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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집단창작소설 '일진회는 있다?'

3년전에 사라진 일진회 선정적으로만 다뤄, 폭로교사의 지적은 반영안해
 
이계덕  
 
  지난 3월 9일, 유력 일간지들은 서울 전농중학교에서 교사로 재직중인 정세영(52세)씨가 경찰청에서 주최한 '학교폭력예방과 대책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서울지역 일진회들이 연합을 형성하고 있으며, 모의 성행위와 노예팅등의 탈선을 넘어 조직 폭력화되어 가고 있다.'는 주장을 '10대 성행위 탈선 심각, 현직 고교 교사 폭로' 라거나 '10대 일진회,조직 폭력 광역화'등의 선정성인 제목을 걸어 일제히 게재했다.
 
  그러나 나는 이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일부 소수에 탈선을 과장하여 10대 전체로 확대시키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기사내용이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게재되어, 10대 일진회의 폭력행사가 학교내에 만연해있다고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본다.
 
  얼마전까지 서울에 있던 고등학교에 다닌 나였지만 이러한 기사의 내용은 무척이나 생소하고, 한편의 소설을 보는듯 했다. 정말 놀았다고 하는 아이들이 이 정도로 심각한 탈선에 물들어 있었던가?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예술계열이었기 때문에 잘 모른다고 쳐도, 중학교때도 기사에서 나온 것과는 매우 다른 일진문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조금 논다는 아이들이 그룹을 지어 다녔고, 그 아이들의 심부름을 하면서 노는 것 인양 행동하는 찌질이들이 있었다.
 
  나는 중학교를 두군데에 다녔는데 두 학교 모두 정말 아이들이 극진히 대우해주는 '전교 일짱'이라는 존재는 상위 5등안에 들었고, 아이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 없었으며, 조용히 학교생활을 하고 지냈다. 흡연을 하는것을 보면 과히 모범생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선생님들이 보기에는 모범생이었다. 그리고 정작 돈을 뜯고 왕따를 만들며 돌아다니는 아이들은 일진이라고 부를수도 없는 찌질이들 뿐이었다.
 
  말 그대로 일진이라는 존재와 '싸움 서열'은 어떻게 보면 상징이라고만 볼 수 있었다. 이런 나의 중학교때 보던 '노는 아이들'은 결코 기사내용과 같은 일을 저지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나만의 경험을 가지고 일반화시킬수 없어, 나는 중학교때 잘 나갔다(놀았다)고 불렸었던 동창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에 진학한 중학교 동창은 기사내용에 대해서,"유치하게 아직도 일진놀이 하는 애들이 있냐?" 고 반문했다. 소위 놀았다고 하는 친구 역시 기사내용의 '일진놀이'나 '일진회'라는 단어자체가 과거의 없어졌고, 최근 '일진놀이'를 한다는 애들은 노는척 하며 과시하고 다니는 찌질이거나 '초딩'들 뿐이라고 한다.
 
  또 현재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는 동생에게 기사내용에 대한 견해를 물어보았다."우리 학교에 논다고 하는 것을 주도하는 아이들이 10여명 정도 있다. 그들중 4명이 전교 상위 20위 안에 들며 친구들과의 관계도 매우 좋다.
 
  담배와 술을 즐기며 싸움을 잘하는 아이들만의 집합체라 사실상의 '일진'이라고 볼 수는 있고, 주변학교에 논다는 학생들끼리 간간히 같이 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일진회라는 대규모 조직에 가입되어있다고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그런 곳에 가입되어 전국적으로 놀고 있다면 과연 그들 그룹과 친한 일반 그룹들 아이들이 모를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 아이들이라고 교실에 친구가 없는 것이 아닌데,그런 친구들이 모를리가 있겠는가?"라는 그의 대답은 현재 일진이라고 부를 정도로 상징화 되어있는 아이들이 있기는 하지만, 기사내용과 같은 일은 듣도보도 못한 일이라고 말한다.
 
  학교에서 짱이라고 부를 정도로 노는 아이였던 중학교 동창. 그리고 현재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는 동생 모두가 기사내용은 듣도 보도 못한 일이며 있을 수 없거나, 과장된 것일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정말 학교 현장에 있고 그들과 더 가까울지도 모르는 같은 학생과 졸업한 노는 선배가 모르는 일을 과연 학교 교사가 그들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을까?
 
  또 현직 고교 교사가 폭로 했다던,'일진회 서울 연합에 1200명이 모이는 정기행사 자리에서 모의 성행위인 섹스 머신과 노예팅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과연 사실일까? 물론 있을수는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그렇지만 사실이 아닐수도 있다.이미 각종 언론에 기사가 게재되고 있지만, 이 자료는 정확한 조사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세가지 의문을 제시하게 된다.
 
