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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6

    요즘 쓰는 보고서.  아니 써야 하는 데 진도가 잘 안나가는 보고서 작성 화일을 열어 두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여기에 왔다.  내가 처한 상황을 분석해보았는데, 뭐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다 지웠다.  기를 쓰지 말고 되는 대로 살려고 하는데,  자꾸 마음에 걸린다. 

 

     이번 프로젝트만 끝나면 진짜 일상적인 업무만 하면서 지내려고 했는데,   우리 과 매출이 많이 줄어서 새로운 사업을 수주를 추진하게 되었다.  병원의 요구는 엄청난 매출증대가 아니라, 적자보지 말고 꾸준히 5~10%씩 증가시키라는 것이다. 시장의 경쟁은 치열하고 그만큼의 매출증대로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   산업보건하면서 병원에 돈을 많이 벌어다 준다는 건, 무리수를 두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돈을 많이 준다는 사업용역이 있어 올해 매출에 대해 면피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시도해보기로 했다. 

 

    이메일을 보냈더니 우리 과 직원들도 의욕을 가지고 하겠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거기까진 좋은데, 제안서를 쓰라 했더니, 그건 못 하겠단다.  그래도 프로는 프로인지라, 되는데 까지 해서 보낸 것을 받아보았는데, 어이쿠, 이걸 하면 또 고생길이 훤히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내년 초에 과 실적문제로 병원 경영진한테 쪼임을 당할 것인가? 올해 고생을 해서 쪼임을 덜 당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이대로 가다간 몇년내에 과의 존립이 위태로와 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위에 학교를 그만두는 사람들 소식도 간간히 들린다.  병원의 지나친 매출압박, 몰상식한 경영문화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심지어 교수들을 포함해서 과 원 모두가 월급이 깎였다는 곳도 있다.  그만두진 못해도, 죽을 맛이라 하더라. 

 

   본질적으로 이윤추구와 같이 갈 수 없는 산업보건을 하면서 월급받는 자로서 조직의 요구에 최소한의 답은 하면서 살려고 하다니, 이 불안한 동거가 언제까지 갈 지 미지수이다.  그건 그 때가서 생각하고, 즐겁게 일하면서 살아야지.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되는 대로. 

 

  여기가 짐을 내려놓고, 다시 보고서에 몰입모드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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