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외출, 외박을 만나다.

 

 

모처럼 외출을 하였다. 김미례 감독의 외박을 보기 위해서였다. 르포교실 7기 동기생들과 이루어진 약속이다.

 

얼마 전, 신월동 청년(철호)씨는 까페 게시판에 ‘7기 수강생 모여 봅시다!’라는 공지글을 띄웠다. 덕분에 7기생들의 1차 모임은 ‘삶창 사무실’에서 열렸다. 참석자는 이시규, 홍철호, 김정란, 유정아, 청올(계영씨), 박정례 등 6명이 참석했다. 여기다 강곤씨와 송기역씨가 함께 했고 삶창의 김기중씨가 힘을 실어줬다.

 

이날 참석한 7기생들은 중앙시네마 3관에서 상영하고 있는 ‘외박’을 보기로 결정했다. 물론 영화 관람만이 목적이 아니다. 뒤풀이가 있을 예정이고 후속 모임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드뎌 약속 날이 되었다. 1차 모임 이후 모처럼의 외출이었다. 날씨는 포근하고 바람은 잔잔했다. 좋은 날씨가, 부담없이 외출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었다.

 

4호선 열차를 타고 명동역에 내렸다. 와우! 웬 사람이? 토요일의 명동 거리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시절이 시절인 만큼, 구세군 자선남비와 저 종소리! 딸랑딸랑 마음을 도닥거리며 부르는 그 소리에 이냥저냥 선뜻 다가가 지전 한 잎을 넣지 않을 수 없었다.

 

허긴 며칠 전에는 ‘구세군 자선남비’와 함께 나온 원숭이 한 마리가 구름떼처럼 사람들을 모으는 데 일조 했다고 한다. 어쩌다가 그런 모금 대박을 터뜨렸냐고 물으신다면, 원숭이한테 옷 입히고 신발 신기고 모자까지 씌워서 그야말로 구경거리 난리 부르스였다고 한다.

 

사람들은 원숭이인줄 알고 있었다지만 사실은 오랑우탄이었다나? 어느 일간지에 기사까지 났더란다. 얼마나 비정한 장면인가? 아니 유정한 장면인가? 혹시나 해서 두리번 거려봤지만 원숭이는 없었고 나에겐 동물학대인지 동물우대인지 모를 그 장면을 목도할 수 있는 행운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지전 한 잎만(얼마인가는 비밀..) 얼렁 넣고 중앙시네마로 발길을 옮겼다.

 

 

여기도 많이 변했겠지. 정말 서울 촌놈의 오래간만의 극장 외출이다. 그래 많이 두리번거리자. 그러나 시야가 왜 이렇게 좁아? 사물 포착력이 뛰어나지 않은지 보이는 것이 별로 없다. 3관으로 가보자. 좁으장한 계단이 보이고 3이라고 쓴 화살표가 있기에 미로 속을 걷는 기분으로 올라갔다.

 

찿았다. 두 사람의 7기생이 보인다. 눈인사, 손인사, 바디 랭귀지 다 섞은 인사를 하고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았다. 그리고 얼마 후 영화가 끝났는지 컴컴한 가림막을 젖히면서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르포 7기생들도 동시다발적으로 도착하기 시작했다.

 

철호씨, 시규님, 먼저 온 김정란, 이연희 그리고 유정아, 박정례, 송기역씨 영화가 시작된 후에나 도착한다는 계영씨였다. 결국 1차 모임에 온 사람들 하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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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4 02:39 2010/02/04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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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서 4천원의 행복

 

목욕탕에서 4천원의 행복!

 

그랬다. 여름은 물론 가을의 상당한 기간까지도 나는 집에서 목욕을 계속했었다. 그러다가 급기야 목욕탕을 찾게 됐다. 무리를 지어 찜질방에서 한담을 즐기며 하는 아줌마들의 긴 목욕은  아니더라도, 섭씨 98c 쯤  하는 한증탕을 들락날락거리면서 샤워기의 물벼락을 맞고 싶었다. 또 가끔은 등의 떼를 밀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길어봤자 총 50~60분을 넘지 않는 빠른 목욕에 익숙한 나다. 대충 몸을 씻었다고 생각하면 지체 없이 목욕탕 문을 나서는 편이다. 그 와중에도 등 미는 일은 늘 고민이다. 어떤 때는  혼자 오신 할머니의 등을 밀어주었다가 기어이 답례를 하겠다는 할머니 덕분에 등 미는 일을 해결한 적도 있다. 또 어떤 날은 품앗이 할 짝을 만나서 등을 밀고 나온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나는 목욕 도우미를 청하게 되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말이다. ‘돈 아까운 생각 말고 ’때 밀어서 좋고, 목욕 도우미 아줌마는 수입 잡어서 좋은 일이지...’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의 해석으로 그랬다.

