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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 일기 [2001.01.10]

어제는 한 이주일만에 처음 노가다 갔다 왔다. 근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재수 옴 붙어 아침부터 청승맞은 겨울비를 맞고 일했다.한 이주동안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에 몽롱한 정신으로 말이다.

여름에는 비를 맞고 일하는게 땡볕보다 낮지만, 겨울에는 할짓이 못 되었다. 운동화는 벌써 물이 차 발이 라면 불어터진것 같은 느낌이었고, 안경에는 빗물이 맺혀 앞을 제대로 볼수가 없었다. 그마나 다행인건 완전 코팅된 고무장갑을 끼고 비옷을 입어서 다행(?)이었지. 내가 하는건 디모도(잡일) 자칭`개잡부'다.

개잡부의 첫째 조건 `발이 열나게 뛰어다녀야 한다는 것.
둘째 `붙임성이 좋아, 20년 차이 아저씨와도 농담 따먹기를 잘 해야 한다는 것.
셋째 힘으로 하는 일에는 자신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근데 중요한 건, 그 조건에 내가 다 불합격이라는 것이다^^;;

어제 한 일은 캇팅기에 물 넣어 주고, 시멘트 바닥 쓸고, 옹벽을 수세미로 씻고, 거적대기 덮고, 잡목 다른 현장에 날러 주고 대충 그런 일을 했다. 캇팅기는 뭐냐하면? (목에 힘을 주면서 ^^) 시멘트 바닥 자르는 기계 있잖아. 한번쯤은 다들 보았으리라 생각된다.

짜증 정도로는 표현 안 될 괴음을 내는 기계,귀가 먹먹해지고, 이게 제정신인지, 그리고 인간이라는 자체가 순간 아주 본질적으로 신경질적이기도 하지.

그와중에도 뇌리를 때린 감상. "저리 단단한 시멘트 바닥도 자르데, 왜 내 가난은 저 기계로 자를 수 없는지." 역시 진절머리 나는 지긋지긋한 생각이 떨어지지 않는구나.

그런 생각도 잠시 현장이 산골이라 4시가 되어도 해가 떨진다. 5시쯤에 `시마이 담배'를 피고 일을 마쳤다.
중요한 건 오늘 좆같은 일당보다 약값이 더 많이 든다는 노가다지만, 겨울비 때문에 더 더욱 감기, 몸살에 처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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