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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 사교육에 대한 이야기

  • 등록일
    2010/07/26 01:37
  • 수정일
    2010/07/26 01:37

그러나, 실제로는 공교육에 관한 이야기

 

이 글은 제 앞의 포스팅  [때리는 선생님의 입장]에 자비님께서 달아주신 덧글에 대한 제 답변으로 쓴 글입니다. 우선 (자비님께) 긴 덧글 감사합니다.  앞의 포스팅은 체벌에 대한 단상들을 짧게 쓴다고 생각했던 포스팅이었는데, 너무 과격했나보군요.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을 보니...

 

1. 교사의 의도가 어떻든, 그 분이 얼마나 아이들을 배려해서 생각했든, 체벌로 귀결내리는 것에 대해서, 그걸 최선의 선택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게 제 입장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체벌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이유로든 다른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그 선택이 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일단 무능하다고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야에 대해서 무능한 지는 그 선생님의 학생들에 대한 체벌의 근거가 되는 분야로 보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숙제를 안해와서 때렸다고 하면, 그 선생님은 아이들이 숙제를 해오게 만들고 싶은데, 또는 만들어야 하는데, 다른 방법으로는 아이들이 숙제를 하게 만들 능력이 없다는 거죠.) 이와 같은 평가는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이것은 체벌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평가입니다. 선생님들의 자질을 논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학생들은 때리면서도 자신의 체벌행위를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합리화하는 선생님들이 있을까봐 지적하는 것이죠. 그나마 "무능한 것"은 "나쁜 것"에 비해서는 좋은 의도를 가진 분들을 전제로 하고 쓴 표현입니다. 여전히 많은 선생님들이 체벌을 하면서도 "이게 잘하고 있는 걸까?"하는 고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2. 사실 제가 앞의 포스팅을 한 것은 링크를 걸지 않았지만, 한국교총에서 입장을 발표한 것을 보고 쓴 것이었습니다. 그들에 대한 비아냥이었던 것이죠. 비아냥인 것은 인정합니다. 뭐, 이건 일단 여기까지.

3. 사랑과 폭력이 양립할 수 있다는 생각은 무조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으나, 조심스러운 판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사랑해서 때리는 것"이 적절한 행위라고 받아들여질라면, 아이들 입장에서도 "사랑하니까 맞는 행위가 적절한 행위"라고 받아들여져야 하니까요. 물론 이때는 선생님이 아이들을 사랑하는데 아이들도 선생님을 사랑하는 경우와, 선생님이 아이들을 사랑하는데 아이들은 선생님을 싫어하는 경우, 이렇게 둘로 나눠서 다시 생각해야 하지요. 두 경우 모두에 있어서 체벌은 합리적일까요? 또 두 경우의 차이를 선생님의 입장에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어떻게 판별할까요? 저는 "사랑의 매"라는 말은 때리는 사람의 입장에서 하는 생각이지, 맞는 사람의 입장이 반영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맞는 사람의 입장에서 사랑과 폭력이 양립할 수 있을까요? 교사의 입장에서 물리적 폭력이 경우에 따라서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하더라도, 그것이 체벌교사는 무능하다는 주장에 대하여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더 많은 근거가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가지는 않는데요. 어차피 때렸고 맞았다는 사실관계만 남는 거니까요.


4. 물론 사교육에서도 체벌이 있죠. 저는 사교육에 대해서는 뭐 체벌은 괜찮다도 아니고, 그냥 저는 기대하는 바가 없습니다. 체벌하는 학원들은 그냥 다 걸려서 시끄럽게 문 닫았으면 하는 희망이 있습니다. 그런다고 체벌이 사라지지도 않겠지만요. 저도 지금 학원에서 강사 일을 하고 있지만, 어머님들도 체벌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까지 저의 대응은 일단 "저는 아이들 때리지 않습니다. 걔들도 사람인데요." 정도로 그러다가 부모님들이 막무가내로 왜 애들을 느슨하게 관리하냐고 하면 "그럴 거면 딴 학원 가세요." 정도... 매우 소극적인 대응이죠. 저 역시 제 강의 중에 절대로 체벌과 욕설을 하지 않는다는 것, 지금 제가 있는 학원의 분위기를 체벌하지 않는 분위기로 만드는 것 이외에는 뭐 나서서 해결하는 것도 없죠. 저 역시 이런 측면에서는 무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들을 온전히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5. 제가 과객님의 덧글에 그렇게 대응한 것은, 분야를 물어본 것으로 해석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어떤 한 분야에서만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라서 그랬습니다. 제가 입시제도의 틀을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인지 물어보시는 것 같아서 그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을 뿐입니다. 오히려 입시제도의 틀로 보면 공교육은 사교육을 절대로 이길 수 없습니다. 이겨야 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상황이죠.

