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살자

분류없음 2013/02/12 16:38
아버지는, 한 사람으로는 모르겠지만 자식을 낳고 양육하는 처지에서 본다면 그리 바람직한 상은 아니셨다. 언젠가 환갑이 넘으신 아버지가 팔순이 넘으신 당신의 노모께 당신의 십대, 이십대 시절을 운운하며 '탓'을 하셨던 적이 있다. 나의 어머니께 어머니를 아내로 맞아 인생이 꼬였다는 '탓'을 하시는 걸 본 일도 꽤 많다. 당신의 자식들인 우리들을 예로 들으시며 자식 복이 참으로 말랐다는 '탓'을 하신 적도 제법 있다. 나는, 지금껏 지내온 당신의 인생을, 온전히 당신의 것인 당신의 인생을 두고 마치 남의 것인 양 말씀하시는 그 '것'이 싫어 아버지를 싫어했던 것 같다. 나는, 그런데 나는 내가 만약 십대의 그 날, 부모님이 나를 인정해주셨다면, 십대의 그 날,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십 대의 그 날, 그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 그 길로 들어서지 않았다면... 아뿔사, 나는 나의 과거 속에서 실타래처럼 얽히고 섥힌 그 실타래의 가닥가닥을 탓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나의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 다시 "D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있다. 미래를 투사하지 말고 현재를 살자, 는 앙드레 고르의 말에 깜박 아버지 생각을 했다. 미움은 이제 옅은 보라색으로 변질하고 말았다. 미워할 기운도 떨어진 지 오래. 뭘까. 이 감정의 정체는. 글쎄, 눈에서 멀어졌기 때문일 거다. 단지 그것, 그것 뿐일 거다.
2013/02/12 16:38 2013/02/1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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