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코패스보다 무서운 화이트트래쉬

분류없음 2012/12/28 16:51

예전에 벨훅스의 책을 읽을 때 그녀가 '화이트트래쉬'를 언급한 대목에서 고개를 갸웃갸웃하곤 했다. 이건 뭘까. 어떤 인간 군상일까. 거지인가. 딱히 구걸하는 사람같진 않고 불쌍한 사람은 더더욱 아닌 것 같았다. 그러다가 어느날 천하장사 마돈나라는 영화를 혼자 보게 됐는데 그게 참 영화라는 게 혼자 볼 때 보이는 게 참 나, 이게 참 사람을 궁지로 몰아가듯 생각을 되게, 고되게 하도록 만든다. 어쨋든 그 영화에서 동구의 아빠(김윤석 씨였지 아마)는 그야말로 찰지게 영락한 대한민국 아저씨로 나오는데 직장에서 해고당한 뒤 포장마차에서 만난 이주노동자들에게 늬덜이 일자리를 빼앗았잖아, 라며 극강루저의 모습을 보여준다. 희미하게도 아마 화이트트래쉬는 저런 것이리라. 그런 생각을 했더랬지.

 

북미대륙에서 갑이 WASPS 이라면 -물론 더 깊이 땨지고 들면 얘기가 조금은 달라지지만- 한국사회에서 갑은 뭐랄까, 4-50대 남자가 아닐까 싶다. 옛날에 가장이다 싶으면 좀 대접받고 회사가 어려우면 여자나 어리거나 늙은 사람 먼저 손보고 그러지 않았나. 세상이 갈 데까지 가니까 이젠 뭐 가장이고 나발이고 그냥 막 돌아가게 되어버렸더니 이 갑들이 뚜껑이 열려서 엄한 여자들, 이주노동자들한테 엉까고 뭐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살다보니까 동구아빠가 된 게 아니었을까. 그 분노의 주먹과 혓바닥이 향할 곳은 그녀들과 그들이 결코 아니었는데.

 

북미대륙, 살고 있는 이 도시도 예외는 아니지. 몰락할대로 몰락한 앵글로색슨 화이트들 정말 무섭다. 정말이지, 나는 옛날에 홍대 물노래방에서 술취해서 널부러진 채 조국의 언니들을 희롱하는 백인새끼들을 겁없이 잘도 손보곤 했는데 이제 만약 똑같은 꼴을 겪으면 우리 조국의 언니들, 미안. 두 눈을 꼭 감고 말 것이야. 아 긍께.

 

이 일명 쓰레기들의 분노는 아마도 시간이 갈수록 무럭무럭 자라날뿐 소제는 어렵지 싶다. 된장녀, 개똥녀, 꼴페미녀 운운하는 것도 소제는 어렵지 싶은데 어째 쓰레기들은 또 그렇게 국제적으루다 똘똘 뭉쳐 한마음 한뜻으로 이상동몽하니 이주노동자들, 여성들, 노동자권리도 입에 담기 힘든 비정규직들은 더 힘들어죽겠네? 자본가들하고 싸우는 데도 뼈골빠지는데 이 쓰레기들하고도 맞닦뜨려야하니 말이다.

 

벨훅스의 어린 시절, 그녀의 엄마는 동네어귀 트레일러에 사는 화이트트래쉬들은 절대 쳐다보지 말고 피해가라고 가르쳤다는데, 아 씨, 지금은 피할 수가 없어요, 시방. 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제가 먹고살수 있거든요! 그래서 나는 오늘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캐나디언스탠다드잉글리쉬를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스투피드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 화이트트래쉬에게서. 너 나중에 홍대 물노래방에서 만나. 안 봐죠. 근데 홍대 물노래방 아직도 장사하나.

2012/12/28 16:51 2012/12/28 16:51
tags :
Trackback 0 : Comment 1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ys1917/trackback/863

  1. 지하조직 2013/01/10 12:31 Modify/Delete Reply

    스투피드하다고 한 그 화이트트래쉬에게 "땡큐. 유투!" 그러지...ㅋㅋㅋㅋ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