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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철학은 축시대 Achsenzeit발생 당시 손가락 다섯 개로 셀 수 있는 형이상학적 또는 종교적 세계관에 속했다. 이것이 철학에겐 운명이 되었다. 왜냐하면, 로마 제국에서 기독교 플라톤주의가 발생함으로써 믿음과 지식에 대한 담론은 그 이후 그리스 철학 유산의 발전에 구성적인 역할을 맡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게 이 담론은 철학이 어떻게 – 철학 개념을 사용하는 기독교 교리의 형성과 맞물려 – 종교적 유산의 핵심적인 내용들을 취하고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지식으로 변환했는지 보여주는 후기형이상학 사유의 계보를 정립하는데 있어서 지침 역할을 한다. 바로 이런 의미론적인 삼투에 칸트와 헤겔을 추종하는 세속적인 사유의 주제인 이성적인 자유 및 실천철학의 기본개념들이 그 근거를 두고 있다. 그리스 우주론은 다시 뿌리를 내리지 못했지만, 성서에서 기원하는 의미론적 내용들은 후기형이상학의 기본개념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철학이 아직 감히 감당할 수 있고 또 감당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철학이 세속적인 성격을 과시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앞에서 언급한 종교적 기원의 유산과 밀착되어 결정된다. 그러나 이 유산은 단지 오늘날 서로 경쟁하는 두가지 형태의 후기형이상학 사유 중 그 하나만 물려받았다. 이 상황을 후기형이상학 사유의 경험주의적 혹은 자연주의적 줄기만이 종교적 유산에서 철저히 벗어나는데 성공했다는 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런 가정에 대한 반박은 역사적이고 동시에 유물론적인 청년헤겔학파의 사유가, 어쨌든 헤겔을 이어받고 있다고 하지만, 헤겔에 등을 돌리는 급진적 종교비판의 골이 깊는 단절이 말해주고 있다. 그들이 물론 역사 안에 있는 이성의 흔적에 대한 관심과 보편적으로 철학의 노고는 이성적 생활관계의 증진을 지향하는데 있다는 철학에 대한 이해는 포기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와 같은 철학의 직무에 대한 자기이해는, 철학사를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을 뛰어넘어 불규칙한 학습과정의 연속으로 꿰맬 수 있는 경우, 철학사에 대한 이런 수긍 가능한 해석으로 뒷받침된다. 이런 의미에서의 >>계보학적<< 서술의 진행과정에서 학습과정을 야기한 우발적인 상황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이성개념 및 이에 상응하는 철학사유에 대한 중차대한 자기이해의 견지를 뒷받침하는 원인들이 분명하게 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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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책을 쓰는 일과 이에 요구되는 집중은 삶에 허용된 시간을 갉아먹는다. 정년퇴직교수의 삶의 고독과 자유를 누리면서 똑같은 주제를 놓고 십년 이상 지속된 이 작업은 쉽게 강압적인 고행의 형식을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상황이 그렇게 되지 않은 건 우테Ute [부인] 덕분이다. 방금 읽은 것을 놓고 그와 함께 나눈 지속적인 대화를 통한 고무적인 분위기만을 생각하는 게 아니다. 이런 것을 넘어 밝히고자 하는 건 단순하지만, 말이란 틀을 사용하여 건져내기 어려운 사실, 즉 그의 동행이다. 이게 내게 갖는 의미는 이 헌사로도 변상할 수 없을 것이다.
슈타른베르크, 2018년 12월
[원문 Präsenz를 <동행>으로 번역했다. 그리고 이 Präzenz는 Parousie (신의 임재)의 번역어가 아닌가 한다. 사실 이 말을 하려고 하버마스 최신작 서설의 번역을 시작했다. 구약이 서술하는 하느님 경험은 하느님을 봤는지 안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느님이 동행한다는 걸 사실로 믿는 게 아닌가 한다. 디트리히 본회퍼에 이르기까지 믿는 사람들이 이 동행에서 힘을 얻었다는 건 역사적인 사실이다. 암튼 하버마스가 부인 우테에 기대어 하느님 경험이 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수행적 모순, 즉 하느님을 멀리하면서 하느님 경험을 연출하는 모순을 서술하는 작품이 하버마스의 작품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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