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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운동이 되지 못했다

간만에 열린 땅과자유 학교에서 “내 삶과 운동을 위한 성찰”을 주제로 공부했다. 예습이 부족했던 것 같았다. 작년에는 스스로 열의를 가지고 공부를 했는데, 시와 노래를 준비도 못 했고, 주제가 내게는 진부했던가 별 고민이 없었다. 다함께 읽고 이야기 하면서 갈피를 못 잡는 생각들이 떠올랐다.

 

추려보면 ‘난 가난한 삶을 살고 있나? 가난한 삶을 어떻게 내 삶으로 소화해낼 것인가 그래서 어떻게 살 것인가’, ‘내게 가난한 삶은 과연 무엇인가, 그래서 나만 그렇게 살면 되는 것인가’, ‘나는 운동을 하고 있는 건가’ 뭐 그런 생각이 지금껏 계속 들었다.

 

백수 생활을 청산하고 ‘신천에스파스’ 라는 사업에 함께 하면서 우여곡절과 불화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최저 임금 받는 노동자이지만 그 돈 받기도 참 힘들구나 싶었다. 처음 가졌던 꿈인 도시농업에 준하는 계획 또는 귀농 직전의 몸 다지기와 운동이 아닌 생활로서 대중과 만나는 첫 직장이라 그 속에서의 기대와 설렘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일개 삽질하는 노동자로 강등되면서 노동 조건의 심각성이 인식되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까탈스럽나 싶기도 하며 NGO단체의 프로젝트 사업이지만 이건 좀 아니다라는 생각에 노동 상담도 받으며 노동기본권에 대해 공부를 해야겠다는 현실이 눈앞에 떨어졌다. 나의 인생 설계와 다른 방향으로 전이되었다.

 

그 속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의기투합하여 문제 인식을 공유하며 함께 이야기 했고, 책임자와 면담도 했다. 그 사람들과 함께하는 데 모든 걸 집중했다. 그래서 집회나 다른 행사나 모임에 소홀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함께 했던 한 여인에게서 사랑을 받기도 했으면 연애도 했다. 그리고 많이 다르다는 것에 쿨하게 웃으면서 예전의 나로 돌아왔다. 그 찰나에 함께 했던 동료들은 떠났다. 노조 설립은 아니더라도 그에 대응하는 뭔가를 막 시작하려 순간 맥이 풀려 버렸다. 이 모든 게 한 달 안에 일어났다. 급여명세서가 나오는 직장을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출근하고 퇴근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연애가 끝나면서 많이 반성하게 되었다. 그 속에서 다시 나의 삶과 운동을 생각되었다. 행복했던 기억 속에서 서로 많이 싸웠다. 박노해의 시 「이불을 꿰매면서」를 편지로 보내며 나의 행동은 그렇지 않을 것처럼 말했으나 결국 이불호청을 꿰매며 찌른 바늘의 각성은 의식으로만 존재했던 것을 뒤늦게 알고 말았다. 머리 속에서만 존재하고 입으로만 바른 소리하고는 행동은 전혀 다른 나를 새삼스럽게 보고 말았다. 결국 골방에서 혼자 책만 본 게 아닌가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하고도 소통을 못 하는 내가 어찌 대중을 조직하고 민중을 말하는지 부끄럽기 짝이 없다. 2년 넘게 생활했던 8만원짜리 자취방을 도망치듯 나온 것도 어쩌면 가난한 삶을 이야기하기에는 나의 머리와 몸은 따로 인 것 같다. 찜통 같은 자취방을 떠나와 에어컨 나오는 고시원에서 머무는 나. 결국 나의 삶도 원룸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내 꿈인 땅에 뿌리내리는 일에 대해서는 가꿔가고 있다. 그게 어떤 방향을 튈지는 모를 일이지만. 땅에 뿌리내린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소음에 진저리나는 이곳에서도 분명 당장 해야 할 일과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그 사람과 함께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꿈이 느리게 천천히 가지만은 땅에 뿌리내릴 것이다 라는 나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 전제 조건은 원룸과 에어컨이 내 삶에서 이별하는 순간일 것이다. 나의 생각이 너무 진부하고 식상하고 또 머리 속에만 있는 것인가? 사랑을 잃고 내 삶의 길이 흐릿하지만 권정생 선생님과 김종철 선생님의 말이 깊숙이 박혀 있다

 

“가난한 삶을 우리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승용차를 버리고 30평 아파트를 반으로 줄이는 길뿐이다. 그래야만 석유 전쟁에 파병을 안 해도 떳떳할 수 있다.”

 

“가난한 삶과 비참한 삶은 구별되어야합니다. 10년, 20년 옷 한 벌로 지내고 누더기가 되어도 신념이 있고 사상이 있으면 위엄이 있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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