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댓글 목록
-
- 산오리/ 올해부터 사업장 안...
- 뻐꾸기
- 2012
-
- 다시 블로그로 돌아 오셨군...
- 산오리
- 2012
-
- 하루님. 자궁경부암 백신은...
- 뻐꾸기
- 2012
2007년부터 사출 작업을 해온 베트남 이주 노동자가 왔다. 한달전부터 시작된 두통, 어지러움, 가슴답답함, 불면증 등이 있고, 사출 연기와 관련이 있는 것 같으니 업무관련성 평가서를 써달라는 것이다. 그걸 받아서 관계기관에 내고 회사를 옮길 계획이다.
더듬더듬 하는 말을 들어보니,
저 일 잘 해요. 조장이라 오만원 수당도 받아요, 다른 사람들 90만원 받는데 전 100만원 이상 받아요 - 뻐꾸기한테 오는 노동자들이 대부분 하는 말이다. 이 대목에서 일을 잘 하니까 아픈 거죠 하는 말을 하려다 말았다.
가슴 어려워요. 잠 못자요. ... 사출연기 조금씩 조금씩 몸에 남아서 생긴 것 같아요. - 사출작업과 관련이 있을 수는 있지만 삼년동안 괜찮다가 갑자기 생기기는 좀 어려운 증상이다.
처음 찾아간 병원에 전화를 해보니 기본 검사를 몇가지 했는데 중성지방혈증을 제외하고 특이소견이 없다. - 어쩌면 술 많이 마시고 있는지도 모른다.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현장과장과 통화를 해보니, 요즘 무단결근 중이란다. 한달전, 그러니까 증상이 발생하기전에 크레인에 올라타서 장난치는 것을 발견하고 야단을 심하게 쳤고, 시말서를 쓰라고 했는데, 안 쓰겠다고 하고 아프다고 안 나온단다. - 크레인에 올라가서 장난친 것은 심각한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어 안전교육을 철저히 시키고 반성문을 받아서 현장 복귀를 시키겠다는 회사측의 생각은 일면 타당하다.
. 내년 3월까지는 계약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이 사람은 2년간 추가 체류 허가를 받고 난 뒤부터 태도가 바뀌어서 월급인상, 기숙사비 면제 등을 사측에 요구했는데, 사장은 수용할 수 없었다 한다. 지금도 다른 사람보다 시급 500원을 더 주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그런데 회사는 이 사람이 나가면 앞으로 3년간 이주노동자 고용을 할 수 없는 불이익을 받는단다. 그래서 사장이랑 과장이랑 화가 잔뜩 났다. 생산직 직원 10명중 이주노동자가 6명인 작은 회사이다.
과장이 자꾸 욕해요. 그래서 생각 많아요. 잠 안 와요 - 음.... 스트레스가 심하구나.
종합해보니, 사측과 근무조건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은 상태에서 스트레스가 심해서 여기 저기 아픈 것 같다. 심박변이도 검사를 무료로 했다. 검사결과가 별로 좋지 않다. 교감신경흥분성이 높고, 다른 검사지표도 별로 좋지 않다.
다시 과장한테 전화를 걸어서 상황 설명하고 앞으로 좀 지켜보기로 하고 돌려보낸다 했다. 과장은 의기 양양해서 앞으로 계속 병가처리하겠다 한다. 좋은 말로 타일러도 안되길래, 그러면 환자의 상태가 더 나빠질 수 있고, 자살이라도 하면 어떻게 하실 거냐 말했더니 수그러든다.
환자한테 말했다. 앞으로 과장이 욕 안 할 테니 마스크 쓰고 일하면서 좀 더 지켜보자. 앞으로 세 달간 한달에 한 번은 꼭 와야 한다. 환자, 울상이 되었다.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소견서를 써달라고 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써주었다.
진단 : 경도의 우울상태(사측과 갈등상황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 국제표준질병 분류체계상 잡히는 진단명은 아직 없다.
조치 : 업무상 정신질환의 예방(한달 간격 내원하여 심박변이도 검사 및 상담)
활성탄 첨가 방진마스크 착용 후 근무
요즘 이주 노동자들이 전 보다 많이 온다. 얼마전엔 작업환경이 나빠서 기침해서 일 못하겠다고 태국 사람이 왔었다. 호흡기 내과에 의뢰하여 검사결과는 정상이었지만, 천식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소견서를 받아서 앞으로 먼지 많은 작업장에서 일하지 말고, 혹시 또 기침하면 꼭 병원에 오라고 설명하고 보냈다.
이런 일 하나 처리하는데 보통 한 시간 반 ~ 두시간이 든다. 보고서 마감때문에 정신없는데, 이 기간에는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은 좀 없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다가도, 그럼 이 사람들이 어디로 간단 말인가 생각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안 아프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산업의학 의사가 할 일이지 않은가!
댓글 목록
조지콩
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문뜩 뻐꾸기님 같은 분들이 좀 많았으면 좋겠단 생각과...혹시 많은데 제가 못 보고 있나 하는 생각을 동시에 합니다.ou_topia
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뻐꾸기님의 글을 읽는 도중에 옛날 우리나라 광산노동자가 독일에서 어떤 처우를 받았는가 하는 생각이 나네요. 잘은 모른지만 한 광산노동자가 계약만기 이전에 폐암진단을 받고 우리나라로 돌아가야 할 상황이 되었는데, 그때 Kurt Koblitz란 독일 분이 (청년시절 라이프지히에서 공산당 지부 청년사업을 담당하셨던 분이었는데, 전후 서독에서 광산노동을 하고, 광산노동자 기숙자관리장을 하다가 나중엔 국회의원까지 지내셨던 분임. 참고 de.wikipedia.org/wiki/Kurt_Koblitz) 그 광산노동자를 위해서 모금운동을 하고 치료비를 마련하여 본국에서 휴양할 수 있도록 갖은 노력을 다했다는 이야기를 구전으로 듣고 알고 있습니다.뻐꾸기
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조지콩/아마도 저 같은 사람이란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겠지요. 그런 사람이 많으면 약간 더 살만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지랖 넓다는 것은 독선으로 치닫을 위험이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럽기도 합니다.ou_topia/ 일년정도 다른 나라에서 살아본 적이 있는데, 이방인으로 산다는 게 참으로 쉽지 않더군요. 그 때 도움을 주신 분들의 마음을 기억하게 되었고, 다녀와서 이주 노동자에 대한 마음도 많이 달라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