 

“등 미는데 얼마에요?”
“4천원이요~”
“네, 저 등 좀 밀어주세요.~”

 

도우미 아줌마가 등을 밀어주는 방법은 대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목욕대로 와서 누우라고 해서 밀어주는 경우가 있고, 자리에 앉아 있으면 아줌마가 찾아와서 밀어주는 경우다.

 

전신 목욕할 사람이 아닌 바에야 섣불리 목욕대에 누우라고 한다면 아줌마의 서비스양이 많아질 것이다. 특히나 보기만 해도 기가 질릴 정도로 체격이 육중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단골손님을 잡으려면 너무 야박하게 곧이곧대로 등만 밀어줘서는 안 될 경우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목욕탕에서는 가끔 아줌마가 손님에 대한 서비스의 양과 질을 결정할 때면 짧지만 미묘한 긴장이 흐른다. 

 

그러니 하루 종일 뜨거운 수증기 속에서 일하는 아줌마인지라 몸집은 크고, 시비스의 단가는 제일 싼 최소단위만을  주문한 손님  앞에서는  늘 약간의 고민이 뒤따를  것 같았다. 참고로 아줌마의 목욕대에는  다음과  같은 요금표가  붙어있었다.

 

        전신 때밀기                          15000원
        때밀기+얼굴마사지             23000원
        때밀기+미니마사지             28000원
        때밀기+얼굴+미니마사지   33000원
        때밀기+전신마사지             50000원
        때밀기+전신아로마마시지  60000원

       

       머리 별도 3천원

 

그런데 목욕도우미 아줌마들 중에는 어쩐 일인지 나의 등을 밀어줄 때면 목욕대에 누우라고 해서 밀어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체격이 작다보니 평수가 별 볼일 없어서 그런지 이왕 손 놀려서 미는 거, 미는 것답게 밀어줘야 마음이 편한가 보았다.

 

바로 엊그제였다.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미안하고도 행복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등 좀 밀어줄 수 있으세요?”
목욕도우미 아줌마에게 등을 밀어달라고 부탁했다. 아줌마는 목욕대에 날 누우라고 하더니 아니 그런데... ‘황송해라!’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이 아줌마의 손길이 장난이 아니었다. 쓱싹 쓱싹~· 팔, 다리, 어깨, 목, 등판 거기다가 손등까지....... 그리고 발뒤꿈치까지, 까실까실한 때수건이 지나가는 부위마다 기분 ‘나이스~’였다. 아줌마의 숙달된 솜씨 덕분일 것이다. 살결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아줌마의 손길이 지나가는 데 따라서 떼가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며 기분 좋은 행진을 계속하고 있었다.

 

아줌마에게 몸을 맡기고 눈을 사르르 감고 있는데 딱 딱~ 어깨죽치를 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 아줌마?”하고 고개를 돌리니 이 아줌마 웃으면서
“왜 싫어요?”라고 말했다.
“아~아뇨. 좋지요!”

 

팍~ 팍~ 토닥토닥 안마까지 맛보기로 해주는 것이 아닌가. 개운하고 시원하고 황송하고.....
말이 필요 없었다. 4천 원짜리 등을 밀어 달랬다가 생각지도 않은 서비스를 옴팍 받고나니 그저 고맙고  행복할 뿐이었다. 거기다가 비누칠까지 해주고 다 밀었다는 신호로 아줌마는 등을 다시 한 번 툭~탁 가볍게 치는 것이었다.

 

‘와우~ 감사감사! 아주머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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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2 02:24 2010/02/02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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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장사로 얼마나 버니?

고구마 장사로 얼마나 버니?

 

구수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풀풀 넘치는 것 같다. 고구마 장수로 변신한 학생들의 모습이 부산한 윤기를 뿜어댄다. 고구마 통을 에워싸고서 있는 그런 모습을 발견하자 나도 모르게 따뜻한 미소가 번진다.

 

갑자기 추위가 닥쳤다. 이럴 땐 지레 겁먹은 자라처럼 목을 한껏 움츠리면서 걷게 된다. 횡단보도를 건너야 할 때면, 늘 그렇지만 습관적으로 신호등 쪽을 자주 쳐다보게 된다. ‘언제 파란 불이 들어오려나? 내가 횡단보도 앞에 서자마자 파란 불이 때 맞춰 들어왔음 좋겠다.’등등의 생각을 하게 된다. 그치만 신호등이 간당간당 할 때면 어쩔 건가. 이럴 때는 건널지 말지 얼른 결정해야겠지.

