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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에 반하여 열정을 만들어 갑니다

[홈에버 1인시위 17일차] 열정에 반하여 열정을 만들어 갑니다




산위에서 부는 바람 서늘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여름에 나무꾼이 나무를 할때
이마의 흐른 땀을 씻어준대요

강가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사공이 배를 젓다 잠이 들어도
저 혼자 나룻배를 저어 간대요

-동요 산위에서 부는 바람


산위가 아니기에, 폭염 주의보가 내려지는 대구이기에 당연히 이런 바람은 없다. 6월 22일 한미FTA 전면무효 대구경북 총궐기대회 행진하면서 따가운 햇볕 맞으며 숨이 턱 막힐 때 이마의 땀과 한미FTA로 인해 착취와 억압의 구조가 더욱 공공히 될 먹구름을 몰아낼 시원한 바람을 기대했었다. 분명 평생을 농사꾼으로 살아오신 할머니께서 명아주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걸어가시는 모습을 보며 우리에게는 시원한 바람이며 저들에게 치명타가 될 칼바람이 필요했다. 그 바람은 무서운 바람이다.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밑바닥부터 끓어오는 것이며 목숨을 잃고, 바치면서 만들진 바람이다. 이 바람을 만들어가는 열정이 어느덧 나에게 와 있었다. 그게 ‘심바람’이라 불러도 상관없을 것을 같다.

고백하자면, 항상 미온적, 소극적 당원이었다. 물론 당에 대한, 당원으로 확고한 신념이 없었기에 더욱 그러 했을 것이다. 우정에 기초한 당원이랄까. 딱히 도움이 될게 없지만 당비라도 열심히 내야지에서 당이 왜 이건 안 하느냐, 이래서 당이 싫어 등등 주체가 되지 못한 체 속으로 불평불평만 하고 뒤죽박죽이었다. 하지만 한미FTA 저지 투쟁 속에서 그 거리는 좁혀졌다. 한미FTA 저지 투쟁 속에서 항상 함께했던 민주노동당이 점점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투쟁으로서 감동을 만들어 내었으며, 그 감동은 분명 사람을 움직였다. 얼마 전 입당한 정태인 당원이 그 예일 것이다. 비정규법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에 가운데 서 있는 뉴코아-홈에버 노동자들과 함께 하고 ‘전태일과 김주익의 유서가 같은 나라’에서 일어나는 모든 차별에 저항한다면 난 민주노동당 당원으로서 함께 길을 갈 것이다.




그래서 섰다. 더러운 자본과 그에 기생하는 정권에 의해 여성노동자들이 끌려나오는 그날을 기억하고 잊지 않기 위해서. ‘심상정을 지지하는 민주노동당 당원’의 릴레이 1인 시위가 17일차인 오늘, 새삼스럽지만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피켓 들고 서 있는다고 악덕기업이 좀 덜 악덕한 기업으로 변하기라도 하나, 가지도 말고 사지도 말자 라고 하지만 스스럼없이 출입문으로 들어가 한 보따리씩 들고 나오는 사람들이 홈에버에 안 갈까.’

확실히 말 할 수 있는 건, 난 절대 안 사고, 절대 안 간다. 그리고 17일차 동안 릴레이 1인 시위를 한 당원들도 안 간다. 앞으로 1인시위할 당원도 안 간다. 대선후보가 결정되면 이 1인 시위도 끝날 것이다. 하지만 단발성으로 끝나는 김빠지는 행동이 아닐 것이며, 이 열정으로 또 다시 투쟁 속으로 뛰어 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당당히 민주노동당 당원의 이름으로, 신명나고 시원한 바람을 만들어가는 열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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