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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교수(이하 경칭 생략)에 대한 빈약한 정보와 비평의 대상이 된 글 또한 강준만의 글 가운데에 인용된 일부분이라는 점에서, 혹여 필자의 비평이 정보의 빈곤이라는 토대위에서 진행됨으로써 김욱에게 누를 끼친다면 그 비난을 달게 감수하겠다.
아래는 비평의 대상이 된 강준만이 인용한 김욱의 글(김욱의 글 중 일부분: *로 둘러 싸인 부분)이다. (편의상 문단앞의 숫자 1. 2. 3.은 비평의 대상을 특정하기 위해 가필하였슴)
******* 1.“어이없는 사실은 호남인들은 2003년 4.15총선에서 깡패들의 팔뚝에 새긴 ‘차카게 살자’는 문신을 보고 감동한 사람들처럼 혹은 그들의 협박에 질려 겁먹은 사람들처럼 눈치만 보다 결국은 탄핵을 핑계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그리고 심약한 호남인들의 이런 선택을 인정할 수 없는 또 다른 호남인들은 이제 호남근본주의의 유혹을 받고 있다.
2. 호남인들이 선택 동기가 무엇이었든 사실상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을 대체한 ‘도로 민주당’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역문제가 그대로인 것이 아니라 더 악화되었다고 말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결국 영남인들의 인정을 받는 것은 실패로 끝났지만 노무현의 신당 소동은 분명히 영남패권주의 이데올로기에 투항하는 것으로 영남패권주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양비론의 메시지였다.
3. 호남인들은 이런 부정의한 제안에 묵묵히 순응했다. 그들이 발언했다면 민주당의 분당은 없었을 것이고 탄핵이라는 극한적 대립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호남인들은 그저 이런 제안을 거부할 경우 자신들이 오히려 지역주의자로 몰리는 것을 염려했다.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부끄러운 콤플렉스를 운명처럼 감수했다.”*******(인용 끝).
먼저 1로 특정된 문단을 들여다 보며 사건당시로 거슬러 가서 김욱이 말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보자. 탄핵파동 당시 공영방송을 포함한 대부분의 친여매체들과 친여세력-현재는 대부분이 적어도 노무현에 대해 비판적으로 대하는 그들-의 선동으로 인해 매체의 채널을 통해 접수된 정보를 토대로 바른 판단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게 사실이다. 당시의 분당결과 다수를 점한 신생정당 열린우리당 및 그 추종 또는 우호세력들이 민주당을 지칭해 반개혁세력이라고 마타도어했고 그게 먹혔었다. 여기에 민주노동당도 가세한 것은 물론이다.
김욱의 달리 봤을지 모르지만,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대부분의 호남인들은 상황에 휩쓸려 부화뇌동하여 어처구니 없는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적어도 당시상황에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믿었을 거라는 거다. 다른 관점에서 말하면 사회적 책임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또한 영패문화의 폐해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당시 상황이 이러한데, 김욱은 피해자인 호남인을 오히려 심약한 호남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집단에 대한 대단한 모욕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부정적 견지인 김욱은 당시 필자처럼 반노-포지션이었는지 어땠는지 궁금하다.
이제 2. 문단을 들여다 보자. 만약 1.에서 필자가 언급한 것들이 타당하다면 2의 “…양비론이라는 메시지…”는 폐기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3.을 들여다 보자.
3.도 1을 전제로 하는 논리전개이다. 특히 3.을 유기적으로 조망하면 “이런 부정의한 제안에 묵묵히 순응했다.”에서의 부정의한 부분은 곧 압도적으로 열린우리당에 지지를 보낸 유권자인 호남인들이 그것을 알면서 감행했다는 말이다. 사심없이 글을 쓴다면 보편타당한 정서나 사고를 기초로 하여 글을 써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한 세기가 훌쩍 넘는 부정적인 영남패권주의문화의 세례를 김욱은 완전히 피할 수 없었다고 보여진다. 영남패권주의문화에 세뇌당한 어떤 지식인과 마찬가지로 호남폄하의 편린을 노출하기 때문이다. 비호남권의 침묵이나 방관 혹은 보도매체의 문제점은 거론조차 되지도 않고 민주화의 전범이 된 호남인들의 행태만이 보다 높은 요구수준에 미달된다고 닥달하는 그 야박함이 절절하게 드러나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김욱 자신도 어렴풋이 인식하고 쓴 듯한 “이런 제안을 거부할 경우 … 오히려 지역주의자로 몰리는 …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부끄러운 콤플렉스”부분을 보면 1.문단에서 보여 준 호남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그대로 견지되고 있다. 사실 압도적인 유권자의 선택이 지역주의자로 마타도어 혹은 부당하게 몰리는 것은 영패문화의 부정적 흔적으로서 척결대상일 뿐인데 그것을 오히려 호남인의 책임으로 전가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또 “….콤플렉스”라고 말한 부분 역시 1.문단의 요지를 잘못된 것으로 본다면, 김욱의 황당한 분석에 불과하게 된다.
김욱이 호남인인지 비호남인지 중요하지도 않고 그 여부도 개의치 않는다. 다만 문맥에서김욱이 그가 거론 호남콤플렉스의 소유자로서 그런 자들의 정서를 그대로 대변한 게 아닌가 한다. 오히려 나아가 김욱은 영패문화에 적극 적응하여 그 과실을 향유한 사이비-엘리트호남인이라는 혐의까지 가능한 게 아닐까?
여담으로 필자는 호남이라는 특정공간에서는 저자거리나 택시기사들의 얘기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다른 지역사람들과 크게 다름없이 인간적이며 소박한 그들의 목소리는 김욱이 우려하는 정치공학적인 선택 혹은 고차원의 심리에 지배당했다는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비록 제약된 공간, 대상, 소재, 시간속의 호남이었지만 말이다. 우리 주변에서 여전히 횡행하고 있는 진행형인 부당한 호남폄하를 조장하거나 방관하고 있지 않은 지 지식인들은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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