 

6. 제가 생각하는 공교육과 사교육의 결정적인 대립지점은 '교육을 받을 기회의 균등함'의 문제입니다. 물론 공교육이라고 해서 현재 완벽하게 균등한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균등해질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사교육은 '기회의 균등'을 고려조차 하지 못하고, 그것에 대하여 관심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교육체제는 변화는 여전히 공교육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보는데, 현재 교육제도의 변화는 사교육이 훨씬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고, 훨씬 빠르게 준비되고 있습니다. 모든 면에서 학교보다 학원이 체제 변화에 훨씬 더 유연하다는 이야기입니다. 2000년부터 2010년 사이의 사교육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인터넷 강의의 등장이었습니다. 몇몇 유명한 학원강사들이 그걸 준비하여, 메가스터디를 만들고, 다른 거대한 인강 회사들을 여러개 만들 동안, 공교육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죠. (그걸 억압했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인터넷 시대의 변화에 맞는 프로그램체계를 준비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게 학원가에서 돈벌이가 충분히 되고 난 뒤에서야 EBS에서 인터넷 강의를 하게 되고, 그나마도 대치동의 조금 덜 유명한 강사들을 데려와서 쓰는 정도죠. 뭐, 꼭 이 사안만이 아니라, 현재 공교육체제는 사교육시장에서 유명학원들이 준비하는 그 모든 프로그램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고 들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죠. 학원 단속을 통하여 억압만 하려고 할 뿐. 뭔가 좋은 프로그램들을 많은 학생들이 공짜로 누릴 수 있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없고, 설령 있더라도 몇 발자국 늦게 시작한다는 거죠. 이 정도 말씀 드리면 공교육이 사교육한테 어떤 측면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시려나요? 교육의 변화에 대한 주도권을 사교육에 몽땅 빼앗겨 버린 상황이라는 점을 지목하고 있는 것입니다. 변화의 주도권을 찾아오라는 것입니다. 방과후 학교같은 프로그램들이 이런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죠. 학원 선생님들이 방과후 학교라는 이름으로 학교에 가서 강의하는 시대지 않습니까? 학교는 그 학원 선생님들을 위해서 학생들을 모아주는 역할을 하고요. (저도 작년에 모 학교에서 이런 제안을 받았는데, 일언지하에 거절한 적이 있습죠.) 이런 타이밍에 올해 정부에서 사교육을 잡겠다고 겨우 내놓는 정책이라는 게 EBS에서 수능 반영비율을 70%까지 늘린다는 정도죠. 이건 미봉책조차도 되지 않는 정책입니다. 그래서 학원들이 전부 EBS교재로 수업을 할텐데요. 정부당국자들은 학생들이 전부다 EBS 방송을 보고 공부할 거라고 착각했겠지만, EBS 교재로 학원의 강의를 듣게 될 뿐이죠.

 

7. 최소한 제가 가르치는 학원 인근의 학교들처럼, "너네 학원에서 다 배웠잖아."라고 하면서 대충 가르치는 무기력한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몇몇의 교사들은 이 정도로 무기력하고, 또 그분들이 그렇게 무기력해질만큼 학교라는 곳은 학생의 수에 비해서, 또 업무의 양에 비해서 교사의 수가 너무 적습니다.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을 학교의 틀 안으로 관리하는 것이 힘든 상황이죠. 여기까지의 상황인식은 대개 비슷할 거라고 봅니다. 문제는 "그러니까 체벌은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일단 체벌은 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체벌이 없으면 학생들을 관리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렇다면,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전국적으로 지금보다 최소한 2배 이상의 교사가 필요하다. 교사 1인당 학생의 수를 줄여야 한다. 정부에서는 교사 충원을 위한 예산을 투자하라. 강바닥 그만 긁고" 뭐 이 정도입니다.

 

8. 공교육에 임하는 교사들이 읽으면 속이 상할 것 같다고 하셨는데, 뭐 그 말씀이 무슨 뜻으로 하신 말씀인지 이해는 되지만, 저는 솔직히 제 글을 읽고 속이 상하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나마 속이라도 상하지 않는다면, 변화가 있을 것 같지 않거든요. 이건 매우 불편한 이야기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이야기입니다. 또 저 역시 학원에서 3년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역시 또 하나의 교육주체로서 할 말이 많습니다. 저는 체벌을 금지하겠다는 곽노현의 정책이 그 성공여부를 떠나서, 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체벌을 금지하는 정책의 다음에 교사 인력충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체벌없이 운영되는 것이 정상적인 것으로 취급받는 학교들이 생기겠지요. 그리고 그런 상태가 10년에서 20년만 유지될 수 있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아이들이 다니기 좋은 학교가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곽노현이 무슨 의도로 이와같은 정책을 제시했는지는 솔직히 잘 모릅니다만, 이런 변화를 시작하는 데에 교사들이 학생들 관리하는 게 힘들다는 이유가 결정적인 장애가 된다면, 그건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교사들의 너무 나약한 변명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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