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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네오나치의 난민반대 폭행을 보면서

1.

 

간만에 발트海에서 며칠 보냈다. 통독후 90년대의 풍경은 완전히 사라지고, 이젠 어느 피서지와 마찬가지로 북적거린다. 그러나 유색인종은 여전히 거의 전무.

 

이걸 가지고 인종차별을 운운하는 건 비약이겠지만, 암튼 체감으로 인지되는 이 지역 특유의 인종차별이 더이상 발트해를 찾지 않고 북해로 여름 휴가지를 옮긴 이유가 되었다.

 

진보적 좌파 성향(linksliberal)의 커플이 운영하는, 해변에서 좀 떨어진 마을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의 뒤뜰은 이제 잡초와 과일나무가 무성하다. 사과와 배가 주렁주렁 열려 있고, 자라는 이젠 굳은 살 주름이 가득한 목을 쭉 내밀고 연못가 풀밭에서 햇빛을 받고 있다.

 

통독후 베를린의 진보적 좌파성향의 사람들이 즐겨 찾았던 지역이지만, 독일에서 작센주의 작센스위스 지역과 함께 네오나치 세력이 가장 강력한 도시가 된 안클람(Anklam)에 접해 있는 마을이다. 네오나치 정당 NPD가 “민족의 등대”(“nationaler Leuchturm”)라고 자랑하고 “민족해방구역”(“national befreite Zone”)이라고 자신만만해 하는 도시다.

 

 

2.

 

최근 드레스덴에서 작센 스위스로 가는 길목에 있는 하이데나우(Heidenau)의 난민의 집을 공격한 극우의 행위를 두고 독일 정계는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가증스럽고 수치스러운”(“abstossend und beschaemend”) 일이라는 메르켈 총리의 발언에 이어 사민당 당수 겸 부총리인 가브리엘은 하이데나우를 직접 방문하고 네오나치들을 “가장 독일적이지 않은 타입들”(“die undeutschesten Typen”)이라고 평하면서 이런 “잡것들은”(“Mob”) 법으로 엄중히 다스리겠다고 나섰다.

 

오늘 아침 뉴스에서는 네오나치 두명이 베를린 전철에서 동유럽 출신 여성과 그 아이 둘을 희롱하고 “하일 히틀러” 경례와 함께 아이들에게 오줌을 갈겼다고 한다. 이어서 베를린 인근 지역에 있는 임시 난민 거주지로 사용될 체육관에 방화사건이 일어났다고 보도한다. 최근 들어 비일비재한 일이다.

 

근데, 이런 걸 법으로 다스릴 수 있다는 말인가?

 

 

3.

 

하이데나우 사건이 얼른 수습되지 않는 이유는 네오나치가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평범한 사람’들이 이에 내심 동조한다는 데에 있다. 하이데나우 공격에 “시민이, 심지어 아이들을 동원한 가족들이”(“Buerger, sogar Familien mit Kindern”) 네오나치의 시위에 동참한 것을 꼬집은 메르켈 총리의 발언의 이면에는 동독 주민들 사이에 반외국인 정서가 팽배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주의 40년 교육의 결과인가? 아니면 통일과정에서 소외된 계층에 조직적으로 접근한 네오나치 전략의 성과인가?

 

분명한 것은 독일 정부와 입법기관이 네오나치 정당 해산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할 때마다 NPD는 밑으로 내려가 조직사업을 했다는 거다. 공수부대 전투화와 점퍼를 양복으로 갈아 입고 넥타이를 매고 인구공동화로 공중이용시설이 열악하게 된 구동독지역의 기초단체로 내려가 소외된 청소년들을 돌보면서 조직사업을 전개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안클람(Anklam)이다.

 

2000년대 초반에 불발한 NPD 해산 헌재소 소원이 재개된 현재 극우 네오나치 세력은 당명을 바꿔 기초 단체 선거에 임하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위커르뮌데(Ueckermuende)의 “이 지역 출신의 우리”(“Wir von hier”), 토르게로우(Torgelow)의 “토르게로우를 위한 대안”(“Alternative fuer Torgelow”), 슈트라스부르크(Strasburg)의 “보다 아름다운 슈트라스부르크를 위한 선거연합”(Waehlergemeinschaft fuer Schoeneres Strasburg) 등이 이런 위장 당명이다. 2014년 기초단체 선거에서 “이 지역 출신의 우리”는 단숨에 14% 이상의 표를 얻었다.

 

4.

 

이젠 반외국인 정서에 기반한 민족주의를 소외층 뿐만 아니라 통독과정에서 이익을 본 주민들도 쉽게 받아들인다. 이렇게 진단할 수 있을까?

 

순식간에 만명 단위로 확산된 드레스덴의 페기다 시위를 보면 그렇다.

 

정당 AfD (“독일을 위한 대안”)의 약진과 민족주의 계열에 의한 당지도부 장악을 보면 그렇다.

 

前가족부 장관 슈뢰더의 민족주의에 호의적이고, 좌파 단체의 대극우 활동의 지원을 대폭 축소한 정책을 보면 그렇다.

 

메클렌부르크의 한 휴양지에 있는 한 대궐 같은 집 대문에 걸려 있는 이런 문패를 보면 더욱 그렇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풍적인 필체로 "독일 보호구역"이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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