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자랑

분류없음 2015/12/13 15:40

 

드디어 -- "한국사람들은 개고기를 먹는다는데, 진짜냐"고 묻는 세번째 사람을 만남. 물론 아시안을 비하하려는 목적으로, 비아냥거릴 목적으로 질문했던 사람은 제외하고. 그건 당연히 질문이 아니니까. 

 

 

토요일에 같이 일하는 파트너. 같이 페어가 되어 일한 지 5개월만에 드뎌 저 질문을 하심. 얼마나 물어보고 싶었을까. 이란에서 이민오신 이 아저씨는 이민오기 전 자기 나라에서 사이코테라피스트로 일했다. 한국에서도 요즘엔 종종 거론되는 직업일 것 같다. 공부도 할만큼 하셨지만 북미대륙 밖에서 획득한 학위나 자격증은 캐나다에서 잘 인정해주지 않아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예컨대 한국에서 의사자격증을 따서 이민을 와도 다시 이 나라에서 자격증을 따야 한다. 공부를 다시 해야 하는 건 아닌데 그 자격증을 따는 일이 대학을 다시 다니는 것 이상으로 힘들다. 자격증을 따면 인턴, 레지던트도 다시 해야 한다. 박사 학위를 받아서 이민을 와도 대부분 마찬가지. 학위나 자격증보다는 커리어, 일한 경력/영어실력/적응능력을 더 쳐주는 경우가 많다. 딱 하나, 한국에서 발행한 자격증을 거의 90% 인정해주는 게 딱 하나 있다. 한국 국기원에서 발급한 태권도 단증 혹은 지도자 자격증. 

 

 

어쨌든 성격도 식성도 나와 완죤 비슷한 이 아저씨와 시프트파트너가 되면서 토요일 근무가 상당히 즐거워졌다. 지난 주에 갑자기 정색을 하고 저 질문을 하셨다. 미안해하는 티가 역력했다. 혹시 너도 먹어? 먹어 봤어? NOPE! 나의 단호한 대답에 그럼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 하면서 화르르 웃는다. 그리고 나는 덧붙였다. 옛날엔 단백질을 구할 데가 부족해서 개를 키웠다가 잡아먹기도 하고 그랬다는데 지금은 먹을 게 천지에 널렸잖아. 왜 여전히 개를 먹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 하지만 나한테 먹으라고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 이상 별로 난 반대하지 않아. 그것도 다 그 사람들 취향이니까. 유통과정이 상당히 지저분하기는 하지만 똥을 먹든, 기생충을 먹든 다 그들이 스스로 결정한 건데 내가 뭘 어쩌겠어. 하지만 찬성하는 것도 아니야. 어쨌든 나는 개를 무척 사랑하니까. 

 

 

알다시피 이란은 시아파 무슬림 정교일치 국가다. 당연히 돼지고기는 먹지 않고 소고기 약간, 양고기, 닭고기가 주된 단백질 공급원이다. 이 아저씨는 육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매번 같이 일할 때마다 양상치 혹은 로메인 상치 파인 컷, 직접 만든 식초 베이스의 드레싱, 곱게 간 비트 샐러드를 가져오셔서 반은 나에게 준다. 또 티를 상당히 즐겨 마신다. 잎과 꽃잎이 함께 들어간 자스민 티를 좋아하시는데 일전에 내가 가져갔던 Deep Green Embrace 티를 매우 좋아하셨다. 티의 맛과 향을 음미하면서 느낌을 서로 나누는데 뭐랄까, 영혼의 친구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랄까. 어쩌면 이런 아저씨가 세상에 다 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모든 아저씨들이 이 아저씨만 같으면 전쟁 같은 건 절대 안 일어나겠다 싶었다. 

 

 

이 아저씨는 개를 먹는다는 것 자체를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솔직히 말해 나도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그리고 사실 이해할 필요도 없다. 그냥 뭐랄까. 일종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이 아저씨는 "절대 이해못해 어떻게 개를 먹을 수 있어" 이런 따위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로 잘 지내려는 사이에서는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예의다. 그런 모습이 좋고 나도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가까우면서도 절대 가깝지 않은 적당한 거리. 그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존중하는 것이 가장 오래 가는, 지속가능한 길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토요일 밤 퇴근 때마다 지하철 역에 데려다 주신다. 덕분에 40여 분만에 집에 도착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이렇게 친절하고 나이스한 아저씨에게 홀리데이 카드라도 보내드려야겠다.

 

 

감사합니다. 

 

2015/12/13 15:40 2015/12/1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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