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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가치, 종교적 가치, 진보적 가치.

  • 등록일
    2008/02/24 12:38
  • 수정일
    2008/02/24 12:38

나도 아주 가끔은 그렇고,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많은 사람도 그렇고,

젊은 세대일수록 조금은 더 그런 편이고,

상당수는 '유명상표', '브랜드'의 환상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무척 모순된 행동들이지만 말이다.

 

'유명상표'라는 건 상당수의 경우

슬프게도 혹은 당연하게 보잘것 없는 우리들이

자신을 돋보일 방법이 없어서 찾게되는 최후의 방법이며,

자본주의의 악독한 힘을, 이미 인정, 체화하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체화되어 있어서 반성하기도 힘들고 끊기도 힘들다.

 

<진보>라는 단어 혹은 정체성 역시

일종의 유명상표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대안, 대화, 논리보다 선언과 자기주장만이 우세할 때,

아, 진보도 그냥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는,

내가 인민을 위하는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혹은 제 울타리에서 확인하고,

삶을 안도하는 하나의 방편일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거다.

 

그리고 뭔가 조금 더 진정성 있는 진보 인생들이,

그런 흔한 브랜드 진보들과 어쩔수 없이 함께 해야 하는

그런 경우를 가끔씩 보곤 한다, 가 아니라 수도 없이 본다. 

슬픈 일이다.

 

요즘은 <초록>, <생태>란 말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진보넷에서 몇몇 블로거들이 펼치는

물을 많이 쓰는 좌변기 소변 이야기도 본 적이 있고....

가끔씩은 대안생리대, 기저귀 운동이 벌어지는 것을 보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생태적이고 싶은 행사에서 1회용품을 안 써보려 애를 쓰다가

결국 그 불편함을 이기지 못해 다시 그냥 좌절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초록과 생태를 지향하는 사람들에 대한 느낌은,

불편하지만 아름다운 꿈을 꾸려고 애쓰는 심성 좋은 사람들,

이라는 정도다. 물론, 그것도 대단한 것이지만,

안타까운 것은 합리적 대안을 마련한다는 느낌은,

아직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대안생리대, 기저귀를 쓰면 정말로,

지구의 생체시계가 늦춰지는 걸까?

편한 1회용을 쓰고 매립하는 것과,

불편하지만 대안 용품들을 쓰고 물을 쓰는 것.

더구나 더운 물을 사용하게 되는 것.

 

무엇이 더 환경에 이로울까. 잘 모르겠다.

내가 게을러서이지만, 이런 정보와 확신이

잘 흘러다니지는 않는 것 같다.

시골에 사는 아름다움을 보기도 하지만,

그건 불편함과 심심함을 이겨내는 개인적인 용기지

현대사회의 수십억의 대안은 아니리라.

 

초록, 생태의 가치는 아름다워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대안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내 무식에 대한 자책을 떨어 내고,

평범, 평균적인 사람의 눈높이에서 의문을 가져본다면,

 

생태, 녹색 등의 가치는 많은 경우, 현재 수준에서는,

종교적 신념에 가깝고 대안적 가치는 되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나처럼 문외한이 이렇듯 도맷금으로 넘기기에는,

너무 복잡한 과거와 현재, 미래를 품은 주제이지만,

나보다 굳이 덜 문외한일 것도 없는 사람들이,

그 가치를 손쉽게 부여잡는 것을 보면,

 

그냥 유명상표 못이기는 자본주의적 동물성과,

별로 멀지 않은 사람들일 거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 손을 쉽게 잡는 생태와 초록도

가끔씩 동색으로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뭐, 그래서 못났으니 다 조용합시다,

이런 힘빼는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고,

크게 다르지 않으니, 아직은, 함께,

밑바닥에서 밑바닥 이야기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서 드는 생각이다. 

 

진보와 대안을 말하며

남에게 무언가 전파를 하려는,

남들을 약간이라도 책임지고 싶은 사람들이,

그런 가치를 쉽게 말하는 것은 위선이라는 이야기다.

그 가치를 형성하기 위한 수많은 복잡한 배경, 과학 들을

준비하고 증명해 보이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개인의 종교생활로 인정한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로 충분히 존중할 수 있겠지만. 

 

제목과 주장은 선정적인데, 알토란 같은 말은 또 없다. 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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