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키스외

분류없음 2015/12/17 14:26

 

호치키스 

 

오늘 일터에서 "Can you pass me that stapler?" 라고 말한다는 게 "Can you pass me that 호치키스?"라고 말해버렸다. 순간 너무너무 당황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동료는 "eh?" 하더니 당황한 나를 보고 더 당황해한다. 서류를 든 내 손에 잠시 눈길을 주더니 "ah, stapler?" 하더니 바로 준다. 맥락으로 대화가 통한 순간. 집에 오는 길에 한참을 생각했다. 사오년 근래 집에서도 저 단어를 써본 적이 없다. 입 밖으로 내어 본 적도, 생각한 적도 없는 저 단어가 불쑥 튀어나오다니. 대체 "호치키스"가 뭐냐. 구글에 "hochikiss" 라고 두들겼더니 "Hotchkiss"를 찾는 거냐고 묻는다. 그건가. 벤자민 호치키스. 연속발사포 (기관포) 를 발명한 사람이다. 몹쓸 사람이네. 이 사람 이름을 딴 고등학교도 있다. 호치키스 고등학교. 우하하하. -- 웃고 있지만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강아지 구출 지하철 연착 

 

어제 낮 출근길 지하철. 이 도시에서 가장 붐비는 지하철 역에서 북쪽으로 가는 한 정거장 사이 지하철 운행 임시 중단. 두 역 사이를 오가는 셔틀 버스를 타라는 안내 방송. 퇴근길 러시가 시작될 때쯤이라 고생들 하시겠네, 했지만 나는 그냥 계속 서쪽으로 가니까 잊어버렸다. 오늘 출근길에 읽은 무가지에 그 사연이 자세히 실렸다. 케이티라는 이름의 네 살짜리 저먼셰퍼드 강아지가 지하철 터널 선로 밑에서 발견된 것. 지하철 공사는 역 근방의 수의사와 시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국 직원을 호출하여 케이티를 안전하게 무사히 구출해냈다. 들것에 실려 밖으로 나간 케이티는 결국 주인의 품에 안겼다는 해피앤딩. 하지만 그동안 -- 두 시간 동안 두 역 사이의 지하철 운행은 중단되었다. 시민들도 별 말 없이 으레 그러려니 하면서 셔틀을 타거나 우회. 

 

만약 한국에서, 서울에서 이런 일이 있었으면 케이티는 안전하게 구출될 수 있었을까? 확률은 반반일 것이다. 우선, 당연히 안전하게 구출되었을 것이다. 그것도 더 빨리. 하지만 아마도 119 소방담당 직원과 수의사들이 호출되어 그들의 구조에 의해 들것에 실려나가기보다는 지하철 공사 직원 (역무직이든, 기술직이든, 그게 누구든) 혹은 용감한 시민에 의해 구조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반의 확률은? 별로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만약 두 시간 동안 강아지를 구출하기 위해 지하철이 연착되었다면,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강남역 선로에서 강아지가 발견되어 역삼역과 강남역 운행을 잠시 중단하오니 승객 여러분은 셔틀버스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지하철공사는 과연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시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상상하는 일이 어렵진 않지만 역시 쉽지도 않다.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을까? 

 

 

 

영화 "캐롤" [스포일러 있음] 

 

간만에 파트너와 영화관 데이트. 시간이 맞지 않아 VIP 관에서 관람. 기프트카드 다 썼어 ㅠㅠ. 리플리 증후군의 창시자 (?), 패트리샤 하이스미스 (Patricia Highsmith) 의  "The price of Salt (소금의 가치)" 가 원작. 무엇보다 케이트 블란쳇 (Cate Blanchett) 이 나오는 영화라서 선택. 사실 스토리라인은 뻔하지만 묵직한 분위기, 음악, 두 배우의 연기가 참 좋았다. 루니 마라 (Rooney Mara) 의 약간 흐리멍덩해 보이는 눈이 케이트 블란쳇 (Cate Blanchett) 의 터질 것 같은 눈길에 더더욱 대비되어 빛났다. 감정이 잘 드러나는 캐롤에 비해 루니 마라가 분한 데레즈는 그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아니 아직 어린 데레즈는 감정을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하지만 영화를 주욱 따라가다보면 데레즈의 감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 어떻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지 그 흐름이 보인다. 아마도 내가 이십대에 이 영화를 봤다면 데레즈의 그 마음을 읽어내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롤은 절제와 폭발을 어떻게 잘 적절히 혼융하는지 아는 "어른"으로 나온다. 나는 아마도, 아무리 내 딸을 사랑하고 현재 이 사랑하는 사람을 아무리 지켜주고 싶어도 내일 아침이면 떠나야 할 상황에서 오늘밤 당장 그렇게 처연하고 담담한 얼굴을 하진 못할 것 같다. 나는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 

 

 

 

 

 

레닌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페이스북에서 알게 된 어떤 양반이 운영하는 납골당 (The Charnel-House) 에 작년인가 올라온 것. 올해 시즌을 맞이하여 페북에 다시 링크하셨길래 덩달아 재링크. 레닌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좋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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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thecharnelhouse.org/2014/12/24/creepy-christmas-lenin-%D0%BB%D0%B5%D0%BD%D0%B8%D0%BD-%D0%BD%D0%B0-%D1%91%D0%BB%D0%BA%D0%B5/

 

위의 굉장한 주소를 클릭하면 우스꽝스러운 그림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이것은 물론 레닌의 아이디어가 아니다. 당연히 스탈린의 작품이다. 

 

 

그런데 엊그제 직접 자신의 페북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시간차를 두고 주렁주렁 사연을 담아 홈페이지에도 올리니 아마도 곧? 한국에도 잘 알려진 마거릿 버크화이트 (Margaret Bourke-White) 가 소련을 방문했을 때 찍은 것으로 보인다. 많아야 너댓살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마 아이들이 머리에 나비모양 장식을 하고 춤을 추고 있다. 아마도 솜씨자랑대회나 학예회 같은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뒷부분에 있는 레닌-스탈린 깃발이 압권이다. 어디서 많이 본 풍경... 아닌가? 조금, 아니 많이 웃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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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7 14:26 2015/12/1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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