넓게 늘기 때문이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차별이 정말로 없어지면 -- 없는 것으로 되면 그 때에 가서 있는 차별금지법을 폐지해도 되니까 일단은 한 번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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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보니 결국은 교회깔대기가 됨. 니미. 이번주 시프트가 완전히 바뀌었으니 일요일엔 교회나 가야겠다. 아멘.

 

 

 

 

 

 

 

 

 

 

 

2015/07/24 11:22 2015/07/2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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