 

근데, 지금 건너려면 이 뾰족구두를 신고 발목이 시큰거리도록 뛰어야 하는데 어쩌나. 그러니 포기하고 다음 신호등을 기다려 말어? 아 난 정말 이까짓 일에 이리도 세심하게... 그리도 습관적으로 생각의 주판알을 굴리며 걷고 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서다. 생각의 실 가닥을 부지런히 늘였다 오므렸다를 시도 때도 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이래야 머리가 녹슬지 않는다. 사고의 확산이 일어난다. 라는 듯이 오만가지 생각을 하면서 걷는 인생이다. 그렇게 자질구레한 생각으로 나름 사고의 영역을 채우고 있을 때. 근디, 근디 저기 학생들이 왼 일이여? 건널목이 여느 때와는 달리 어째 시끄럽다. 앗, 고구마 통! 그러네. 군고구마 나왔구나.

 

연통에서 하얀 연기가 나풀거리고 있다. 그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아이들, 가만 보자 여덟 명? 그래 여덟 명이나 되었다. 뭔 싼거리 났다고 녀석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모여와서 거리를 이토록 장악하고 있는 것이여? 덕분에 간만에 분주한 모습을 잘도 보게 되는구나. 지금은 녀석들 숫자가 이렇게 많지만 며칠 후에는 과연 몇 명이나 보일지 모르겠다.

 

이 모습을 보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도 가지가지다. 자작거리며 타오르는 불길만큼이나 확실한 미소를 짓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자슥들 뭔 짓이여?’하는 떨떠름한 표정을, 그리고 스멀스멀한 웃음을 약간 내비치는 사람도 있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자기들은 한 번씩 그러지 않았나 뭐......’ 군밤장사든 고구마장사든 하는 사람한테는 로망일텐데, 그나저나 녀석들은 마냥 바쁜 거 같다. 한 번도 아니고, 꽤나 익숙한 모습 아닌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거기다가 올해도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3년 째 방학동에 살면서부터 겨울 이만 때쯤이면 귀가 길에 군고구마를 파는 너희들을 본다.

 

‘반갑다. 녀석들!’ 마음속으로 인사 한번 건네면 좀 좋은가. 그래서다 난 이미 저 멀리 횡단보도 앞이 시끌벅적 할 때부터 알아봤다. 근데, 군고구마 통을 지키고 있는 저 녀석은 누구여. 대빵인가? 지들만 불 옆에서 편히 앉아 있고 ‘고구마 좀 사 달라’고 행인들을 졸졸 따라다니는 역할을 하고 있는 녀석은 뉘 집 자식인 것이여. 저 카키색 파카를 입은 아이는 동업자 몇 명을 확실히 풀어 놨구만,

 

“아주머니, 군고구마 좀 사세요!”
대답 대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3천원만 주세요!”
“2천원어치 줘. 혼자 먹을 거야......”
“네에~”
내미는 고구마 봉지를 만져보니 차갑기에
“나 뜨거운 거로 주라!”하며 고구마통을 가리켰다.
‘손님은 왕이야 쯧쯧..... 녀석들 갓 구어 낸 고구마 꺼내느라 애 많이 쓰네. 손님이 무섭긴 무섭다.’
그런데 고구마를 봉지에 담아 건네기 전에 
“난, 탄 거 싫은데.......”라고 말했다.

 

내가 까탈스러운 손님인가? 차가운 건 싫어서 싫다고 한 건데. 따뜻한 거 먹고 싶어서. ‘이해 좀 해줘야겠어.’ 물 밑에서 발놀림에 여념이 없는 오리처럼 그 사이 나는 부지런히 혼자 말하고 혼자 대답하기를 계속하며 아이들이 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왕년엔 나도 아르바이트를 꿈꿨었지. ‘내가 번 돈으로 하고 싶은 거 하고, 쓰고 싶은 데 왕창 쓸 거야.’ 하면서 마음으로야 ‘아르바이트를 했다 안 했다’를 열 댓 번씩 싫은 줄도 모르고 기와집 허물었다 부쉈다 하듯이 했다.

 

“얘 너희들 고구마 장사해서  얼마나 버니?”
"헤 헤헤...."
"웃지 말고 말해봐라 얘!"
"5만원 쯤요........"
"와? 그돈 뭐할 건데?"
“용돈으로 쓸 거예요.”
“그래? 구체적으로 뭐 할  건가를 묻는 거야.”
“옷 사 입을 거예요.”
“옷? 그것만? 메이커 옷? 으응 좋은 생각이네........”

 

대체나 얼마짜리 옷을 사 입으려고 그래 저토록 열심일까? 찜 해놓은 옷이라도 있는가 보다. 덕분에 올 겨울도,  오며 가며 냄새깨나  맡겠구나. 군고구마 먹고 싶어서 군침께나 흘리면서 지나다니겠구나.

 

반갑다, 고구마장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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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2 02:13 2010/02/02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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