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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시간

  • 등록일
    2007/01/05 04:35
  • 수정일
    2007/01/05 04:35

그날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멍하니 다른 곳을 볼 때,

그 사람이 유난히도 나를 봤던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걸 알게 되자, 나는 그 사람을 더욱 쳐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을 때,

그 사람만 내게 말을 걸었습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 말도 못했지만, 그 짧은 순간에, 그 짧은 한마디에

그때까지 어디에도 닫아만 두었던 내 마음이

녹아버리기 직전의 마지막 저항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날 나는 그 자리에서 먼저 일어서야 했습니다.

그리고 어둠의 골짜기에서 일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그 사람의 그 한마디를 되뇌어 보았습니다.

집에 와서 컴퓨터를 켰을 때,

놀랍게도 그 사람과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기뻤습니다.

 

 

그리고 며칠을 두근두근거리며 기다리고 있었고,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 지는 생각도 안하는 주제에

그냥 만나고 싶었다니...

 

연애를 시작한 이후로 흘러간 지금까지의 시간들을 아끼듯이

그 사람에게 아무말도 못하는 주제에 그저 만나고 싶어 하던,

메신저로도 아무 이야기나 해도 좋으니 그저 연결되어 있고 싶었던,

그 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습니다.

 

지금 잠도 안자면서 하는 생각이 고작 이런 거랍니다.

으휴~ 아홉시에 일어나야 한단 말이다.



"스캔 심심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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