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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현상학 A. 의식 II. 지각; 혹은 사물과 착각 (번역 재개) -(§ 15) - 가재걸음 4

[pros ti]

 

아리스토텔레스는 <범주론> 7장에서 pros ti를 두 번 정의한다.

 

첫 번째 정의는 말을 주고받을 때 필요한 논리적인 것과 존재론적인 것이 혼합된 포괄적인 정의다. 근데 pros ti를 고유한 카테고리로 정립하고자 하는 아리스토텔레스는 문제에 부딪힌다. 논리적인 차원에서의 pros ti와 존재론적 차원에서의 pros ti가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pros ti를 존재론적으로 제한해서 두 번째 정의를 내린다.

 

첫 번째 정의는 다음과 같다.

 

[사유에 의해서 파악되는 보편적인 것을 보편자(Allgemeines)라고 일컫는 것에 기대여 사물들 간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pros ti’(무엇에 대하여)를 "관계자'(=Relatives)로 번역한다. - 역자]

 

“관계자(pros ti)는 다음과 같이 생겨먹은 것을 두고 사용하는 말인데,  [어떤 말인가 하면], 그렇게 생겨먹은 것이 그렇게 생겨먹은 것으로 존재함이 다른 것에 귀속되는(다른 것에 의해서 각인되는) 식으로 존재한다고(heterōn einai) 말하거나 또는 그 외의 어떤 식으로든 다른 것에 대하여(pros heteron/다른 것과의 관계에서) 그렇다고 말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예컨대, <더 큼>이란  [성질]은 [하나로서의 그것에 대하여 그것이 그렇게 생겨먹었다는 식으로 사용되는 말이 아니라] [한 쌍을 이루는] 다른 것에 의해 각인되는 식으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저것보다 더 크다고 말하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두 배됨>이란 [성질] 역시 다른 것에 의해서 각인되는 식으로 그렇게 생겨먹은 것이다. 이것은 저것의 두 배다고 말하는 식이다.”

 

두 번째 정의는 이렇다.

 

“관계자(ta pros ti)의 [존재양식은] 그에게 존재함(to einai)이란 어떤 식으로든 무엇을 대하는(tōi pros ti pōs echein=무엇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하는) 것과 일치하는 것이다(=존재가 다름 아닌 오직 관계함일 뿐이다).

(ἔστι τὰ πρός τι οἷς τὸ εἶναι ταὐτόν ἐστι τῷ πρός τί πως ἔχει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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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현상학 A. 의식 II. 지각; 혹은 사물과 착각 (번역 재개) -(§ 15) - 가재걸음 3

[Charakter] - 이어서

 

앞서 인용한 곳에서 심플리키우스는 ‘pros ti'는 그 자체(kathauta)로 있지도 않고, 뚝 떨어져 홀로(apolyta=absolut/절대적) 있지도 않으며, 필히 차이의 관계에(kata diaphoran) 있는 것으로서 이런저런 Charakter를 통해서(meta tinos characteros) 인식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pros ti란 고유한 charakter에 따라서 상호관계에 놓인 것들이(hosa kata oikeion charactera diakeimena) 어떤 식으로든 [자기 자신으로부터 고개를 돌려/aponeuei] [특정한] 다른 것을 향할/대할(pros heteron) 때, 즉 다른 것을 마주할 때(aponeuei)  생기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한다. (원문 참조: Theologisches Wörterbuch zum Neuen Testament, Band IX, S. 409)

 

Charaktēr에는 도구적인 의미가 있다. χαρασσειν(뾰쪽하게 하다)에서 파생되어 ‘나무나 돌 판에 글자를 파 새기다’란  의미에서 ‘동전 주조’의 용어로 발전한 말이다. 접미어 -ηρ(ēr)는 행위자를 명시한다. 그래서 Charakter는 어원적으로 charassein하는 행위자다. 그러나 동전을 주조하기 시작한 시기에 이르러 행위자를 명시하는 접미어가 -ηρ(ēr)에서 -ης(ēs)로 (예: politēs=폴리스에 참여하는 사람/시민) 변한 후 -ηρ는 도구적인 의미를 명시하게 된 것으로 간주된다. 이런 관계로 Charakter는 ‘뭔가에 뭔가를 각인하는 도구’라는 의미를 갖게 된다. 동전 주조에서 동전의 의미로 발전하고, 복수로 사용하면 재산이란 의미까지 갖게 된다. 나아가 소유를 명시하는 ‘도장 찍기’(예컨대 가축이나 노예), 혹은 소속을 명시하는 ‘도장 찍기’(예컨대 용병)에서 뭔가를 증명하는 ‘도장 찍기’로까지 발전한다. 이런 맥락에서 Charakter는 기호(Zeichen)란 의미까지 갖게 되는데, 뭔가를 명시하는 기호(=도장)에서 유래된 기호(=각인된 자국)라는 면에서 찍힌 형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Charakter는 또한 사본(복제)이 되기도 한다. (참조 같은 곳, 407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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