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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을 원하는 언론

  • 등록일
    2007/09/14 06:12
  • 수정일
    2007/09/14 06:12
['신정아 보도' 선정성, 갈데까지 갔다]라는 기사에 관련된 글. 문화일보 2007년 9월 13일자에 신정아씨의 누드 사진이 게제되었다고 한다. 뭐 여기에 대해서 다른 할 말은 없다. 정말 갈데까지 갔다고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오늘 아침 다른 조간신문들에 이 사진이 옮겨올 것인지가 문제겠구나.


1.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문화일보에서 입수해도 되는 사진인가?"다. 놀라운 사실은 누드사진이 신문에 게재되었다는 것보다, 어떻게 누드사진이 문화일보에 넘어갈 수 있었느냐다. 서울 서부지검에서 이미 신정아씨의 자택과 동국대 사무실 압수수색을 했는데, 저런 사진은 압수수색과 같은 과정이 없을 경우에 상식적으로 언론에 흘려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검찰에서 언론에 사진을 흘렸거나, 압수수색 과정에서 문화일보의 기자가 같이 수색을 해서, 사진을 몰래 빼돌렸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이다. 아니면 어떻게든 훔쳐냈다던가... 누드사진이 문화일보에 넘어간 과정을 여기서 추측하는 건, 소모적인 일일 것이다. 중요한 건, 문화일보가 가져서는 안되는 사진을 어떤 경로를 통하여 입수했다는 사실이다. 신정아씨의 사생활이 침해당한 지점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2. 게다가 그 사진을 신문에 공개했다. 문화일보측의 사진 공개의 이유는 명확하다. 그 사진 자체가 특종이기 때문이다. 모든 특종이 다 그런 성격을 갖지는 않지만, 제 3자가 가져서는 안되는 개인의 사생활, 게다가 비리에 연루되어 있는 신정아씨의 누드라니. 이만한 특종이 흔히 나오는 일은 아닐 것이다. 다른 언론사보다 먼저 터뜨린 문화일보가 한발 앞서 나가는 것이겠지. 우리가 누군지도 모르는 문화일보의 남성 편집장, 또 몇몇 남성 기자들은, 이런 생각하면서 악랄한 웃음을 짓고 있었겠지. 그런데, 이 사진은 몇몇 여성 연예인들의 누드와는 다른 것이었다. 그녀들의 누드는 그 목적이 옳든 그르든 간에, 그녀들 자신이 돈을 벌기 위해서 찍어서 공개하는 것인데, 그래서 모바일로 접속하라면서 공개하곤 하는데, 이 사진에 대해서는 그렇게 대놓고 보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언론에서도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신정아씨는 이미 비리에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다. 진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누드를 공개한다고 하면 그만이다. 여기서 사진의 어떤 부위를 가렸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언론에게는 누드 사진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신문을 본 사람들이 신정아씨의 누드 사진을 다시 찾게 만들 수 있으면 성공한 것이다. O양비디오 사건으로 알려진 비디오 유출 사건때와 비슷한 맥락이다. 그때도 많은 사람들이 그 비디오를 돌려보게 된 결정적 계기는 언론에서 제공했다. 사람들에게 비디오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고, 또 비디오를 본 사람들에게는 그 뒷 이야기를 조금씩 제공해주면, 이거야말로 신문 팔아먹는데 좋은 소재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때보다도 소재가 좀 더 좋다. 그때의 피해자는 어쨌든 한국에서 죄를 지은 것도 아닌 멀쩡한 연예인이었고, 그냥 비디오가 노출되어서, 음란한 여성으로 낙인 찍혔다. 간통죄가 성립하느냐의 여부가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 비디오 이외의 문제가 있었던 상태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피해자가 미국에서 도피생활을 하고 있고, 한국에 들어오면 잡혀갈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 어찌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언론에서는 신정아씨의 사생활이 침해되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다. 음란한 여성으로 낙인찍고,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 성로비를 하는 여성으로 낙인찍으면 그만이다. 이미 비리에 연루되어 있지 않은가? 그녀의 인생에 대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꼬여있는 인생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3. 