  학기 중 규모가 작을 때는 500여명이었지만 방학 중 규모가 클 때는 1,200여명이 참여했다는 데 마지못해 표를 사고도 참여하지 못한 학생들을 포함하면 2,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략)
 
  2000년과 2001년 무렵 성신여대 입구에 있는 모비딕 일콜(일일 콜라텍) 때는 직접 성행위를 했으며 2002년 동대문 프레야타운, 2003년 신촌 독수리(블루몽키) 일락 때는 장소를 임대한 주인의 요구로 직접 성행위는 드물게 이뤄졌고 2004년 1월 31일 일락 때 한 번 필자의 요구로 섹스머신을 중단했었다. 그런데 최근 몇 개 학교가 연합한 소규모 행사인 단합에서 섹스단합이 등장하였다.(토론회 자료집 中)
 
1.1000명 이상이 들어갈수 있는 장소를 중,고생들이 구할 수 있을 것인가?
 
  민주노동당 전당대회가 약 1000여명 이상이 참석을 한다. 그러나 그 정도의 인원을 수용할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고,이리저리 찾아내던 끝에 찾아냈던 곳이 63빌딩이었다.그런데 과연 중,고생들이 100명이상이 들어갈수 있는 대규모 공간을 단순한 유흥을 즐기기 위해 구할수 있을 것인가? 나이가 어린 학생들에게 그 정도의 장소를 빌려줄 정도로 너그러운 가게 주인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며 상대가 소위 노는 학생들이라는것을 안다면 더욱이 빌려주지 않을 것이다.
 
2.1000명의 중,고생이 움직이는 것을 과연 아무도 알지 못했을까?
 
  광화문에 촛불 집회가 열릴때 1000명이면 도로 한쪽을 완전히 메울 수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그러한 집회에 갈때 보면, 주변 지하철역에 부터 행사장으로 하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어떤 행사가 있겠구나 하는 정도를 눈치채기 마련이다. 또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완전히 동떨어져서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런 것을 모두가 비밀로 할리도 없다. 따라서 1000명의 중,고생 그것도 노는 아이들이 한 장소에 집결하는 것이 과연 주변 학교 친구들이나, 행사가 열리는 근처를 지나던 시민들이 모른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3.폭로를 했다는 교사는 이러한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자료집에서는 교사 스스로 말렸기에 성행위가 중단되었다고 말하고 있다.그렇다면 교사는 행사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다.그렇다면 왜 이전에는 말리지 않았다는 말인가?교사로써 학생들을 지도하는것은 본분인데 그냥 그들과 같이 놀았다는 말인가?
 
  교사의 자료집을 보면 일진회 서울 연합이 모인 일자와 행사장소가 비교적 자세하게 나와있다.이것은 일진회 행사 자리에 직접 참여 했거나,일진회 관련 친구와 직접적으로 연계되어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알수 없는 일이다.그러나 '학교 교사'들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일반 학생들도 그렇지만 노는 학생들은 그 불신뢰가 더욱 심각하다.그런 상태에서 교사를 저런 행사자리에 데려갈리도 없을 것이며,직접 찾아왔다고 하더라도 끼워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같이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나 실제로 놀던 학생도 모르고 있는 사실을 교사가 알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거나,행사 주최측과 지속적인 연관관계를 맺고 지금까지 알면서 묵인해주었다고 밖에 생각할수 없다.
 
  최근 '일진회 논란'에 불을 붙인 현직 고교 교사의 토론회 발언은 단순히 개인의 견해와 주장을 편것일 뿐이며, 그것에 대한 정확도나 신뢰성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기사와 같은 일이 벌어질수 있는 소지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소수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며,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다고는 보지 않는다. 어떤 증거도 없는 고교 교사의 개인적 주장이 사실인양 보도되고, 그것이 전체 10대 청소년들의 문제점으로 보게 만드는 기사를 제공하는 것은 10대 청소년들에게 또 다른 사회적인 편견을 덮어씌우고, 청소년들을 문제아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키울 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정세영 교사의 발언역시 '일진회에 대한 폭로'가 주가 결코 아니었다. 주는 학교교사들이 '교사의 관점에서 학교폭력을 보지 말고, 학생의 관점에서 학교폭력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 전체적인 핵심주장이었다. 그러나 정세영 교사의 핵심주장은 기사에는 실리지 않았다. 언론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발언자의 주장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보도했어야 했다.
 
  그러나 언론은 '기사를 더 팔고, 조회수를 더 올리기 위해서' 교사의 주장을 왜곡했고, 정보의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은채 10대 청소년들 무법자로 만들어 버렸다. 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기사에 대해 분노하며, 인터넷상에 기사에 대한 댓글과 욕설을 남기기도 하고 있다. 언론은 청소년들에게 사과하고,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2005년 3월 10일

1970년대 공당사상 최초의 미성년자 대의원

민주노동당 노원갑 지역위원회 중앙대의원 이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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