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시티비티

분류없음 2015/08/1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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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본 어떤 포스팅 . 한국에서 영어 선생으로 일하는 케이트라는 북미대륙 출신 여성이 친구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봉변을 당한 이야기. 용케도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 포스팅에 영상클립이 있어서 그것도 봤는데 아연실색. 등산 지팡이 같은 것으로 면전에서 사람을 위협하며 "Go back to your country!" 라고 고함을 지른다. 명백한 폭행 (Assualt) 이다. 이 클립이 있는 한 저 양반은 곧 입건될 수 있겠다, 싶지만 잘 모르겠다. 아직은.

 

포스팅 제목엔 저 아저씨를 일컬어 인종차별주의자 (Racist) 라고 했는데 이게 인종차별인지는 잘 모르겠고 -- 큰 범주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 외국인혐오 (제노포비아, xenophobia) 는 분명한 것 같다. 아울러 피해자들이 (외관상) "여성 (female)" 이었으니 여성혐오 (misogyny + sexism) 도 섞여있겠다, 싶다. 아닌 말로 덩치큰 남자외국인 둘이 키득거렸다면 저 아저씨가 아무리 용감한 사람이라도 저런 식으로는 하지 못했겠지.

 

이 아저씨께서 약주를 하셨는지 - 막걸리 따위 - 그것은 중요하지 않지만 만약 취중 (under the influence) 이었다면 가중처벌을 받겠구나, 라고 짐작할 수 있지만 그것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페이스북에 덧글을 단 일부 한국인들은 한국인으로서 부끄럽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그런 생각이 안든다.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 부끄럽다기보다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봉변을 당한 여성들이 안됐다. 그리고 저런 종자는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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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좀 다른 맥락이지만 저 클립을 보고 "폭력"에 관한 민감성 (sensitivity) 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내가 만약 한국사회에서 계속 살았다면, 혹은 캐나다에서 살고 있더라도 인권과 폭력에 관한 교육/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 저런 상황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뭐 저런 개저씨가 있어, X신이 따로 없네... 분노는 했겠지만 "당연한 입건" 감이라는 결론에까지 이를 수 있었을까. 경찰력과 같은 행정권력/사회의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결론지을 수 있었을까. 피해자들이 원한다면 전문가와 함께 debriefing 을 하고 상처를 보듬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혹시 피해자들이 비한국인이어서 이런 민감성이 되살아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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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에 사로잡힌 어떤 일의 기억 때문에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꿈 속에서 좌충우돌하다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구글 창에 "who can report suspected child abuse" 를 검색했다. 사실 학교에서 배운 대로면 검색할 필요가 없다. 답이 뻔하기 때문이다. "누구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어른의 책무이기도 하다. 다만 어린이가 학대받고 있거나 보호가 필요하다는 "납득할만한 근거 (reasonable grounds)" 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납득할만한 근거" 는 "평균적인 사람이 정직하고 평범한 판단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참 모호하다. 가령 "어린이가 따귀를 두 대" 맞았을 경우처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통 사람의 정직하고 평균적인 판단을 요구한다.

 

보통 사람의 정직하고 평균적인 판단이란 무엇일까. 한국 (이나 여타 몇몇 나라) 에서는 매우 정상적이거나 혹은 정상참작이 가능한 어떤 행동들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는 비정상이거나 행정권력이 개입해 중재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각각의 사회적 맥락이 다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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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엄밀한 하지만 예리한 민감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누구든 타인을 (그 타인의 권리에 반해) 해하면 안된다" 이 명제를 기억하고 실천한다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어떤 사회에 어느 땅에 발딛고 사는지에 따라 이 명제는 그를 수도 옳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어떠한 한 상황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심장 (감성) 이 먼저 반응하는 일에 머리 (이성) 는 어떻게 심장에 공명할 것인가. 어떻게 명실이 상부하도록 살 수 있을까.

 

 

 

 

2015/08/10 01:48 2015/08/1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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