신문은 아이들도 본다고 하는 불편함. 문화일보의 사진 공개를 접한 사람들의 의견중에, 미성년자들에게도 공개되어 있는 신문에 누드사진을 올리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나는 이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른들만 보는 성인잡지나, 성인인증해서 들어가야 하는 사이트에 그 사진이 게재되면 괜찮은건가? 이게 바로 미성년자의 위치에서 벗어난 어른들의 관음증의 또다른 표현이다. 관음증은 사전적 의미로 "다른 사람의 성교 장면이나 성기를 몰래 반복적으로 보면서 성적인 만족을 느끼는 성도착증"을 뜻한다. (네이버 백과사전 참조) 어른들은 아이들 몰래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 역시 관음증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 아이들은 그것을 보면서 성적인 만족을 느끼려고 하는 게 잘못되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어쨌든 어른들은 아이들 몰래 그것을 보면서 성적인 만족을 느껴도 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시선은 아이들에게는 정치적인 요구를 끊임없이 하면서, 정작 자신에게도 똑같이 민감해야 하는 일에 관대하게 대처하는 시선일 뿐이다. 그 시선이 남의 누드 사진을 게재하는 데에 관대한 관점을 가졌던 문화일보 관계자들의 시선과 차이가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는가? 4. "사랑해서 그랬다"라는 말을 기다리는 언론 황색언론은 신정아씨의 "사랑해서 그랬다"라는 말을 기다릴 것이다. 이미 이 문제는 비리의 문제에서 누드사진을 증거로 하는 관계의 문제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그 사진이 왜 찍혔는지 궁금할 뿐이다. 그러므로, 황색언론은 신정아씨가 성로비를 했을 가능성을 끊임없이 타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반대편인 사회지도층의 구닥다리 불륜 이야기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신정아씨, 또는 변양균씨를 최대한 코너로 몰아서, 그들의 감정을 토로하는 수 외에 다른 길들을 모두 차단해버리면, "사랑해서 그랬다"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표현이 그들의 진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다. 어차피 '부적절한 관계'인데, 그 부적절한 관계가 가장 큰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바로 이 경우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관계'와 대결할 수 있는 감정의 토로. 그 관계의 시소게임을 연일 특종으로 보도할 수 있는 황색언론에게 그 시나리오의 구체적 물증이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한 순간. 물론 이렇게까지 될 확률은 그리 높지는 않다고 본다. 5. 그녀를 결국 음란한 여성으로 낙인찍는다 성로비는 '부적절한 관계'의 또다른 형식이다. 그녀가 그남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건 성로비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남은 성로비를 받았기 때문에, 처벌이 가능하지만, 그녀는 법적으로 처벌이 어렵다고 문화일보에서 친절하게 알려줬다. 그런데, 그남은 성로비를 받은 멀쩡한 남성이 되는 거고, 그녀는 성공을 위해서는 몸도 팔아버리는 음란한 여성. 또 어떤 남성들보다 하위에 있는 여성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어떤 남성들이 아닌 많은 남성들도 그녀를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여성으로 인식할 것이다. 그게 '마녀'든, '환향년'이든. 문화일보에서는 이쪽으로 추측성 기사를 써버렸지만, 사실 이건 황색언론들에게도 그리 달갑지 않은 스토리다. 로비를 통한 비리를 밝히는 것은 경찰이나 검찰이 할일이고, 언론에게는 불륜을 터뜨리는게 제일이니까. 다만, 지금은 비리에 연루된 신정아씨의 누드사진이고, 그 사진을 뻔뻔하게 게재할 수 있게 된 건, 그녀가 비리에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므로, 최초의 근거를 되짚으면서 한발짝만 나간 것이다. 그러니, 성로비에 대한 추측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문화일보에서도 나름대로 무리수를 피해간 셈이다. 이제부터 황색언론들이 어떻게 나올까? 이거 그냥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안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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