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고추장과 비빔국수

고추장 맛이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다. 비빔국수에 꽂혀서 비빔국수를 해먹는 과정에서 새삼스럽게 알게 된 사실이다. 평소 맵게 먹지 않는 지라 고추가루나 고추장에 대한 관심이 그리 많을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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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고추장 부자도 아니다. 온갖 장류를 다 갖추고 사는 알뜰한 주부도 아니다. 그러니 더욱 고추장에 관한 조예나 지식도 그리 많지 않은 것은 당연한지 몰랐다. 그런데 어느 날 고추장 하나가 뚝 떨어졌다. '대륙으로 가는 길' 회원자격으로 받게 된 고추장이었다. 택배가 와서 웬 일인가 싶었더니 '대륙으로 가는 길에서 부쳐온 고추장이었던 것이다

고추장은, 어쩌다가 오이 찍어먹을 때나 가끔씩 먹게 됐다. 아니면 밥맛은 없는데 마땅한 반찬이 없을 때 나몰라라 하는 심정으로 "고추장이나 한 숟가락 얹어서 조금만 비벼먹어볼까? 어떤 맛인지?" 한 것이 고작이었다. 고추장 포장을 뜯어 개봉한 채 뒀더니 넘쳐서 물기가 흘렀는데 보니까 끈적거릴 정도로 내용물이 흘러있었다. 냉장고에 넣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추장까지 냉장고에 넣다보면 냉장고가 어찌 되겠나. 냉장고 없던 시절에도 변질 되지 않는 식품이 장종류 아닌가벼. 그냥 있던데 두자.

그냥 둔 고추장이 눈에 띌 때마다, 저걸 애용해야 할 텐데 하는 괜한 걱정이 들었다. 뭔 맘을 먹었던지. 마트에서 장을 볼 때 국수를 사오게됐다. 비빔국수를 해서 몇차례 정말 잘 먹고 난 뒤에 뒤늦게 확인해보니 '샘표 진공반죽 국수'였다. 다시 하나 사러 갔을 때는 국수종류가 저렇게 많았어? 할정도로 열댓게나 된다는 사실에 마주치면서 지난 번에 맛있게 먹었던 국수가 이거였던가, 저거였던가 도무지 헷갈려서. 그래서 뒤져보니 진공반죽이라고 쓰여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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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이야기를 계속해야지. 내가 식구들 나가고 아무도 없는 점심 때 혼자 국수를 해먹는 방법이다, 오로지 세가지 양념이면 된다. 아무튼 내 비빔국수 레시피에는 국수 삶은 것+ 고추장 듬쁙 큰 한숟가락+ 오이 하나 채칼로 채쳐서 가득 넣은 것+참기름 몇방울 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고추장, 오이채, 참기름, 간혹 신김치를 쫑쫑 썰어서 조금 얹어 먹을 때도 있다. 잘 삶은 국수가닥에 이들 오이, 고추장, 참기름 몇방울을 비비면 맛이 아주아주(엑셀런트)훌륭하다.

쫀득한 식감의 삶은 국수에, 탄수화물 섭취량 지나치게 많을까봐 채소를 많이 먹자는 의미로 오이 한개를 몽땅 채쳐서 넣는 부분이 내 비빔국수의 비결이라면 비결이고 오이는 국수분량의 반이나 된다. 이에 참기름 몇방울에 순창고추장을 얹어서 비비면 끝이다.

식성도 변한다. 건강상태도 변한다. 유행하는 음식도 변한다. 참고로, 수많은 끼니에서 기억나는 것 세가지가 있다. 어느 해 여름엔 여름 내내 참외가 나를 살렸다. 취재나갔다가 지쳐서 돌아와 냉장고를 열고 시원한 참외 하나 꺼내서 깍아먹으면 생기가 돌아왔다. 어느 해 겨울엔 김치국이 날 살렸다. 김치 쫑쫑 썰어넣고 멸치 몇개 넣어서 끓이면 간이 딱 맞고 개운한 김치국이 되었다. 여기서 주 포인트는 김치가 맛을 좌우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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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여름엔 비빔국수가 5월 한달 날 살렸다. 참 요상타. 그리고 최근 2.3년엔 과일로는 오렌지였다. 이상하게 사과가 몸에서 썩 반기질 않는 것이었다.

고추장이 다 떨어졌다. '대륙으로 가는 길'에서 보내주신 순창고추장이. 이거, 내생활에 이렇게 지장을 줄줄 몰랐다. 있을 땐 있으니까 고추장에 관한한 없는 불편이 없었던 것인데 없으니 당장 아쉽고 불편하다.

마트에서 사온 고추장은 우선 짰다. 혀끝에 대보면 아리고 쌔한 맛이 나고 뒷맛이 좋지 않다. 국수를 비빌 때 양을 줄였는데도 짜서 곤혹스러웠다. 비빔국수의 맛은 결국 고추장 맛이 좌우했던 것이다. 아쉽다. 순창찹쌀고추장, 언제 맛있는 순창고추장이 또 들어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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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8 13:24 2015/06/1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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